중국의 오늘 - 식품 안전성


2007.05.10

'중국의 오늘' 오늘은 중국의 식품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제 1위의 농산물 수출국인 중국은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위험한 식품들이 전 세계에 수출 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로 만든 동물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들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 외교적 마찰까지 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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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인이 10일 상하이에서 열린 food fair에서 중국 북부지방의 한 식품회사에 전시해 놓은 grain sample을 보고 있다 - AFP PHOTO/Mark RALSTON

미국에서는 지난 3월 16일 중국에서 수입한 밀단백 재료로 만든 사료를 먹은 고양이와 개 16마리가 죽는 바람에 대규모 사료 리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리콜이란 어떤 제품에 이상이 있거나 잘못이 발견됐을 경우 그 제품을 만든 회사 측에서 이미 판매한 제품들을 추적해 모두 다시 수거한 뒤 보상해 주는 일종의 소비자보호제도입니다. 그까짓 애완동물 10여마리가 죽은 것 가지고 뭐 그리 난리냐고 할 지 모르지만, 애완동물과 여행도 같이 가고 유산도 상속해 줄 정도로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미국인들에게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자 즉각 미국의 관련당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조사결과 문제의 사료에는 멜라민이란 성분이 들어 있었는데 멜라민은 플라스틱 그릇이나 비료등을 만드는 유독성 화학물질로 FDA, 즉 미국 식품 의약국은 이를 식용으로 쓰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물질입니다. 특히 멜라민은 열을 가하면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가 나오는데 식품의약국은 애완동물들이 암모니아 독성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식품 의약국은 그후,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염려했던 대로 문제의 성분이 닭과 돼지 사료에도 첨가됐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먹었습니다. 다행히 조사결과 동물과는 달리 사람은 체내에 멜라민을 축적하지 않고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인체에는 큰 위험이 없어 보인다고 미국 식품의약국의 David Acheson 박사는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Acheson: we do not believe there is any significant human health risk associated with consuming those meats.

중국은 당초 미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중국 측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스러운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자 곧바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중국은 문제의 애완동물 사료를 수출한 책임자를 체포 구금했습니다. 또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미국과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측의 협조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산 야채에도 멜라민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검역을 강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연일 중국의 식품 안전성 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식품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습니다. 미국에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한인 주부 박연선씨와 서미자씨는 식품을 구입할 때 되도록 중국산은 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자선: 가짜도 많고 안 좋죠. 농약도 많이 뿌린다고 하고 납 성분도 생선에 넣고 한 두 가지가 아니죠. 거의 중국산은 안사죠.

서미자: 저희가 중국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는 참 좋다고 느꼈는데, 여기서 수입해서 온 음식을 먹으면 별로 좋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깨를 말하자면 어떤 깨는 고소한데 어떤 것은 맹탕이고 중국에서 온 음식이라고 사먹어 보면 별로 맛이 없어요.

이처럼 소비자들이 중국 식품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과거에서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금속이 함유된 중국산 생선과 어패류 과다한 농약이 검출된 채소 등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입금지 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농산물이 살충제나 항생물질의 과다 사용 등의 문제로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는 매달 200여 차례에 달합니다. 2년 전 남한에서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오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밥상에 김치 없이는 못 사는 남한 주민들이 김치 먹기를 두려워하는 이른바 김치파동을 겪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잘못된 식품으로 벌어진 인명피해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4년 가짜분유를 먹은 어린아이 13명이 숨지는 일부터 시작해서, 공업용 기름과 사료용 쌀이 식용으로 둔갑해 판매된 사건, 또 지난 지난해 중추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월병과 가짜 술, 발암물질이 든 오리알이 유통된 사건, 또 화학물질이 함유된 돼지고기를 먹고 300여명의 상하이 주민들이 중독된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베이징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조선족 양영신씨는 매일 밖에서 음식을 사먹고 있지만 한 번도 몸이 아프거나 이상을 발견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베이징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조선족 서혜련씨는 오염된 식품이라도 조리해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혜련: 그냥 먹는 음식, 오이나 과일이나 볶아서 먹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냥 먹는 것은 농약이 있으면 몸에 안 좋은가... 그래도 중국 음식은 볶아 먹는 게 많으니까 괜찮아요.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우드로 윌슨 센터(Woodrow Wilson Center)의 Jennifer L Turner 연구원은 중앙정부가 지방까지 통제할 능력이 없는 중국의 정치적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Jennifer L Turner: (a lot of problems actually stems from the lack of control central government has over local government..)

"중앙정부는 개혁개방이후 많은 권력과 권한을 지방정부에게 이양해 줬습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방의 농산물 생산과 유통과정을 제어하고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농산물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보다는 당장 얼마만큼의 경제 성장을 이루느냐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거기에 구멍이 생긴 것입니다."

Turner 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강대국이 목표인 중국 정부는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식품 안전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중앙의 지침이 시골에 사는 농민들에게까지 일사 분란하게 전달되는 체제가 먼저 마련 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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