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지난 7월 1일은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홍콩의 중국 반환은 곧 죽음이다'라며 대규모 이민을 떠나는 등 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과연 10년이 지난 지금의 홍콩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전해드립니다.
장재희: 이민 갔던 사람들 다시 돌아온 사람도 많고 그리고 홍콩 사람들한테 안 좋아진 면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나갔던 사람들이 후회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계속 더 떠난 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홍콩의 다국적 금융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장재희씨. 20년 전 가족과 함께 홍콩에 이민 와 살고 있는 장씨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자신의 가족들도 다시 남한으로 돌아갈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씨는 당시 홍콩에 남아 있기로 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홍콩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재희: 홍콩은 무조건 능력으로 하는 도시입니다. 동양 사람도 대접받고 서양 사람들도 동양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그런 점이 좋고 그리고 홍콩 사람들은 말 그대로 실리 추구라서 허영이 없고 이것이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하고 모든 제도나 그런 것들을 정부도 잘하고 국민들도 잘 하는 것 같아요.
홍콩에 있는 다국적 IT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교민 스티브 김씨도 홍콩은 중국 공산주의 체제 아래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자유로운 도시라고 말했습니다.
스티브 김: 제가 홍콩에서 산지 4년째 되는데 사실 홍콩이 정치학 적으로는 중국 체제 아래 있는 것은 맞지만 실제 홍콩에 사는 교민으로서는 공산주의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한국보다 민주주의가 더 성숙한 것 같아요. 평화 시위를 하는 모습이라든가 어떤 일에 대해서 정부에 요구하는 부분은 한국보다 성숙되어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얘기처럼 홍콩은 중국 반환 이후 지난 10년 동안 홍콩시민들이 초기에 걱정했던 큰 변화들을 다행히 겪지 않았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반환 당시 영국과 한 약속과 기본법에 따라 50년간 홍콩을 자본주의 체제로 유지하고, 또한 '일국 양제' 즉 '한나라 두 체제' 라고 해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문제에 대해 홍콩 사람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도 홍콩은 중국으로의 귀속 후 더 발전했습니다. 홍콩 경제는 한때 아시아 금융위기와 사스(SARS) 즉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등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버팀목으로 최근 3년 동안 실업률이 크게 줄어들고 평균 7-8%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민간 연구단체 카네기 평화 재단의 Albert Keidel 연구원은 경제적으로 홍콩과 중국은 서로 없어서는 안될 만큼 큰 이득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홍콩은 중국으로 귀속된 후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Albert Keidel: (one that impressed me the most are the tourist from main land and use of financial services in particular IPO. I think those are major changes.)
“홍콩 경제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중국 본토인들의 홍콩 관광과 금융 분야 특히 IPO 즉 기업공개 부문입니다. 지난해 홍콩 증시는 기업공개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거기에는 홍콩을 세계금융시장으로 진출하는 문으로 여기는 중국 기업들의 상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 홍콩에는 매년 엄청난 숫자의 중국 본토인들이 관광을 와서 값비싼 물건들을 사고 주식이나 투자를 하는 등 금융 관련 일을 보고 갑니다. 그런 면에서 홍콩은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고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도 남아있을 것으로 봅니다. 상하이등 중국 내 금융 도시들이 홍콩 수준을 따라 오려면 아직 몇 십 년은 더 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홍콩 증권 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현재 약 4백여개로 10년 전에 비해서 4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이와 함께 중국인들의 홍콩 관광이 자유화 되면서 지난 한 해 동안만 14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홍콩을 방문해 돈을 쓰고 갔습니다. 또 홍콩은 전 세계에서 백만장자가 많은 나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중국 본토에 대한 부동산 투자와 금융, 무역으로 돈을 번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홍콩의 경제 발전과는 달리 정치 발전은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제 분야에선 홍콩에 아낌없이 주고 있는 중국이지만 정치 분야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홍콩의 민주화와 직선제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홍콩의 민주화 단체들은 800명의 선거인단이 뽑는 행정 장관과 60명 가운데 30명만 직접 선거로 뽑는 입법 위원들을 모두 시민들의 손으로 뽑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한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홍콩 애국 민주화를 지지하는 연합회(Hong Kong allience in support a patriotic democracy) 의 Lee Cheuk Yan 부대표는 중국 정부는 홍콩의 정치 민주화가 본토에 영향을 끼칠 것을 두려워 해 무한정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Lee Cheuk Yan: (in Hong Kong after 10 years we still do not have the democracy.)
“홍콩이 반환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주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홍콩의 독립이 아니라 민주화입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한나라 두 체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본법에 따라 그리고 중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홍콩은 홍콩 사람들이 통치할 것을 원하는 것 뿐 입니다. 그러려면 홍콩을 다스리는 행정장관들과 입법 위원들을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사람을 홍콩에 앉혀 놓고 다스리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궁극적으로 홍콩의 민주화가 중국 본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것을 두려워해서 홍콩의 민주화를 막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홍콩 시민들은 때만 되면 잊지 않고 민주화를 위해 평화 시위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홍콩 시민들이 대체적으로 중국에 귀속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대한 열망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