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오늘: 주택 철거 투쟁을 벌인 중국인 부부
2007.04.26
최근 중국에서 일어난 주요 소식들에 대해 알아보는 새 주간 기획 '중국의 오늘', 오늘은 토지 개발업자들과 지방정부에 대항해 주택 철거 거부 투쟁을 벌인 한 중국인 부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 사건은 집 한 채의 철거를 둘러싼 작은 사건이었지만 그 속에는 중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최근 중국 중부 쓰촨성 충칭시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사진은 토지개발 현장에서 철거를 거부하며 홀로 버티고 있는 집 한 채를 찍은 것인데요, 주변지역이 모두 20여 미터 깊이로 파헤쳐져 있는 가운데 마치 섬처럼 높이 솟아 있는 2층의 외로운 작은 집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지난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서방 신문에 대문짝하게 실리는 등 순식간에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집을 전 세계의 화제 거리로 만든 주인공은 충칭시 철거지역 주민 양우와 우핑부부입니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4년 8월 이 지역의 집들이 철거돼 재개발 된다는 공고가 나붙었습니다. 철거라니,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살던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지만 토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더구나 모든 토지가 국가의 소유이고 개인들은 임대할 뿐이라는 법 현실 아래서 철거 대상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양우와 우핑 부부는 달랐습니다. 다른 280가구의 이웃들은 모두 철거에 순응했지만 양씨부부는 시 정부와 개발업자의 설득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거부한 것입니다. 곧 양씨 집에 전기와 물이 끊겼습니다. 도로에서 양씨 집으로 이어지는 길마저 파헤쳐 졌습니다. 얼마 안 있어 주변의 모든 집들이 철거되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양씨의 집만 달랑 남았습니다.
하지만 양씨 부부는 적절한 보상이 없는 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당국에 맞섰습니다. 그러자 현지 법원은 올 3월 22일 양씨의 강제퇴거를 명령했습니다. 이에 맞서 양씨는 이미 단전 단수 조치가 된 이 집에서 친구들이 실어다 준 비상식량에 의지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습니다.
양씨의 부인 우핑씨는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집값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된 보상비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철거된 280 가구가 보상금으로 받은 돈은 당시 주택 공지시가의 10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우핑: 저는 개발업자와 주택개발공사측이 관련 법규를 따르고 납득할 만한 보상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실과 증거들을 바탕으로 불법적인 법정의 강제 철거 판결을 무효화하고 개발업자와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핑씨는 특히 불법적으로 결탁한 지역 정부와 개발업자는 철거민들에 대한 보상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우핑: 개발업자와 주택개발공사는 비밀 청문회를 가졌습니다. 저는 그 청문회의 결과에 대해 격분했는데요, 개발업자는 나와 협상하는 한편, 동시에 뒤로는 부패한 법정을 도와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내 집을 철거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받아들이라고 제게 압력을 가했습니다.
결국 양씨부부는 4월 초 다른 지역에 있는 집을 대신 받기로 하고 현재의 집을 내주기로 타협을 봤습니다. 양씨 부부는 시가 250만 위안 즉 약 30만달러 상당의 자신들의 주택 보다 비싼 약 40만달러 상당의 아파트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여기에 아파트 장식비와 이사비, 그리고 그동안 음식점 영업을 못한데 따른 보상비까지 함께 챙겼습니다. 양씨부부가 지방정부와 개발업자를 상대로 승리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어쩌면 이기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이들의 버티기 행동에 수많은 중국인들이 호응했다는 사실입니다. 양씨 부부 집 주위엔 지지자들이 밤늦게까지 남아 철거반의 급습으로부터 이들을 지켜주었습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조선족 양정호씨는 강제 철거와 보상금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호응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정호: 중국에서는 토지 소유권만 있지 이 땅이 자기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이 땅을 써야 한다면 내놔야 해요. 무조건 내놔야 해요. 보상금은 주는데 원래 국가에서 많이 주는데 밑으로 내려오고 내려오고 하면서 다 뜯어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으니까 그 사람들이 내놓기 싫어하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또 중국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습니다. 중국 대다수의 언론들이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 때, 중국의 네티즌, 즉 인터넷 사용자들은 양씨 부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문제의 사진을 퍼뜨렸습니다. 한때 중국 인터넷에는 양씨 부부를 응원하는 댓글이 1000만 건 이상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에 관련 기사와 사진, 동영상등을 끊임없이 삭제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외국 언론에 까지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중국투자사업을 위해 단둥에 5년째 살고 있는 단둥 한인회의 황병로 사무국장도 이번 사건을 중국 언론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황 사무국장은 중국에서 민간인이 권력에 맞서 이겼다는 것 자체가 세계 화제 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황병로: 많이 중국도 변하고 있구나, 여기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뉴스거리가 된 것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뉴스가 아니지만 중국이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큰 뉴스입니다.
한편, 중국정부는 앞으로 양씨 부부를 본받아 너도 나도 '버티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사유재산 보호법인 '물권법'으로 중국인들의 사유재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동아시아 학과 칼 리스킨(Carl Riskin) 교수는 중국의 물권법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물권법'은 공유제와 사유재산권을 평등하게 보호한다는 제정 취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지방정부가 개발을 추진할 경우 개인 소유의 집이나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Carl Riskin: It's clear that the property right has limits..
그는 따라서 이 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공유제와 국유재산 중시 원칙과 개인재산권 보호 원칙 사이에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물권법이 시행되면 개발업자들의 토지 사용권을 제한하고 힘없는 농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보호하는 일련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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