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진영의 전염병 대처(1)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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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남도 신천군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의료진의 모습.
북한 황해남도 신천군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의료진의 모습.
사진-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제공

앵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신형 코로나 비루스, 즉 코로나19가 요즘에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어서 큰 일입니다. 북한은 이미 한 달 반 전부터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북한 당국도 열심히 코로나 비루스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산주의 진영 국가들은 위험한 비루스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했나요? 북한처럼 대응했나요?

란코프 교수: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산주의체제가 있었을 때 전염병 확산이 있기는 했지만, 오늘날 코로나 비루스와 같은 위기는 없었습니다. 흥미롭게도 1970년대 초 당시 소련의 흑해 지역에서 콜레라라는 전염병이 발생했는데, 그 때 소련 당국은 오늘날 북한 당국자들과 조금 비슷한 정책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산주의시대의 보건 구조를 보면, 북한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 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보건 체제는 수령이 만든 매우 훌륭한 체제로 북한에만 있는 특수한 체제가 아닌가요?

란코프 교수: 물론 외부생활을 모르고 우물안 생활만 하는 북한 주민들은 로동신문만 읽을 수 있어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보건체제는 1950년대 소련의 보건제도를 완전히 모방했습니다. 물론 소련은 북한보다 훨씬 잘 사는 사회였기 때문에,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매우 흡사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 외교관이나 선전 일꾼들이 ‘의사 담당 구역제가 북한에만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선전한다면, 외국사람들이 웃음을 참기 힘듭니다. 이 제도는 원래 1930년대 김일성 주석이 젊은 시절 중학교에 다녔을 때 소련에서 개발되었고, 1950년대 북한이 모방했습니다. 다른 구조도 비슷합니다. 북한식 보건제도는 소련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시대 거의 모든 동유럽 국가에 있었습니다. 물론 이 보건제도는 장점도 있는데 단점도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 북한에 비해 소련식 보건제도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란코프 교수: 장점부터 설명합시다. 요즘에 외국 기자들은 저에게 전화를 많이 하고, 북한의 보건 제도가 매우 열악하지 않냐고 질문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까 북한의 보건제도는 지금도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떤 나라와 비교할 지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북한보다 훨씬 잘 사는 부자 국가와 비교합니다. 당연히 일본이든 미국이든 남한이든 다 부자 국가들입니다. 물론 북한의 보건제도는 이들 국가보다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과학원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총생산은 1천200달러에 불과한 데, 그들의 주장은 아마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 인민들의 보건상황을, 부자나라가 아니라 북한만큼 낙후된 나라들과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 만큼 낙후된 나라들과 북한을 비교하면, 북한의 보건상황은 꽤 좋은 편입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북한의 보건 상태는, 낙후된 나라들보다 얼마나 좋나요? 통계가 있나요?

란코프 교수: 통계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그 나라의 종합적인 보건 상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있습니다. 평균수명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평균수명은 72세입니다. 이것은 낙후된 나라들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북조선과 1인당 총생산이 비슷한 네팔이 68세입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66세, 미얀마에서 67세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의 보건은 도대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란코프 교수: 북한의 보건제도는 사실상 낙후된 나라에서 효과가 많습니다. 서구식 보건제도를 도입한 남한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의사의 생활수준입니다. 서구국가들에서 의사는 부자입니다. 북한사람 대부분의 생각과 달리, 의사가 버는 돈은 환자가 주는 돈이 아니라, 국가가 주는 돈입니다. 그러나 이 월급은 북조선 사람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에서 보통 수준의 의사라고 해도, 매월 미국 돈으로 1만 달러를 받습니다. 아마 우리 청취자들이 믿기 힘들 것인데, 그래도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는 진짜 인기가 많은 직업이며, 의대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사뭇 다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 의사의 보수는 일반 사무원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의사들은 고생이 많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러나 북한의 국가적 입장에서 보면 장점이 많습니다.

기자: 왜 그런가요?

란코프 교수: 의사의 노동력 가격이 아주 쌉니다. 그래서 국가는 매우 싼 가격으로 많은 의사들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이든 유럽이든 남한이든 의사는 아주 비싼, 최고급 노동력입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 인구 1만 명당 의사 숫자는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북한 의사의 교육수준은 미국이나 남한과 비교해 많이 낮은데, 그래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심한 병이 아닙니다. 맹장염이나 독감을 치료하기 위해서, 아주 우수한 의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의사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 설명을 들으니 북한의 보건제도는 좋은 제도인 것 같기도 한데요.

란코프 교수: 북한이 도입한 소련식 보건제도는 어렵게 사는 나라에서, 즉 국가가 보건예산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제한된 나라에서 장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에서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잘 사는 나라에서 평균 수명은 오늘날 80세 정도인데요. 사람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나라는, 매우 복잡하고 희귀한 병까지 잘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우수한 의사와 매우 비싼 의료 기구들이 필요합니다. 북한에서 다른 사회주의진영 국가처럼 이러한 시설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극소수 고급 간부들만 쓸 수 있습니다.

기자: 결국 북한의 보건제도는 의사가 많아서 병이 가벼운 환자들을 빨리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라는 말씀인데요. 또 다른 장점이 있나요?

란코프 교수: 장점이 또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모범적인 경찰국가입니다. 국가는 주민들을 열심히 감시하고, 주민들은 당국자에 대해서 겁이 많아서 위에서 내려운 지침을 거부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이것은 특히 오늘날 신형 코로나 비루스 위기 때 도움이 되는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예방접종을 원래부터 잘 하고 있습니다. 북한만큼 어렵게 사는 다른 나라들 대부분에서, 주민들은 당국자들에 대한 겁도 별로 없고, 또 당국은 북한처럼 주민들을 잘 통제하지 못합니다. 결국 북한은 자신만큼 낙후된 다른 나라들보다 비교적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와 함께 알아본 공산주의 역사,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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