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진영의 전염병 대처 (2)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3.31
measles_shot_nk_b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한 홍역백신 접종의 일환으로 함경남도 함주군 수흥리 병원에서 한 여학생이 홍역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란코프 교수님. 지난 시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의 보건제도 역사를 살펴 보았는데요. 교수님은 북한의 보건제도가 소련 보건제도를 정확하게 모방해서, 장점도 약점도 구소련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 북한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나요?

란코프 교수: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북한을 선진국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래도 소득수준이 비슷한 낙후된 나라들과 비교하면 대체로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새로 생긴 신종 코로나 비루스의 특징을 조금 간단하게 살펴봐야 하는데요. 물론 저는 의사도 생물학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래도 보건 전문가들의 관심 대상인 비루스의 특징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신종 코로나 비루스는 별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기자: 정확히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세계 어디나 신종 코로나 때문에 큰 위기인데요.

란코프 교수: 지금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린 주장은 이상한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입니다. 코로나 비루스에 걸린 사람들이 사망할 확률은 1%도 되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이것은 몇 년마다 한번씩 생기는 심한 독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흥미롭게도 신종 코로나 환자들 대부분은 별 증상도 없습니다. 환자 대부분은 간단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됩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비루스 때문에 몸이 많이 아플 뿐만 아니라 죽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들은 전체 환자들 가운데 많아도 15% 정도인데요. 그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나 이런저런 심한 병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먹을 걱정이 없어서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아마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영양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일 심한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은 바로 나이가 많은 노인들입니다. 노인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서 비싼 약품이 필요하고 또 매우 비싼 의료기기까지 필요합니다. 그들은 본인이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인공 호흡기 즉 환자가 제대로 숨을 못 쉴 때 폐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까지 필요합니다.

기자: 교수님 그렇다면 북한이 충분한 인공 호흡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란코프 교수: 정확히 알 수 없는데, 분명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고급간부들이 치료를 받는 봉화진료소나 남산병원에도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와 같은 인공호흡기는 나라 전체에 한대나 두대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북한과 생활수준과 소득이 비슷한 나라들에서 거의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는 매우 비싸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몇 개밖에 없습니다. 잘 못 사는 나라에서 이 만큼 비싼 장비를 수입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체 환자들 가운데 진짜 심하게 아플 사람이 10-15%이며, 그들 가운데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소수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것입니다.

기자: 그러나 장비도 없고 약품도 매우 부족한 북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교수: 대부분의 경우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항생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인데,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북한 의사들은 심하지 않은 신종 코로나 비루스를 진료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는 다른 잘 못 사는 나라들보다 의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간단한 진료를 받기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주에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에 의사가 많다는 것은 중요한 장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살펴봐야할 중요한 장점이 있는데, 보건제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기자: 그것이 무엇일까요?

란코프 교수: 흥미롭게도 방역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북한은 모범적인 경찰국가입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수십년 전부터 당국자들의 허가 없이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는 체제 밑에서 살아 왔습니다. 요즘에 북한은 국내 여행을 옛날만큼 엄격하게 감시 통제하지 않는데, 신종 코로나 비루스 위기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다시 거의 모든 국내여행을 차단할 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이렇게 할 경우 일부 지역에서 기근이 생길 수도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부에 대해 두려움이 많기 때문에 불만을 표출할 생각조차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비루스를 관리하기 위해서 국내여행과 국제여행에 대한 통제는 매우 효율적인 정책입니다. 사람들을 집에 가둬 둔다면, 비루스를 빠른 시간 안에 통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경제에 심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매우 심각한 후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정책입니다.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 비루스의 확산을 가로막을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약점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교수: 이것은 북한 뿐만 아니라 경제가 낙후된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약점입니다.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비싼 치료장비가 없어서, 심한 신종 코로나 비루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압도적으로 노인들인데요. 그 때문에 지금 북조선에서 심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60세 이상의 사람들입니다. 북한 노인들이 신종 코로나 비루스에 걸릴 경우,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물론 당중앙 부부장급이면 약간 희망이 있는데, 그들도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평백성 뿐만 아니라 간부, 돈주 대부분도 상황이 똑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심각한 신종 코로나 비루스 증상을 보일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교수님, 위험한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 뿐인가요?

란코프 교수: 대체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 비루스의 피해자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순수한 의학적 입장에서 보면 이번 위기는 북한 생각보다 비교적 잘 관리할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 위기 자체는 북한 경제에 심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데, 그 경제적 혼란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보건 문제가 아닙니다.

기자: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와 함께 알아본 공산주의 역사,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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