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국가의 역사 왜곡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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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방문했던 평안남도 안주지구 '마두산 혁명전적지'를 '제2의 백두산'으로 내세우며 '백두혈통' 우상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마두산 지역에서 '발굴'했다고 소개한 '백두산 3대 장군'(김일성ㆍ김정숙ㆍ김정일) 찬양 구호나무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방문했던 평안남도 안주지구 '마두산 혁명전적지'를 '제2의 백두산'으로 내세우며 '백두혈통' 우상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마두산 지역에서 '발굴'했다고 소개한 '백두산 3대 장군'(김일성ㆍ김정숙ㆍ김정일) 찬양 구호나무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이 시간은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대담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입니다.

- 북한의 대동강 문명, 믿는 사람 한 명도 없어

- 구소련도 다양한 역사 왜곡으로 체제 위대성 선전

- 공산국가 지도자, 민족주의를 인민 통제∙동원에 이용

- 공산국가에서 지식∙정보에 대한 검열과 단속이 중요한 이유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동원하고 통치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역사 왜곡입니다. 자국은 물론 지도자의 위대성을 높이고, 국민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인데요, 예를 들어 북한에서 6∙25 한국전쟁을 남한이 일으켰다는 것이 대표적이죠. 공산주의 국가는 왜 역사 왜곡을 하는 것일까요?

- 북한 사람들은 대동강 지역이 세계 문명의 발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대동강 문화에 대한 연구나 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란코프 교수] 그렇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북한 노동당과 보위성, 그리고 외교부의 자금으로 나온 책에서는 대동강 문화를 말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대동강 문명을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민족주의의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대동강 문명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동강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공산주의 역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한 가지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공산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국제주의를 많이 강조했고, 민족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공산당 지도자들은 공산주의 사상이나 국제주의 사상이 민중을 동원할 수도, 그들을 통치하고 동원하는 수단도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나 공산당은 사실상 국제주의 원칙을 포기했고,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구소련이든 중국이든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교수님, 그런데 마르크스나 엥겔스부터 국제주의를 많이 강조했는데요. 이를 믿는 공산당이 아예 없었을까요?

[란코프 교수] 물론 있었습니다. 지금도 조금 남아 있는데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공산주의 운동이 거의 죽어버렸습니다.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그들은 국제주의를 크게 강조합니다. 문제는 국제주의를 강조하고, 민족주의를 공격하고 민족 전통이 반동주의라고 주장하는 공산당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반정부∙ 반체제 운동을 하는 공산당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역사가 잘 보여주듯, 공산당이 정권을 잡으면 아주 짧은 기간에 민족주의를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합니다. 정권을 잡은 공산당은 옛 전통의 위대성을 강조하고, 민족의 위대성을 운운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선전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 왜곡까지 감행했습니다. 그래서 대동강 문화 이야기는 매우 심한, 그리고 대표적인 역사 왜곡입니다.

- 교수님, 다른 공산주의 국가 중에서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역사 사실을 날조한 나라도 있었나요?

[란코프 교수] 당연히 아주 많습니다. 스탈린 시대 후기의 소련은 러시아의 기술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거의 모든 기술이 러시아에서 개발되었다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발명했는데, 소련은 1870년대에 비행 기술을 연구했던 마자이스키라는 사람이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마자이스키라는 사람이 있었고, 비행기술 연구를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자이스키가 개발한 실험 비행기는 이륙하지 못해서 당연히 날아가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19세기 말 마자이스키처럼 날지 못하는 시험용 비행기를 만든 사람이 전 세계에 여러 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련 교과서와 책들은 마자이스키의 실험 비행기가 날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소련의 초등학생들은 소련 사람이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개발한 줄 알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기술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전문가들이 쓴 책을 읽었고, 그래서 마자이스키의 비행기가 날지 못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 같은 무렵, 전 세계에서 비슷한 연구를 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렇듯 소련은 북한 자유가 많은 나라여서 전문가들은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배우는 교과서나 일반 책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 비행기 이야기만 있나요? 다른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나요?

[란코프 교수] 당연히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1950년대 초 소련식 민족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 러시아사람이 증기 기관도 개발했고, 전보와 전화도 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고대역사를 설명하면서 옛날 사원이나 건축물 이야기를 했을 때도 왜곡이 많았습니다. 러시아의 역사를 보면 벽돌 건축 기술을 러시아에 가르쳐 준 사람은 주로 지중해나 서유럽 출신의 건축가들입니다. 이에 대한 기록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 책은 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러시아가 건축 기술을 자체적으로 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교수님, 그렇다면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은 어땠나요? 소련과 비슷했나요?

[란코프 교수]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권력을 잡고 있는 공산당은 민족주의의 힘도 알았습니다. 어디에서나 소박한 민중들에게 그들의 위대성을 선전했고, 한편으로는 그들은 동원했습니다.
문제는 동유럽에서 민족주의를 너무 많이 부추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동유럽을 통제했던 소련은 동유럽 민족주의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동유럽 국가들은 원래 러시아와 많이 싸웠기 때문에 당연히 민족주의는 반소련 색깔을 띨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련에서 통제를 많이 받지 않는 공산권 국가들은 민족주의를 아주 많이 활용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북한만큼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많이 강조한 공산국가가 없습니다. 물론 중국, 베트남, 알바니아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 교수님,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민족주의가 왜 이만큼 가치가 있었을까요?

[란코프 교수] 민족주의라는 것은 민중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데 효과가 매우 큽니다. 이만큼 효과적인 사상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민족이 이웃 민족보다 우월한 줄 알고 자신의 우월성을 믿으면, 정부와 집권계층의 말을 잘 듣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의지가 있습니다. 당연히 전쟁이나 충돌이 생긴다면 더 잘 싸울 것입니다.
애초 공산주의 혁명가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계급을 잘 믿고, 잘 싸우고, 열심히 일할 줄 알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의 부르주아 대신 이웃 나라 노동자들을 자신의 형제처럼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집권계층은 민족주의를 동원수단이나 통제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공산당 국가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합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인민들이 배울 수 있거나 받을 수 있는 소식과 지식을 잘 통제하고 검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동강 문명이나 마자이스크의 비행기, 러시아에서 최초로 만든 증기기관과 같은 거짓말을 거의 모든 사람이 믿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네. 그래서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이 공산권 국가 국민의 지식을 깨우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교수님과 함께 공산권 국가의 역사 왜곡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란코프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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