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1-04-28
Share
배우 윤여정,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 아카데미상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씨가 기자회견장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지난 일요일, 한반도 시간으로는 지난 월요일 기쁜 소식이 전해졌죠. 영화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우리 한국의 여배우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바로 이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 ‘기생충’이 4개의 주요상을 휩쓸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또 연이어 102년 한국영화사에서 한국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여우 조연상을 받아 국제적으로 우리 문화,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 비루스로 지친 국민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며 축하했고 세계의 주요 외신과 방송도 아카데미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이번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순서로 마련합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한국영화사 102년 만의 최초 아카데미 배우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영화사 102년 최초 아카데미 배우상이자 '사요나라'(57, 조슈아 로건 감독)의 우메키 미요시가 수상한 제30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이어 63년 만에 탄생하는 두 번째 아시아 여우조연상, 그리고 여섯 번째 아카데미 비영어권 연기 배우상이다.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긴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을 주축으로 국내 배우로는 윤여정 외에 한예리가 가세했다. 또 다른 한국계 미국 배우 앨런 김, 노엘 조가 출연했고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윤여정은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랑스러운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모든 상 휩쓸어 예견된 수상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 격인 심사위원대상과 최우수상 격인 관객상을 둘 다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후 각종 매체들은 윤여정을 ‘보랏 속편’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과 함께 강력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목하였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충족이라도 하듯 수많은 미국의 비평가 시상식 및 독립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거나 후보로 올랐다.

윤여정은 이후 미국배우조합상(SAG)과 영국 아카데미상(BAFTA)에서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데 성공하였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의 결과이다. 미국 언론에서도 올해 최고의 연기나 주목해야할 배우 리스트에 오르는 등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윤여정이 새 역사를 썼다" 외신들 큰 관심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직후 윤여정을 "'미나리'에서 어린 손자와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할머니를 연기해 한국 최초의 연기상 수상자가 됐다"고 소개하며 "오스카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두 번째 아시아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역사를 썼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윤여정이 오스카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카데미 93년 역사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코로나19 시대 시상식 시즌을 석권하며 최근 SAG 어워드와 BAFTA 어워드에서도 트로피를 거머쥐며 역사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오스카를 예측하며 윤여정의 '멈추지 않는 모멘텀'에 주목했다"고 보도했다.

인디와이어도 "윤여정은 네 개의 연기 부문 중 하나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 배우로서 오스카 역사를 만들었다"며 윤여정이 써내려간 새 역사에 주목했다.

영국의 스카이 뉴스는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보도하면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란 표현으로 시상식에서 웃음을 자아낸 데, 아카데미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농담을 했다"고 밝혔다.

가디언 또한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사를 표시했다. '미나리' 가족, 특히 정이삭 감독을 칭찬하는 등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며 윤여정의 남달랐던 수상 소감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이뤄냈다"면서 "윤여정이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재치있고 시사하는 바가 큰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아사히 신문은 "'미나리' 윤여정의 연기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아시안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것은 1958년 일본 낸시 우메키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과 윤여정을 한데 묶어 "감독상과 여우조연상 등 아시아계 여성 2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역사적 시상식"이라고 전했다.

인생 연륜이 녹아 든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연기

한국 특유의 방식으로 손자 데이비드(앨런 김)를 보살피고 때로는 가족의 연장자로서 딸 모니카(한예리)와 사위 제이콥(스티븐 연)을 보듬는 가족의 중심으로 인생 최고의 열연을 펼쳐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환경의 변화로 딸의 집에서 손주를 돌보며 함께 생활하게 된 할머니 순자 역을 자유롭고 뛰어나게 소화하여 인생 캐릭터를 획득했다는 압도적인 찬미를 받고 있다.

정이삭 감독의 실제 할머니를 주제로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것에 있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할머니상을 비틀어 새로운 감각의 어머니를 구현해냈으며 여태껏 겹겹이 쌓아온 윤여정의 독특한 정체성과 영화의 구성요소가 절묘하게 맞물려 매우 사랑스러운 인물로 그려졌다.

마지막 부근의 해묵어진 갈등사항의 해법을 제시하고 끝내 홀로 살아남는 미나리를 심는 절절하고 경이로운 모습과 연출에 각자의 할머니가 떠오르는 벅찬 경험을 했다는 관객이 많다.

배우 56년 인생, 71년 영화 ‘화녀’로 영화계 첫 발

올해 6월 19일에 74세 생일을 맞는 윤여정은 영화계 첫 발을 디딘 지 56년이 되는 원로배우로, 2021년 현재까지도 주연/조연, 상업영화/독립영화를 가리지 않고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윤여정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대본 암기력이 뛰어나며, 집중력이 좋고 영민한 것으로 소문난 배우인데, 어렸을 때에도 웅변이나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1971년 영화계 진출 직후 거장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최고의 성취를 거두게 된다.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로 출연해서 스타덤에 올랐는데, 당시 신문에서도 천재 여배우 나왔다고 대서특필할 정도였다. 윤여정은 이 작품을 통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또 1972년 연이어 '충녀'에 출연하면서 젊은 전성기를 화려하게 불태웠고 역시 절륜한 연기를 선보여 여배우 이화시와 함께 이른바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또다른 인격)'로 불리게 된다.

까다롭고 엄격하고 보수적인 시어머니 배역이나 잔소리 잘하고 무척이나 고집 센 아주머니, 할머니 정도의 이미지가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에서는 돈의 맛에서 같은 카리스마 있는 역할부터 가루지기에서 같은 미묘한 색기가 있는 역할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배역이어도 극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완급조절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록’이라고 부를 만큼 평소에도 가슴에 와 닿는 말들 남겨

어느 연예프로그램에서 윤여정이 남긴 말은 연기자의 자세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 거였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어.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 훌륭한 남편 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 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은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고, 한 신 한 신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거라고."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해외 언론에서 화제

브래드 피트의 수상자 호명으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마침내 브래드 피트를 만나게 됐다.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에 계셨나? 정말 이렇게 만나게 돼 기쁘다"고 특유의 재치를 드러내 할리우드 스타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어 "나는 한국에서 왔다. 내 이름은 윤여정인데 유럽인들은 많은 분이 내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여러분 모두 용서하겠다. 사실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TV로 아카데미를 봤는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하다. 나에게 표를 던져준 모든 분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스티븐,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정이삭 감독은 우리의 선장이자 또 나의 감독이었다. 너무 감사하다. 감사드릴 분이 너무 많다"고 차분히 인사를 전했다.

또한 "나는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을 하겠나?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 우리 사회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다섯 후보들은 다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서 있는 것 같다” 며 겸손한 자세로 잃지 않았다.

현지 매체는 윤여정이 재치 있는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압도한 것에 대해 "세 시간 동안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꼭 필요한 유머를 선사하며 수상 소감 중 몇 가지의 농담을 던졌다"고 했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인종차별에 관한 일침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최근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윤여정은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며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여러 색깔이 있는 게 중요하다"며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 넷의 나이에 여성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은 윤여정 씨, 그녀의 말 대로 인생에서 갑자기 펑하고 신기루 같은 일이 나타나는 건 없습니다, 꾸준히 노력과 절실함, 부단한 연습이 자신의 연기 비결이었다는 말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의 삶이 지금은 아무리 고단하고 힘겹다 하더라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행복한 미래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여러 분에게도 언젠가는 주위로부터 또는 자신에게 스스로 박수를 받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오늘 문화여행은 한국의 여배우 윤여정 씨가 지난 월요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쾌거와 관련한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