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의 부활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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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천 수변무대에서 열린 '양재천 벚꽃 등 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동춘서커스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서울 양재천 수변무대에서 열린 '양재천 벚꽃 등 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동춘서커스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어려웠던 옛 시절 최고의 볼거리는 서커스

-한국 서커스의 산 역사 동춘 서커스단, 유랑과 존폐 위기 딛고 대부도에 정착

-요즘 서커스에서 동물이 안 보이는 이유

-국내 최초의 서커스 페스티벌, 국내외 다양한 서커스 선 보여

-예술과의 접목, 아트 서커스 공연 늘어나

-남북 화해 무드와 맞물려 북한교예단과 남한 서커스단의 합동공연 추진 기대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지금은 수 많은, 다양한 공연들이 여기 저기서 펼쳐지고 있습니다만 우리 민족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6.25전쟁을 겪던 시기의 암울한 시기에는 공연다운 공연이 없었죠.

그저 전국을 떠도는 유랑극단의 공연, 그리고 또 하나의 공연이라면 서커스가 있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시절, 암울하던 시절에 그나마 유랑극단 그리고 서커스 공연은 삶에 지친 서민들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잠시나마 즐거움을 줬다는 점에서 큰 공헌을 했던 공연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여러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기에 밀려나고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리움의 존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서커스의 세계로 한번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저도 어린 시절 동네에 서커스가 들어오면 동네가 떠들썩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헌식 : 그렇죠. 특유의 음악 연주를 하면서….

이장균 : 아무래도 시대가 바뀌면서 텔레비전이 등장을 하고 각종 영화가 등장을 하면서 서커스가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만 그러나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동춘서커스단이라고.. 예전에 한번 없어진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있는 모양이죠?

어려웠던 옛 시절 최고의 볼거리는 서커스

김헌식 : 네, 아직도 있습니다. 그 연원을 보니까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도 관련이 있어서 더욱 각별한데요, 동춘서커스단은 1925년 일본 서커스 단원에서 일인의 횡포와 냉대를 견디다 못해 독립한 30여명의 사람들이 창단을 했습니다.

1925년 박동수 씨가 자신의 호, 동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커스단을 창단한 건데요, 1960년대만 해도 소속단원이 300명이 넘을 만큼 거대한 연예집단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동춘서커스는 볼거리가 풍족하지 않고 가난했던 시절부터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며 90여년 동안 연중무휴로 한결 같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닌 한국 대중예술의 모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미디언 이주일, 서영춘, 배삼룡과 영화배우 허장강을 비롯한 숱한 인기 연예인들이 동춘 서커스를 거쳐 텔레비전 영화 등으로 진출했습니다. 한참 잘 나갈 때는 서커스단 18개가 우리나라를 순회하면서 우리나라 대중예술에 중추적,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공연한 횟수를 제가 통계로 내 보았는데 현재 68,500회. 아마 세계적으로 이렇게 공연 많이 한 단체는 드물 거라는 생각입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활발한 활동을 하던 시기에 어려운 기술을 연마한 분들이 그야말로 곡예를 통해 서커스를 보여줬는데 요즘에도 그런 비슷한 공연을 하고 있습니까? 어떤 공연을 하고 있는지요?

한국 서커스의 산 역사 동춘 서커스단, 유랑과 존폐 위기 딛고 대부도에 정착

김헌식 : 경기도 안산 대부도라는 곳이 있는데 예전엔 섬이었는데 이제는 육지화 됐는데요, 여기에 가면 동춘 서커스단 공연장이 따로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연출로 탄생한 ‘NEW 홍길동’은 90여 분 동안 모두 16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8m 높이의 기둥을 몸의 탄력으로만 오르내리는 곡예사들에 의해 아슬아슬한 동작을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옵니다.

평일은 두 번. 주말은 네 번이 고정이고, 40인 이상 단체는 원하는 시간에 맞춰 공연을 해줍니다. 그리고 경남 김해, 경북 안동 포항 등 전국에서 버스 대절해 많은 어르신들이 공연장을 찾아 오시곤 합니다

이장균 : 그 힘든 유랑의 생활을 하던 데서 벗어나 이제 정착을 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1925년에 창단을 했으면 거의 90년이 넘는 적지 않은 세월입니다만 이런 긴 시간 동안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도 있고 그런 가운데서도 이렇게 끝까지 명맥을 유지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김헌식 : 2009년에 IMF 금융 위기를 맞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2010년 11월 동춘 서커스단은 해체선언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그 뒤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죠.

11월 15일에 해체 선언을 했는데 이게 언론에 알려지자 서커스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십만여 명이 엄청난 응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서커스단을 살리자고 나서서 ‘동춘 서커스’ 살리기 카페가 만들어지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금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 동안 공사장이나 야간업소로 흩어졌던 단원들도 다시 복귀하기 시작했고 그 해 12월 24일에 마지막 공연을 한다고 했는데 1200석이 회마다 매진됐고, 한 달 만에 모든 빚을 갚고 정착할 공간까지도 생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 3월에 안산시 공무원들이 서커스단을 찾아왔습니다. 지원해 줄 테니 대부도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겠느냐 문의를 해 온 거죠. 일종의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으로 제안한 건데 단원들이 현장답사를 해보니까 너무 조건이 좋았습니다.

인근에 해수욕장도 있고, 유원지도 있고 식당도 있고 특히 주말에는 많은 분들이 이곳을 방문하시거든요. 그래서 동춘 서커스단이 안산 대부도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부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장균 : 정말 기적이 일어난 거군요. 기사회생을 한 경우네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금, 이런 건 참 잘 하십니다.

이장균 :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민들과 함께 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런 서커스단이 사라졌더라면 정말 아쉬움이 컸을 텐데 이렇게 정착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커스를 계속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김헌식 : 그렇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서커스 하면 줄을 타고 여러 가지 곡예를 부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만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역시 동물들 아닙니까? 원숭이라든가 코끼리 라든가.. 그런데 요즘에는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요즘 서커스에서 동물이 안 보이는 이유

김헌식 : 그렇습니다. 동춘 서커스단 같은 경우도 동물을 이용한 서커스는 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동물권리단체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서커스가 동물을 학대시키며 인간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얘길 하기 때문입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과학적 연구를 인용해 동물들의 공연 횟수가 많고 훈련과 운송 과정에서 부상과 스트레스로 고통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동물 서커스는 지양되고 있고요 사실 길들이기 위해서는 배고픔과 매로 가르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자체가 동물 학대라서 동물보호법에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장균 : 즐기고 웃고 그런 것도 좋습니다만 굳이 동물들을 학대하면서까지 즐거워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서커스와 관련한 여러 영화나 소설도 많이 나왔습니다만 노래도 많이 나왔죠. 그 가운데 한 곡 잠시 듣고 또 말씀 나누죠. 가수 박경애 씨가 노래하는 ‘곡예사의 첫 사랑’입니다.

(music : 곡예사의 첫 사랑 / 박경애)

이장균 : 동춘 서커스단만이 아니라 얼마 전에는 국내 최초의 서커스 페스티벌, 즉 서커스 축제가 열렸다고요?

국내 최초의 서커스 페스티벌, 국내외 다양한 서커스 선 보여

김헌식 : 그렇습니다. 서커스도 이제 현대화 되고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2018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서커스 카바레’가 지난 5월 12∼13일 서울 상암동에 있는 문화비축기지라는 곳에서 열렸습니다.

서커스 카바레는 서커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서커스 페스티벌. 축제 동안 10편의 국내외 작품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 현대 서커스 작품 3편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고 국내 초청작으로는 ‘외봉인생’, ‘체어, 등 7편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모든 공연은 무료였고요. 서커스 공연과 더불어 시민들이 서커스를 배우고 체험하는 ‘서커스 예술 놀이터’와 시민 경연 프로그램 ‘나도 서커스타’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광주에 가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일원에서 펼쳐지는 거리 공연 축제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는데요, 전국의 내로라 하는 서커스 공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동춘 서커스단의 후예들이라는 이름으로 거리공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서커스가 옛날의 서커스가 아니고 젊은 세대들에 의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장균 : 요즘에는 서커스와 현대적인 예술의 접목 이런 시도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요?

예술과의 접목, 아트 서커스 공연 늘어나

김헌식 : 그렇습니다. 두 가지가 결합되고 있는데요, 하나는 경이로운 묘기에 가까운 공연을 하는 것과 예술적인, 그러니까 시각적이라든지 시적이라든지 음악적 이런 측면을 결합한 서커스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최근엔 서커스 학교가 생겼고 서커스를 무용, 음악, 연극과 접목해 하나의 공연 작품으로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커스가 단순 기예의 향연이 아닌 한 편의 공연 예술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인데요,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계속 이런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심지어는 회화, 애니메이션, 서커스, 연극이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융합공연인 ‘보스 드림즈’이 한국에도 선을 보여서 많은 호평을 받았고요,

그런 가운데서도 저글링, 핸드 밸런싱, 트래피즈 등 서커스 기술을 활용해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기도 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장균 : 서커스가 현대의 다양한 예술과 접목돼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한발 더 나아가서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인공지능, AI 기술과도 새로운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고요?

인공지능 (AI)과의 접목 등 서커스의 진화는 계속 진행 중

김헌식 : 그렇습니다. 국내 서커스단인 '동춘 서커스'가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시도 하는 것인데요, 서커스단의 곡예에 로봇이 등장합니다. 로봇들이 강렬한 춤동작을 옆에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또 인공지능(AI) 기술이 작곡한 노래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여기에 관련된 안무를 맞춰서 공연에 넣기도 하고요

그래서 인공지능이 작곡하고 로봇이 연기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서커스단이 보여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첨단테크놀로지, 즉 첨단기술과 서커스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서커스의 새로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장균 : 북한의 경우는 교예단이라고 그러죠, 평양모란봉교예단이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에서 공연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만 남북이 화해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 평양모란봉교예단과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남한의 동춘 서커스단이 함께 합동공연을 갖는 것도 한번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북 화해 무드와 맞물려 북한교예단과 남한 서커스단의 합동공연 추진 기대

김헌식 : 남북 교예단이 함께 공연을 갖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이는데요, 무엇보다도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교예단을 남쪽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최근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평양 교예단과 합동공연을 추진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양 교예단 단장들이 중국에서 자주 눈에 띈다고 하는데요, 중국에는 서커스대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이미 북한 교예단이 해외공연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 당시 남한 쪽 서커스 관계자가 들은 얘기는 북한 교예단 단장들이 10개월 전에만 얘기해주면 올 수 있다고 얘기를 한 바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당시에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추진할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말씀하신 대로 남북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합동공연을 하기에는 어느 때보다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장균 : 남북이 오랜 분단의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이 단절되고 변화됐지만 서로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기억은 분명히 있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접시 돌리는 모습이라든가 외줄타기 모습 다들 공유하고 있는 기억들이고 그런 것을 통해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제는 옛날의 어려웠던 기억보다는 남북이 함께 잘 사는 시대를 꿈꾸면서 마음껏 공연을 함께 즐기는, 그런 가운데 서커스도 하나의 당당한 공연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김헌식 교수와 함께 떠나는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서커스, 곡예, 혹은 교예라고도 합니다만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서커스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함께 해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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