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예매

서울-노재완, 박소연 nohjw@rfa.org
2018.02.06
nk_show_ticket-620 5일 서울 서초구 인터파크티켓 회의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관람 티켓 추첨식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추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7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왔는데요.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남한에서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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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지구촌 최대 체육 축제인 동계올림픽 개막도 이제 불과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맞는 올림픽인데요. 솔직히 기분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박소연: 저는 남한의 일반 사람들보다 2배는 더 설렐 거라 생각됩니다. 북한에 있을 때 올림픽은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 그리고 강한 나라만이 여는 행사라고 배웠거든요. 그런 올림픽을 제가 가까이서 본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노재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삼지연관연악단이 8일 강원도 강릉에서 그리고 11일 서울에서 특별공연을 하는데요. 이번 공연 관람은 모두 무료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공연 관람을 신청했습니다. 혹시 소연 씨도 관람권 응모하셨나요?

박소연: 저는 못 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번 평창올림픽에 선수들보다 예술단이 더 많이 온다고 해서 탈북자 입장에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북한에도 운동선수들이 많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더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길 바랐습니다. 물론 저도 오랜만에 성사된 남북 예술교류라 조금은 기대도 되는데요. 그래서 예매도 생각했는데 응모가 끝나 예매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텔레비전으로 실시간 중계를 해준다고 하니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죠.

노재완: 소연 씨, 그거 아세요? 한국의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24시간 동안 공연 티켓 응모를 한 결과 15만 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모 경쟁률이 468:1로 집계되었는데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박소연: 거의 500명 가운데 1명이 되는 거잖아요. 이번에 공연을 보는 사람은 정말 로또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네요.

노재완: 정말 운이 좋은 거죠.

박소연: 제가 주변 남한 분들에게 물어봤어요. 북한 예술공연에 관심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대체로 관심을 두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물었더니 북한 예술공연에 대한 동경보다는 북한 관현악에 대한 호기심에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노재완: 이번 공연에는 남북 양쪽이 모두 잘 아는 민요와 남한 노래, 세계 명곡 등이 무대에 오른다고 하는데요. 정치색이 짙은 노래나 음악은 완전히 배제했다고 하는데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에서 살다 오셨기 때문에 공연에 참여하는 북한 예술인들에 대한 관심도 높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박소연: 개인적으로 저도 이번 공연에 오는 예술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합니다. 북한에서 이런 악단에 들어가려면 인물도 좋고 기량도 좋고 토대도 좋아야 합니다. 더구나 외국이 아닌 한국으로 오기 때문에 더욱 이런 것들을 따지겠죠. 저는 공연 티켓 응모 결과를 보면서 북한 인민들은 이런 상황을 또 오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재완: 어떤 오해가 있다는 말씀이죠?

박소연: 공연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관심을 ‘주체예술’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선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북한에서 이러한 예술 공연을 40년 동안 듣고 살아온 탈북자로서 이러한 활동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말고 순수 예술적인 교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2003년 8월 가수 송대관과 주현미가 kBS 전국노래자랑 ‘평양노래자랑’에 출연하여 불렀던 노래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노재완: 소연 씨도 남한이 진행한 평양 노래자랑을 보셨군요?

박소연: 네, 가수 주현미 씨가 야외 무대에서 ‘또 만났네요’라는 노래를 불렀는데요. 노래 가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당시 저는 남한 가수가 왔다고 해서 반갑다는 느낌보다는 자본주의 음악에 대한 거부감이 앞섰습니다. 자본주의 음악은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고 소리만 막지르면서 제멋대로 부르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재완: 그런데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니까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박소연: 주현미의 노래를 듣고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간드러진 목소리에 가사도 얼마나 잘 들렸는지 결국 그 노래는 유명세를 탔고 북한 여성들이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로 북한 사람들은 남한 예술에 대해 알게 됐고 동경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조선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노재완: 그렇게 남한 노래를 따라 부르면 북한 당국이 단속하지 않나요?

박소연: 어떻게 24시간 내내 감시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당국의 단속을 피해 몰래 부르는 거죠. 가끔 제가 남한 노래를 부르면 아들이 와서 안전원이 와서 잡아간다며 말리곤 했습니다. 잦은 정전으로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할 수 없는 북한에서 간혹 TV를 틀면 정치색이 짙은 노래가 지속적으로 나와 화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움직이기도 하는데요. 북한 음악은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노재완: 아무튼 이번 공연을 통해 남한 국민들이 오랜만에 북한 음악을 감상하고 예술인을 본다는 점에선 매우 흥밋거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번 공연으로 남북이 정말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보지만... 솔직히 공연이 끝나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소연: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며칠 앞둔 지금 저도 작지만 소중한 바람이 있습니다. 이 공연으로 우리가 순수 음악으로 하나 되고 공감하는 순간이 마련되길 바라고요. 남한 국민들의 기대에 꼭 부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노재완: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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