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은혜와 원한이 교차하는 북중 관계
2024.09.26
-중국, “한국은 동반자”, “관계 발전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
-내년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방한 가능성 언급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일 맞춰 북 최고인민회의 개최, 중국 답방은 누가?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정리할수록 더 헝클어지는 북중 관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최근 한중 간 고위급 교류에 이어 지방정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냉랭했던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데요, 나아가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지난 18일, 한국 국회의 한중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중국 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가 시진핑 주석 방한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왕 부장 역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재차 전달했는데요, 외교가에서는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왕 부장이 한국을 찾으면 시 주석의 방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말입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 계속 논의해왔고또 앞으로도 다양한 계기의 하반기에 여러 가지 다자 회의를 포함해서 다양한 계기에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이와 관련해서 아마 내년도 에이팩 정상회의가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았는데요, 내년에 한국을 방문하면 11년 만입니다. 올해 11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에서 한중 정상의 깜짝 회담이 열릴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의 국회의장 격인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역시 한중 협력 확대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장 신뢰하는 복심으로 통하는 자오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한 한국 의원 대표단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또 지역의 평화와 안전, 발전, 번영에 유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한중 관계 복원의 배경에는 중국이 늑대 외교로 불리는 공격적인 대외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하며 주변국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로 경색되고 코로나 대유행 사태로 교류가 중단됐던 한중 관계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면서 5년 만에 복원됐습니다.
3국 정상회의 직전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 회담을 가졌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화가 복원되자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도 늘었는데요, 4월 랴오닝성 당서기, 6월 장쑤성 당서기 등의 방한에 이어 이달 초에는 간쑤성 부서기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말 베이징을 방문해 인융 베이징시 시장과 회담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상하이 등 중국 4개 주요 도시의 대외교류 담당 중견 간부들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또 지난 5년 동안 중단됐던 ‘한중 미래지향 교류 사업’도 재개됐습니다.
이렇게 한중 관계가 복원되는 가운데 혈맹인 북중 관계는 미묘한 기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76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축전을 보냈지만 지난해보다 북중 우의를 강조하는 표현이 줄었고, 김 총비서의 답전에서도 협력과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번 김 총비서의 답전에는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했던 2022년 답전과 달리 '충심'이란 표현이 빠졌습니다.
중국 수뇌부의 동향에 밝은 홍콩 매체, 성도일보는 23일 ‘중국관찰’이란 기사에서 북중 정상의 북한 국경절(9 ·9절) 축전과 답장을 소개하면서 양국 관계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정리할수록 더 헝클어진다(剪不斷 理還亂)”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중국 오대십국(五代十國) 시기 남당의 마지막 황제였던 이욱(李煜, 937~978)이 이별을 노래한 한시 ‘오야제(烏夜啼)’ 즉 까마귀 우는 밤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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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일보는 한국 언론이 보도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 “중국은 숙적” 관련 보도를 인용하고, 7월 북한의 한국전쟁 정전 71주년 기념식에 왕야진 평양 주재 중국대사가 이례적으로 불참했던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북·중 사이엔 "은혜와 원한이 교차했다"며 불편했던 과거사도 언급했는데요,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에는 ‘북·중 우호협조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해 동맹을 맺었지만, 북한이 중국과 소련 사이를 오가면서 중국과의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성도일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91년 김일성에게 “중국과 북한은 형제다. 그렇다고 동맹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 있고,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은퇴 후 “작은 김(小金, 김정일), 이 사람은 무척 교활하다”라고 언급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지난 6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엔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영상들이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그대로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그 내용은 김 총비서를 ‘잔인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고모부를 처형했으며 형제를 제거했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영상에서는 김 총비서의 딸 주애를 '소공주'라고 부르며 4대 세습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 동영상 인터넷 사이트에 이처럼 북한에 비판적인 영상이 올라온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통 중국 당국의 사전심사를 거쳐 용인된 콘텐츠들만 올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북한은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일 다음 날인 10월7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4월 자오러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북한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이 북중수교 75주년 기념일에 베이징을 답방하는 것이 수순인데 기념일에 맞춰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겁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최고인민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최 상임위원장이 전날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상임위원장보다 급이 낮은 인사를 중국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프로모 ###
지난 22일 중국 전역 50곳에서 총 5,000쌍에 이르는 남녀가 합동결혼식을 올렸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위기를 겪는 중국 정부의 고육지책의 일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합동결혼식은 중국 정부와 부녀연맹 등이 공동으로 지원했으며, 1949년 이후 중국 당국이 주선한 합동결혼식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합동결혼식은 수도 베이징과 정저우, 홍콩, 마카오 등 중국 전역의 예식장 50곳에서 진행됐는데요, 특히 네이멍구 자치구 예식장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3백 쌍의 부부가 결혼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이번 합동결혼식은 저출생과 고령화 사회를 맞은 중국에서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통계 전문가 허야푸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혼인율이 감소한 이유는 결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이번 합동결혼식은 간소화된 예식을 장려해 결혼 비용을 줄임으로써 혼인율을 높이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던 중국의 신생아 수는 2022년과 2023년 잇달아 천만 명을 밑돌면서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혼인신고 건수도 올해 상반기 343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만 건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다양한 결혼 장려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지자체들은 한 건의 혼인신고라도 더 받겠다며 지난달 10일 칠석, 음력 7월 7일날 연장근무에 나선 가운데 산시성 시안시 정부는 신혼부부에게 복권 증정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생계 곤란과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 끼 먹고 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요?
또 장마당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데 비해 육아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지원이 없는 것도 북한의 출산율 저하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며 육아까지 혼자 담당한다면 출산을 꺼리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북한 당국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모성 영웅을 장려하고 다자녀 가구에 주택을 우선 배정한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정책들이 과연 북한의 출생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