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2024년 지구촌 첫 선거, 대만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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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대선 '친미반중 성향' 라이칭더 당선
  • 중국의 대선 개입 속 치러진 선거
  • 라이칭더 당선자 "대만 민주주의의 승리"
  • 미국 '환영' ... 중국 "대만독립은 죽음의 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민주진보당, 약칭으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를 꺾고 승리했습니다. 대만 국민은 대선 직전까지 경제 제재와 군사적 위협 등으로 선거에 개입했던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미국 중시, 반(反)중국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2024년 새해 들어 지구촌의 첫 대선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는데요,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은 환영의 메시지를 낸 반면 중국은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 시간, 관련 소식 집중적으로 다뤄봅니다.

INS- 대만 선거 방송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 1만 7,795개의 선거장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득표율 40.05%인 558만 6,000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습니다. 친중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67) 후보는 33.49%(467만 1,000표), 중도 성향인 민중당의 커원저(65) 후보는 26.46%(369만 표)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13일 밤, 승리가 확정되자 “‘2024년 지구촌 선거의 해’에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첫 번째 선거에서 대만 민주 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중국의 공격과 위협에서 대만을 지킬 결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선거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는 대만 국민의 민주적 선택을 목격했을 것”이라며 중국이대만 국민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INS (라이칭더 당선인) 대만 해협 반대편에서도 대만 국민의 민주주의 주장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올해 65세인 라이칭더 당선인은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지난 1959년 광부의 아들로 대만 신베이시에서 태어난 라이 당선인은 두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는데요, 그는 선거 전날 신베이시에서 한 마지막 유세에서 “나는 광부의 아들이라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라이 당선인은 대만대학교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를 거쳐 의사 생활을 이어오던 중 지난 1994년 정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격인 입법위원에 4차례 당선된 뒤 2010년부터 대만의 옛 수도 타이난 시장을 역임했고, 지난 2017년 차이잉원 정부의 두 번째 행정원장 즉 총리에 발탁됐습니다.

지난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 전 총통과의 경합에서 패배한 뒤 그와 함께 부총통으로 나섰으며 차이 총통의 당선 이후 부총통 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또 일찌감치 차이 총통 뒤를 이을 민진당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라이 후보의 이번 승리로 민진당은 1996년 총통 직선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12년 집권’을 이뤄냈습니다. 그동안 직선제 도입 후 민진당과 국민당이 교차 집권하다 2016년 차이잉원이 총통에 오른 이후 재선을 거쳐 또다시 정권을 잡은 것입니다.

다만 라이 당선인의 득표율은 2020년 대선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얻은 57.13%의 득표율에는 한참 못 미치는데요, 대선과 함께 실시된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총 113석의 입법위원 중 민진당이 얻은 의석수는 51석. 52석을 얻은 국민당에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민중당의 커 후보가 득표율 26%를 달성하고 의회에선 8석을 차지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캐스팅보트는 의회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결수가 동일한 경우 소수의 제3당의 의결에 의해 사안이 결정되는 권한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치열했습니다.

이처럼 대만 총통 선거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치열했던 이유는 중국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중국은 선거 두 달 전부터 대만의 각 지자체장들을 본토로 불러들여 훈령을 내리고, 군함과 전투기, 정찰 풍선 등을 동원해 대만에 대한 무력 압박을 가했습니다.

또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민진당이 계속 집권하면 전쟁이 날 수 있고, 중국과 화해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통해 흡수될 수도 있다는 식의 공포 여론전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무관세 혜택 철폐 등 경제적 압박까지 가세하자 대만 민심의 불안감이 ‘친중’ 표심으로 단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실제 대선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32~38%, 국민당의 허우유 후보가 27~35%의 지지율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면서 누구도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 후보는 ‘대만 민주주의 수호’를 강력히 호소하며 민심의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특히 라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최근 수년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중국 당국의 탄압에 의해 사실상 ‘궤멸’된 것을 크게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라이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 “주권이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라며 “중국을 지지하는 후보를 뽑게 되면 대만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선거는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라이 당선인이 당선 이후 이번 대선을 “대만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표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INS ( 라이칭더 당선인 ) 대만 국민은 외부 세력의 선거 개입에 성공적으로 저항했습니다 . 이는 우리가 스스로 총통을 선출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또 선거 사흘 전 국민당 마잉주 전 총통이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해 중도층의 반중 정서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공갈 협박과 국민당 후보의 지나친 친중 노선이 대만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 프로모 ###

대만 선거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했지만 엇갈린 반응을 내놨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킨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대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라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자신감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는 이날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대만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해들리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입니다.

INS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초당적이며 원칙적이고 확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할 기회를 가져 영광입니다."

중국은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 당선인의 승리에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미 국무부 성명에 “중국 대만 지역 선거에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항의의 뜻을 밝혔습니다. 속보를 다루는 중국의 인터넷 뉴스조차 대만 선거 결과를 보도하지 않다가 당국의 논평 이후 단신으로 짤막하게 서너 줄로만 보도했습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는 관련 법과 규정, 정책을 내세워 아예 대만 선거 관련 게시물을 차단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말입니다.

INS "대만 독립은 대만 사람들의 이익, 중국의 근본 이익을 위협할 뿐 아니라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겁니다.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입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대만의 새 총통 취임식까지 중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서거나 특정 제품 수입 중단 같은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중국이 대만 정치 활동에 더욱 깊이 관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중국은 과거 친미, 독립파인 차이잉원 총통 집권 시에도 상당한 외교, 군사, 경제적 압박을 가했습니다. 라이칭더 후보는 차이잉원 총통보다도 더 강한 대만 독립파로 알려져 있는데요, 중국 당국으로서는 차이잉원 시절보다 더 강한 압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라이칭더가 민진당 총통 후보에 오르자 “완고한 독립 강경론자”,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해 원색적으로 비난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향후 라이칭더 당선자가 중국과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 큰 파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를 의식한 듯 라이 당선인도 대선 기간 “대등과 존엄이 유지된다면 중국과의 교류, 협력에 기꺼이 나설 수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라이 당선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세운 ‘대등과 존엄’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중국의 기본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양안 갈등이 쉽게 가라앉을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이번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친미, 민주주의’ 노선의 승리, ‘친중, 패권주의’ 노선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중국 당국은 그동안 민진당 정부를 노골적으로 맹비난하면서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양안 긴장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는 ‘위협’을 가해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역효과를 불러와 친미,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돕는 격이 됐습니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도 대한민국을 향해 ‘민족의 개념’ 대신 ‘제1 주적’이라며 무력 통일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요, 가뜩이나 부정적인 북한 정권에 대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인식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핵으로 위협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방 태세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오늘의 중국>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제작 이현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