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정착한 탈북여성의 꿈

토론토-장소연 xallsl@rfa.org
2021.03.08
캐나다에 정착한 탈북여성의 꿈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3월 8일)을 기념하는 전국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일꾼들과 여맹원들의 체육·오락 경기 모습.
/연합뉴스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합니다.

매년 3월 8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여성의 날”입니다. 북한에서는 “국제부녀절”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날은 국제노동절(5.1) 그리고 국제아동절(6.1)과 함께 북한에서 기념하는 3대 국제 기념일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3년전인 1908년 3월 8일, 1만 5천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미국 뉴욕시의 러트거스 광장에서 빵과 장미를 달라며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빵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뜻이었고 장미는 선거권과 같은 정치적 권리를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때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는 전 세계 여성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1910년 독일의 한 여성운동가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에 호응해 그 다음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기리고 있습니다.

따로 어머니의 날이나 어버이의 날이 없는 북한에는 여성의 날로 사람들이 유일하게 즐기는 날이 바로 3.8절입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서 11월 16일을 어머니의 날로 제정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인정하는 여성의 명절이 3.8절입니다.

지금 캐나다에 사는 탈북민 김선아 씨가 기억하는 북한의 3.8절은 1년중 딱 하루 여성이 대접받는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부엌에서 해방될 날이 없는 여성들이 이날 만은 남편이 해주는 밥상을 받아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부엌에만 들어가도 남보기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북한에서는 이날에만은 아이들이 아버지를 깨우면서 밥을 하라며 즐거운 야단을 칠 수 있는 날이고 또 저녁에는 인민반별로 혹은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 한잔 나누며 사실 여느 큰 명절 못지 않게 흥성이기도 합니다.

3.8절에 북한에서는 중앙이나 도급 기관들을 제외하고는 민간에서는 따로 정치행사를 하지 않아 사람들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명절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3.8절은 북한여성이 여성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에 온 탈북민 김선아 씨가 가장 먼저 체감으로 느낀 것은 “레이디 퍼스트” 즉 여성 우선사회라는 것입니다.

실례로 차를 탈 때 여성이 우선 타도록 거들어 준다든가 또는 길을 갈 때도 여성이 먼저 가도록 자기 앞을 내주는 것이 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예절입니다. 그래서 흔히 캐나다에는 어린이, 여성, 노인, 강아지 그리고 남자 순이라는 농담이 있는데요. 남성들이 물리적으로 약자인 어린이들과 여성, 노인들을 먼저 배려하는 사회라는 뜻이죠. 하지만 선아 씨 같은 탈북여성이 캐나다와 같은 외부세계에서 살면서 가장 감동하는 것은 바로 생리대와 아이 기저귀입니다.

북한에서 선아 씨는 단 한번도 일회용 생리대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돈이 있는 집 여성들이 쓰는 것이 면가제천이고 일반적으로 북한여성들은 스프나 화학섬유로 만든 속옷을 뜯어서 생리대로 씁니다. 아이들 기저귀도 면천을 쓰는 집은 정말 잘 사는 집이고 일반적으로 고포천이라고 부르는 재생천을 씁니다.

그런 기저귀를 강물에서 빨아 말려서 쓰는데 생리대는 특히 여성들이 빨아서 남이 볼까 봐 어디에 함부로 널 수도 없어 몰래 밤에 밖에 널거나 어떤 때는 몸에 넣어서 말리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데서나 손쉽게 사서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생리대와 기저귀인데 말입니다.

지난해 선아 씨는 토론토 죠지브라운 칼리지에 입학해 유아교육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선아씨는 졸업하면 유아용품을 파는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꿈인데요. 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하고 싶은 것은 북한에 살고 있는 동생들과 친구들에게 생리대와 아이 기저귀를 보내는 것입니다. 선아 씨의 꿈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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