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마라톤 ‘한라서 백두까지’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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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원에서 열린 2015 평화통일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임진강을 건너 통일대교 남단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원에서 열린 2015 평화통일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임진강을 건너 통일대교 남단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통일 역전경주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통일 역전경주대회는 제주도부터 경기도 군사분계선 지역인 파주시까지 모두 259km 구간을 이어 달리는 육상 경기인데요. 통일의 염원을 안고 달리는 만큼 의미 있는 대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통일 역전경주대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보통 마라톤 하면 혼자서만 달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여러 명의 선수가 이어 달릴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뤄 뛰기 때문에 지구력 못지않게 협동심이 요구됩니다. 혼자 달리는 것보다 이어 달리는 게 훨씬 속도가 빨라서 경기 내내 박진감이 넘칩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선수들은 마라톤 공인코스인 42.195km를 6명이 한팀이 돼 나눠서 뛰게 되는데요. 구간마다 대기 주자들이 있어 앞선 주자의 어깨띠를 받아 달리게 됩니다.

고교 마라톤대회 중계: 42.195km 공인 코스입니다. 이것을 모두 6개 구간으로 나눠서 달리게 되겠습니다. 먼저 코오롱호텔 앞 삼거리 출발점을 시작으로 경주수련관 앞에 1중계 지점까지 이어지는 7.7km 구간이 있고요. 그리고 분황사까지 이어지는 2구간은 7.3km로 구성됐습니다.

이런 이어달리기를 흔히 역전경주(驛傳競走)라고 부르는데요. 여러 사람이 장거리를 릴레이 형식으로 달려, 그 시간을 다투는 육상 경기입니다. 거리는 제한이 없습니다. 마라톤 코스인 42.195km만 아니라, 100km, 200km, 500km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역전경주는 사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역전경주는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한반도에서 역전경기의 효시는 1923년 경성일보 주최로 열린 경인역전경주대회입니다. 이후 시 •도 대항으로 전국을 종단하는 경부역전경주대회와 경호역전경주대회가 탄생하게 됩니다. 특히 1955년에 시작된 경부역전경주대회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1972년 대회 영상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대한뉴스: 제18회 경부역전경주대회가 부산에서 서울을 잇는 52개 구간에서 벌어졌습니다. 전국 8개 시도 대표팀이 참가해서 벌인 이번 대회는 강한 비바람과 한파에도 20개 소구간 신기록과 3개 타이기록을 냈습니다.

대회가 올해로 벌써 61회째를 맞고 있는데요. 한국의 육상계는 역전경주대회를 두고 ‘한국 마라톤의 문화재’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나의 대회가 이처럼 긴 세월 동안 역사와 정통성을 지켜온 예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한 황영조와 이봉주도 이 대회를 통해 배출됐습니다. 마라톤 전문가인 이규운 대한생활체육연맹 서울지부장은 “황영조의 올림픽 금메달로 마라톤이 점차 생활체육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규운 대한생활체육연맹 서울지부장: 황영조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우리 나라에서는 마라톤 붐이 일어납니다. 예전에는 마라톤 하면 선수들만 뛰는 경기인줄 알았죠.

경부역전경주대회는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5년 11월 14일 첫 출발 총성이 울렸습니다. 부산에서 서울을 이어서 뛰겠다는 당시의 발상은 획기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비포장도로는 예삿일이고 도로 곳곳이 끊긴 곳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인데요. 1회 대회는 490km를 뛰었는데, 선수들은 험한 길을 달리느라 해진 운동화 밑창에 자동차 타이어 고무를 잘라 붙일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때 국민들의 응원도 열렬했습니다. 이규운 부장은 “축제가 드물었던 그 시절, 역전경주대회는 국민들에게 축제이자 동시에 볼거리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이규운 대한생활체육연맹 서울지부장: 제가 평택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요. 역전경주대회가 저희 지역으로 지나가게 되면 수업을 중단하고 응원하러 나가곤 했습니다. 경기도를 지날 때는 경기도 육상경기연맹에서 학생들을 나오게 해서 박수치게 하고 그랬죠. 이처럼 대회가 열릴 때 지역에서 사람들이 나와 응원하고 그러니까 분위기도 살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경찰들만 나와 교통통제를 하고 그렇습니다.

통일을 염원하고 국토를 종단하는 대회라면 제주가 당연히 출발점이 돼야 하지만, 제주는 줄곧 소외됐습니다. 경부역전경주대회라는 대회 명칭 때문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주도가 출발선이 됐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대회 이름을 ‘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로 바꿨습니다. 통일 역전경주대회는 이미 지난 11월 17일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대한육상경기연맹과 한국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11월 21일까지 전국 9개 구간에서 펼쳐지게 되는데요. 지난해까지는 500km가 훌쩍 넘는 국토종단이 이뤄졌지만, 올해부터는 259km를 달리는 중간구간코스로 변경됐습니다. 제주-부산-밀양-대구-김천-대전-천안-서울-파주를 거치되, 지역별 구간 코스를 이어 달리는 겁니다.

이규운 대한생활체육연맹 서울지부장: 경부 역전대회는 쉽게 말해서 경부선 기차역을 따라 달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산에서 출발하게 되면 지역마다 기차역 주변을 통과하게 되는데요. 만약에 밀양을 통과한다고 보면 밀양 육상연맹에서 대회를 관리하고 선수들을 지원하고 그렇습니다.

역전경주대회가 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회 대회 때부터 북녘의 땅을 달리겠다는 포부는 늘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에는 코스를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까지 지평을 넓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 아래 민통선의 최북단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연장했는데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반환점으로 해,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녘땅으로 코스를 연장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규운 대한생활체육연맹 서울지부장: 만약 서울에서 평양까지 간다고 보면 통제 차원에서 구간을 5km 정도로 아주 짧게 하면 됩니다. 나머지 선수들을 버스를 타고 이동해 가면 되고요. 개성에서 평양까지 고속도로가 잘 돼 있습니다. 차도 별로 안 다니고.. 이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좋겠어요.

이규운 부장은 과거 2006년 평양에서 남포까지 달리는 평화통일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남한에서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 150여 명이 참가해 북한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고 하는데요. 이 부장은 “남과 북의 선수들이 어우러져 함께 뛰는 모습을 보면서 통일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규운 대한생활체육연맹 서울지부장: 그때 참가한 남한 선수들이나 북한 선수들 모두 달리고 나서 뿌듯해 했죠. 그리고 북한 군인들과 지나가던 주민들이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이어 해 마다 대회가 열릴 줄 알았는데, 못하니까 너무 아쉽죠.

‘통일’과 ‘역전경주’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축구, 탁구 등 경기장 내로 장소가 한정되는 구기 종목들과 달리 역전경주는 거리에서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는 종목입니다. 통일운동단체 우리하나의 박세준 대표는 개성 출신의 탈북자입니다. 박 대표는 “통일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수 있는 행사로 역전경주만 한 게 없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회 목표가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습니다.

박세준 우리하나 대표: 북한 사람들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달리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축구와 농구도 좋아하지만, 특히 육상을 많이 좋아합니다. 북한에서도 행사 같은 것을 할 때 마라톤 대회를 자주 엽니다. 이번 통일 역전경주대회가 남한 지역에서만 하지만, 나중에 남한 사람들이 개성까지 가고,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개성에서부터 이어서 달린다면 평양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달리는 통일 역전경주대회 선수들. 이들의 땀방울이 늦가을 햇살을 더욱 밝게 비치고 있습니다. 분단된 한반도가 머지않아 통일된다면 역전경주대회는 제주를 시작으로 개성과 평양을 지나 북쪽 끝 온성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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