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통일스피치 대회
2015.09.09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분단 70년을 맞아 남한에서는 올해 초부터 청소년들에게 통일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통일운동단체인 ‘행복한통일로’가 말하기대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남한 청소년들의 통일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내 세대에 변화가 없다면, 나는 감히 분단이 수세기를 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9월 5일 ‘청소년 통일 말하기대회’가 열린 여의도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본부 대강당. 부산국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준 군이 “자신이 미래 통일세대의 주인공”이라며 “한반도 분단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영어로 말하고 있습니다. 김 군은 강한 어조와 함께 약간은 과장된 몸짓으로 발표했습니다. 그의 당찬 모습에 심사위원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남광규 고려대 교수(심사위원):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교복입니까?
김민준(부산국제고): 네, 교복입니다.
남광규 교수: 아까 발표할 때 옷에 붙였던 3가지 요소를 다시 한 번 우리말로 친구들에게 얘기해줄 수 있겠어요?
김민준(부산국제고): 에너지는 우리가 젊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는 겁니다. 이는 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열정은...
김 군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고 결국 고등부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김 군은 어머니와 함께 기뻐했습니다. 김 군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백범 김구 선생입니다. 김 군은 조국의 광복과 통일을 바랐던 김구 선생에 대한 책을 읽고, 통일 말하기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군은 통일 후 자신이 할 일도 미리 정했습니다.
김민준(부산국제고 1학년): 저는 법조인이 되는 게 꿈입니다. 통일 후 통일전문 법률가가 되고 싶습니다. 통일한국이 이뤄진다면 우리의 법을 잘 모르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친절히 안내해주고, 또 통일법이 제정되더라도 분쟁이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북한 주민들이 되도록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통일 말하기대회에는 탈북청소년 2명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통일의 소망이 그 누구보다 간절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중학교 3학년의 이윤미 양은 북에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윤미(탈북청소년): 난 믿고 있어. 너희라면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또 꿈을 펼쳐서 이 나라, 아니 이 세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난 믿고 기다릴게. 그리고 너희를 위해서 기도할게. 얘들아, 너희의 꿈을 위해서 포기하지 말고 버티길 바래. 통일해서 너희의 행복을 찾는거야! 꼭 기다릴게. 사랑해 친구야.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많은 학생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요. 이 중 25명만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해 한 번쯤 깊게 생각할 기회가 됐다며 참가자들은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정선영(용인외고 2학년): 사실 통일이라고 하면 멀리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는데요. 이번 스피치대회를 통해서 제 마음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박현재(언주중 2학년): 학교 자율동아리 시간 때 정치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통일 얘기도 자주 했습니다. 저는 그때 나눴던 얘기들을 이번에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조윤서(이화외고 3학년): 제가 중학교 때 우연히 DMZ 근처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요. 작가들이 미술작품 전시를 통해서 통일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통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앞으로 많은 사람이 통일 관련 일에 종사할 것 같아서 저도 그때부터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대회 참가를 위해 학생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통일 미래를 그린 그림부터, 통일 소녀를 강조하기 위한 재기발랄한 옷차림까지, 참가자들이 준비한 소품도 다양했습니다.
임연숙 심사위원: 통일에 대한 주제를 디자인 개념을 갖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또 북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나중에 통일될 때도 우리 친구들의 생각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무튼 아주 좋았습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 ‘청소년 통일 말하기대회’는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세계에 알리고, 통일에 대한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행복한통일로의 도희윤 대표는 개회사에서 “전쟁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잃어버린 조국과 분단의 아픔을 꼭 알게 하여 평화통일을 이루는 초석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대회의 목표”라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최고 가치인 통일을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또 그것을 결과물로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편안하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면 됩니다. 이번에 보니까 실력이 다 쟁쟁합니다. 그래서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여러분이 노력하신 부분이 다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통일을 세계에 알린다는 차원에서 발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됐는데요. 청소년들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영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 나온 고려대 남광규 교수는 “해가 거듭될 수록 통일 말하기대회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참가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남광규 심사위원: 4회째를 맞고 있어서 그런지 갈수록 내용과 주제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와 다른 느낌을 받았고요. 결국은 이런 대회를 통해서 통일에 대해서 학생들이 자신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것을 보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이날 통일 말하기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도희윤 대표는 “독일의 아래로부터 통일이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도 국민이 주체가 돼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입상한 청소년들은 해외 현장을 탐방하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행복한통일로의 도희윤 대표는 이 대회를 통해 통일을 향한 청소년들의 외침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길 기대했습니다.
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 이번 대회가 끝나고 나면 우리 학생들은 해외 탐방을 가게 됩니다. 이번에는 대만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대만에는 평화가 어떤 의미인지, 나라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전적지들이 참 많은데요. 학생들이 그런 곳을 탐방하면서 느끼고 배우게 될 겁니다. 중국도 사회주의 중국과 민주주의 대만으로 나뉘어 있잖아요. 대만에 가게 되면 대만 사람들이 거대한 중국을 맞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볼 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통일 미래상도 그려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3분의 짧은 발표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의 통일 염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참가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이날 참가 학생들은 통일의 꿈이 실현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달려가자며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