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와 교예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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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립교예단의 공연 모습
북한 국립교예단의 공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곡예나 교예는 다 서양에서 서커스라고 하는 것이지요. 남쪽에는 광복이전부터 쓰던 말 그대로 곡예라고 하고 북쪽에서는 교예(巧藝)라고 바꿔 말하지요.

판문점선언에는 남과 북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남북한 사회문화 여러 분야에서도 왕래와 접촉, 교류와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오늘 이 시간에는 그 전망과 특정분야 교류를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남과 북은 197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는 분야별로 제한적인 협력과 교류를 해왔지요. 이때는 쌍방의 수준과 필요성이 고려돼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서로가 상대방을 잘 아는 이상 그 수준보다는 필요성이란 기준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요. 쉽게 말해서 종전에는 이쪽 수준이 낮으면 교류를 회피한다든가 했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필요성이 있으면 한쪽 수준이 비록 낮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것이 많다는, 즉 이익이 된다는 관점에서 교류나 협력분야가 바로 바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문화분야에서 남쪽이 북쪽과 교류, 협력을 해서 서로 이익을 받을 수 있는 문화분야도 있을 수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전반적으로 보면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분야가 훨씬 많겠지만 또 어떤 분야에선 남쪽이 북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지요. 가령 서커스 같은 것은 북쪽이 비교우위라는 면에서 앞서지요. 오늘 이 시간 남쪽의 곡예와 북쪽의 교예를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곡예와 교예, 그 명칭부터 다르군요. 그럼 곡예와 교예 명칭 설명부터 해볼까요?

임채욱 선생: 곡예나 교예는 다 서양에서 서커스라고 하는 것이지요. 남쪽에는 광복이전부터 쓰던 말 그대로 곡예라고 하고 북쪽에서는 교예(巧藝)라고 바꿔 말하지요. 남쪽에서 곡예라고 한다지만 대체로는 서커스라고 하지요. 또 이를 실행하는 단체는 곡마단, 또는 서커스단이라고 하는데, 곡마단은 말이 등장하고 말놀음(馬戱)이 주가 됐다는 것에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북쪽에서는 교예단이라고 합니다.

곡예나 교예 어느 이름이든 간에 그 실질내용이 중요하겠지요. 북한의 서커스 수준이 남쪽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정권차원에서 교예를 지원하고 있지요. 우선 통치자들이 교예를 강조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김정일은 교예를 고상한 예술로 보면서 조선사람의 체질과 정서에 맞게 발전시키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교예는 북한에서 예술의 한 분야가 됐고 교예를 하는 사람들은 교예배우라는 칭호도 얻고 있습니다.

그럼 교예라고 하는 북한 서커스 현황을 좀 말씀해 주십시오.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교예는 체육, 군사, 민속놀이, 무용등과 결부되면서 발전해왔는데, 평양교예단이 가장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평양교예단은 평양 만경대구역에 있는데 1952년 6월에 발족됐습니다. 교예단에는 교예배우가 수백 명인데 인민배우,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배우도 매우 많습니다. 또 교예만을 공연하는 평양교예극장이 있는데 광복거리에 있습니다. 연건평이 5만 4천m2이니까 상당히 크지요. 정육각형으로 된 관람홀이 있고 훈련장, 훈련학원도 있습니다.

학원도 있다니 소개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훈련학원은 평양교예학원이라고 하는데 10살 안팎 어린이들이 입학해서 9년간 배웁니다. 이름 있는 현역 배우들이 직접 지도하고 종목별로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교예종목은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교예종목은 체력교예, 동물교예, 요술, 교예막간극으로 나눕니다. 체력교예는 육체적인 동작을 통해 직접 재주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동물교예는 동물들 재주로 인간의 창조적 힘을 보여주는 것이고 요술은 남쪽에서 마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속이는 재주로 사람들의 시각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교예막간극은 희극교예라고도 하는데 이건 교예 막간에 희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웃음을 주려는 것입니다. 재주 속에 웃음이 있고 웃음 속에 재주가 있도록 꾸밉니다. 가령 <자리다툼>이란 막간극이라면 자리다툼을 하는 희극적 형상을 통해서 사회주의적 도덕교양을 가르치려는 내용이지요.

각 종목 안에 구체적인 교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개만이라도 소개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체력교예도 여러 세부종목으로 나눠지는데 중심잡기 교예로 밧줄타기, 쇠줄 위 자전거타기 같은 것이 있고 돌기 교예로는 공중그네비행, 그네타기, 조형 교예로는 널뛰기 등이 있습니다. 동물교예에는 말이 나오고 곰권투, 곰 자전거타기, 염소, 원숭이 재주가 있습니다. 요술은 서양식 카드로 하는 놀이, 악사없이 손풍금 울리기, 사람 띄우기, 우산을 띄우는 마술 등이 보입니다.

북한 교예수준은 그럼 세계적인 수준은 됩니까? 이에 비교되는 남쪽 서커스 수준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 교예수준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세계무대에서도 평판이 있다고 합니다. 대체로 공산권나라들이 서커스를 몹시 중시했다는데 북한도 그런 것이지요. 마술 부분에서 세계적인 상을 받은 기록도 있지요. 남북 서커스 비교는요, 비교작량이라고 하지요? 견주어 보고 짐작해서 헤아리는 것 말입니다. 남북한 서커스 수준을 가늠해보는 것은 비교작량이 안 될 정도로 북한이 압도적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내세울 서커스단이 딱 하나 있습니다. 동춘 서커스단인데 역사는 깁니다. 1925년에 창립됐으니까 올해 93년이 되지요. 일제 때부터 사랑을 받아 온 서커스단이지만 규모는 단원이 50명 정도입니다. 현재 안산시 대부도란 섬지역에 자리잡고 공연하는데 단원들도 중국사람이 더 많다고 합니다. 1960년대 15개나 되던 서커스단이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남북 상호서커스 교환공연이나 협력할 부분은 있을 수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남쪽 대통령은 북한에서 평양교예단을 남쪽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 최근 동춘서커스 단장도 남북한 화해분위기가 더 진전된다면 평양교예단과 합동공연도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럴 때를 한 번 기다려 보지요.

앞에서 남쪽은 서커스를 하나의 오락공연으로 보는데 반해서, 북쪽에서는 예술로 본다니까 혹시 교류과정에서 장애는 없을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교예는 사람들에게 체력증진에 대한 의욕을 북돋아 주고 문화적 소양을 풍부하게 해주며 또한 용감성과 대담성을 키워주는 좋은 예술로 봅니다. 따라서 남쪽의 서커스에 대해서는 북쪽처럼 화려한 극장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도시변두리에서 천막집에서 공연하는 남쪽 서커스 현실을 동정하겠지요. 더욱이 곡마단이란 이름으로 아직 불리고 있는 것은 예술로 인정하지 않고 천시하는 것이라고 비판도 하겠지요. 하지만 남쪽의 동춘 서커스단은 그래도 역사를 가진 자부심이 있습니다. 조명이나 3차원 테크닉은 캐나다의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단 못지 않는 기술도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물학대를 하지 않으려고 동물을 이용한 서커스는 접었다는 것도 중요한 것입니다. 세계적인 서커스단도 이제 동물 서커스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 교예단은 아직 동물서커스를 한다고 하니 어쩌면 동물 학대로 비난 받을 일일수도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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