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출판문화

워싱턴-이경하 rheek@rfa.org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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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창전거리 평양고서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평양 창전거리 평양고서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구역단위로 서점이 있지요. 도서관 책도 서점을 통해 공급되지요. 경쟁체제가 아니라서 서점운영에서 특별한 광경은 보기 어렵습니다.

올해 2018년이 한국에서 ‘책의 해’ 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 출판문화에 대한 이야기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임채욱 선생: 네. 올해가 책의 해입니다. 영상시대라지만 책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 된다는 관점에서 출판산업을 성장시키고 출판문화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 계획은 사실 작년부터 시작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의 일환입니다.

구체적인 계획내용을 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임채욱 선생: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곳은 문화체육부인데 범국민적 독서캠페인도 벌이고 공공도서관도 1100곳이나 세우고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전자책 서비스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캠페인은 책 축제행사, 북콘서트, 국민책읽기 대회, 서점과 연계하는 문화축제를 벌입니다. 도서관 건립은 1100곳이나 세우니까 인구 4만 5000명당 도서관 1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한국은 이런 출판 캠페인을 벌이지 않더라고 출판이 활발하고 출판수준이 세계적이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은 매년 책을 4만 종 이상, 권수로 1억 권을 출판하는 나라입니다. 한 해가 멀다고 국제도서전을 여는 나라지요. 그런데도 이번에 이런 행사를 벌이는 것은 영상시대에 맞는 출판문화를 구축해서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것입니다.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실현, 아주 기대됩니다. 그럼 북한의 출판문화를 한 번 보지요.

임채욱 선생: 출판문화라고 하면 출판물 종류, 발행 부수, 인쇄와 도서장정 수준, 책 내용, 편집수준, 구독자 수 등등 여러 부면을 포괄합니다. 광범한 이 모든 면을 검토하기는 어렵고 다만 책 내용이나 편집수준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나름대로 평가가 가능하지요. 뭔가 하면 출판물이 당과 대중을 연결시키고 주민을 혁명과업을 수행하는데 동원하는 힘 있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출판물에 통신, 방송 등 보도물을 보태서 출판보도물이라고 하는데 출판보도부문의 기자, 편집원들과 언론인들은 언제나 당 정책의 충직한 대변자, 옹호자 힘있는 선전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려고 혁명의 붓대를 놀리고 있다고 하지요.

한국과 달리 종류가 많지 않고 또 선집류, 우상화 위주의 선전물 등 특이한 출판물들을 언급해 볼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글쎄요? 북한 출판물도 한국에 비해 단순할지 모르지만 다 언급할 수야 없지요. 다만 선집류나 선전물 등은 나열해 볼 수 있겠습니다. 선집으로는 김일성전집, 김일성저작집, 김정일선집 등이 있고 그밖에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통치자들이 지은 책들이 앞줄에 서겠지요. 학문적인 책들은 집체적으로 저술한 전공분야 책 외에 조선대백과사전, 백과사전, 조선전사, 지리전서, 임상의전, 세계상식사전 등등이 주목할 만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신문이 30여종 발행된다니까 한국에 비하면 너무 단순하지요.

언젠가 북한 출판물의 편집에 대해 언급하면서 오자가 없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렇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 출판물들을 접할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이나 오자를 찾아내려고 하는 편인데 그런 것은 잘 없습니다. 그야말로 북한에서 “오자는 죽음”이라고 한 누구의 말이 떠오릅니다. 물론 찾아낸 오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 출판종사자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봐야 합니까?

임채욱 선생: 그런 면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당의 방침이 워낙 엄격해서 편집상 실수나 글자가 틀리게 되면 당적 추궁을 심하게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당의 추궁은 당의 ‘유일사상 10대 원칙’에 근거합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이 지켜야 할 행동준칙을 정한 것인데 그 4조 7항에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보고, 토론, 강연을 하거나 출판물에 글을 쓸  때에는 언제나 수령님의 교시를 정중히 인용하고 그에 기초하여 내용을 전개하며 그와 어긋나게 말하거나 글을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돼 있으니 철자법,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는 것으로 훈련이 돼 있지요.

앞에서 문화체육부 독서캠페인 중에 서점과 연계해서 문화축제도 벌인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서점현황은 어떻습니까? 출판문화를 진흥시키려면 서점의 역할도 크다고 보겠는데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소규모 마을 서점은 운영이 어렵고 도시의 대규모 서점은 번창한다고 합니다. 서울의 대형서점 매출액은 어마어마하지요. 한국에서 서점은 점점 줄어들어 지금 2천 곳도 안 된다고 합니다.(2015년 2116곳, 2005년 3429곳) 출판을 하는 사업체는 7천 곳이나 되는 것과 비교되는군요. 서점 중에는 특색을 갖추려고 하는 곳이 많지요. 한 출판사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직접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서점, 강연장, 그림전시장, 박물관, 음악공연실을 갖추고 있지요. 지방 서점 중에도 특색 있는 곳이 많지요. 지난 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특색있는 지방서점 20곳을 초청해서 눈에 띄는 전시공간을 만들었는데 이들 서점들은 동네 책방이지만 좋은 아이디어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서점이었다고 합니다. 3대째 내려오는 서점도 있고 주인 없이 운영되는 무인서점도 있었고 상담예약을 받은 뒤 책을 골라주는 서점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서점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구역단위로 서점이 있지요. 도서관 책도 서점을 통해 공급되지요. 경쟁체제가 아니라서 서점운영에서 특별한 광경은 보기 어렵습니다. 평양에는 외국어 서적만 따로 파는 서점도 있지요. 어느 날 이 서점에 한 근로자가 들어와서 노어사전을 사려고 찾았습니다. 그런데 서점 근무자가 그 사람보다 뒤에 들어 온 지식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한 권 있는 사전을 팔고 말았지요. 이 장면에서 노동자를 우선한다지만 북한 역시 지식인을 우대한다는 것과 서점에 사전이 한 권만 있을 정도로 빈약하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지금 장마당을 통해서도 책을 비싸게 사고판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는 중국 서점이 지점을 평양에 열겠다고 한 것을 아는데 현재 성사가 됐는지는 모르겠군요.

서점이란 출판문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출판문화를 이끄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채욱 선생: 앨빈 토플러 말이 생각납니다. 앨빈 토플러는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미래학자지요. 그가 한 강연(1991. 4)에서 말하길 미국 핵무기 보다 더 무서운 것을 일본 동경의 서점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독서하는 일본인들도 무섭고, 서점 책들 중에서 일본의 미래를 모색하는 책들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서점은 중요한 존재지요. 어느 탈북자는 한국에 온 뒤 서울의 어느 대형서점에서 책 읽은 사람들을 보고 자기 탈출이 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지요. 남북한에도 출판분야는 문화분야 어느 쪽보다 교류가 이뤄지기 쉬울 것 같다고 봅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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