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겨레 아리랑 나라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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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7일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등 한글 관련 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쓰자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7일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등 한글 관련 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쓰자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이달 초에 북한은 남쪽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지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에는 코로나 사태를 걱정하는 편지를 보냈지요? 왜 이런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이야기 나눕니다. .

임채욱 선생: 욕설을 한 사람은 노동당 부부장이란 사람으로 바로 현 통치자 여동생 아닙니까? 그리고 코로나 사태를 걱정하는 편지는 통치자가 직접 남쪽대통령에게 보냈지요. 김여정은 심한 욕설을 뱉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바보스럽다”니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짓는다“니 같은 막말표현이 있습니다. 김정은 편지는 코로나와 싸우는 남쪽국민을 위로한다는 내용인데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라는 말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병주고 약준다고 하지요.

그런 행태는 많이 봐 온 것 아닙니까? 아마도 방역약품이나 장비를 얻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겠지요. 그렇게 봅니다. 그런데 그보다 김여정의 욕설 가운데 “동족보다 동맹과 붙어산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말이 눈길을 끕니다. 아마도 자기들을 위해 미국에 더 세게 덤비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봅니다.

그렇군요. ‘동족보다 동맹과 붙어산다’라는 이 말은 남북이 공조해서 미국에 덤비자는 뜻이겠지요.

임채욱 선생:걸핏하면 욕설을 퍼붓고 군사적 위협을 해대는 집단도 동족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민족과 국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난번 이 시간에도 지적됐습니다만 지금 남북한은 서로 돕는 상조는 할 수 있어도 대외적으로 공조해야 하는 운명공동체는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북한도 최근에 와서는 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을 지켜내자고 하지 통일을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식자층에서 북한을 유엔에 가입한 이웃나라로 그 주권을 인정하고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란 관점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유, 민주, 평등, 복지, 인권을 추구하는 나라로 발전하고 북한은 수령독재, 세습체제, 우리식 사회주의 나라로 가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남북관계라 하지 말고 한국·조선관계로 설정하자는 것이지요. 정녕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우리는 둘이다’가 정답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현실론에 너무 깊이, 오래 빠져들어서 분단된 두 개체가 하나로 될 동력을 상실할 때는 영원히 분단돼 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까지 원하지는 않을 테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는 하나로 되기 위한 전제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결코 그 누구도 분단된 채로 두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핵을 가진 북한이 하나가 되기 위해 핵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 현재는 한국과 조선이란 두 주체적인 나라가 있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현상유지의 한국· 조선관계를 가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남북한은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늘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요.

작년 12월 중순 이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통일민족주의를 강조하셨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오늘 ‘한 민족 두 국가’ 주장이 현실적이라고 보시는지요?

임채욱 선생: 조금 곤혹스럽습니다. 대체로 민족주의 비판론자나 국가주의자들은 민족을 선험적 실체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형성된 존재로 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저는 그 역사성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유구성을 믿으며 그 불멸성을 믿는 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단군이 나라를 세운 고조선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이런 민족사의 실체를 담아낸 역사상의 여러 나라, 가령 단군조선, 옥저, 예, 마한, 진한, 변한, 고구려, 백제, 신라, 후백제, 후고려, 발해, 고려, 조선, 대한제국을 긍정합니다. 이런 역사상의 나라도 분립하다가 통일을 이뤄 하나의 나라로 됐듯이 남북 두 나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하나로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라고 굳게 믿지요.

지금 말씀에서 민족은 주체가 되고 국가는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적인 객체가 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임채욱 선생: 바르게 이해했습니다. 하나의 민족은 불멸이기도 하지만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가보다는 영속성이 높습니다. 우리민족은 기원전 3000년에 아사달에 나라를 세우고 박달(밝달)민족이라 했습니다. 이 박달이 한자로 쓸 때 배달이 돼서, 배달민족, 배달겨레로 살아오면서 문명을 일으키고 시대적으로 여러 나라를 세웠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배달겨레는 우리민족 최초의 이름이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통일된 나라는 배달겨레가 세운 아리랑의 나라로 돼야한다고 기원을 합니다.

배달겨례, 아리랑의 나라? 꿈같은 이야기입니다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룩해야 할 우리민족의 통일국가이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왜 아리랑나라입니까?

임채욱 선생: 아리랑은 우리민족의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돼 있습니다. 아리랑은 남북한에서 다 긍정적이고 상징적인 문화유산으로 되고 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선수단이 공동으로 입장하면서 연주된 국가가 아리랑이였고 이보다 훨씬 앞서서 1963년 1월 스위스 로잔느에서 남북한이 다음해 일본 동경에서 열릴 올림픽에 단일팀으로 갈 협상을 할 때도 국기나 선수선발 등에서는 의견이 달라 합의된 게 없지만 국가만은 아리랑으로 단번에 합의를 본 것처럼 아리랑은 남북한이 다 받아들이는 민족의 선율이고 가락이란 것이지요. 한마디로 우리민족의 원초적인 정서를 이끌어 내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요.

배달겨레에 대해서 북한의 관점은 특이한 게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없습니다. 배달민족을 두고 북한에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조선민족을 가리키는 별칭’으로 규정(조선대백과)하고 있습니다. 배달은 박달이란 우리말이 바뀌면서 된 것인데 박은 밝다에서 오고 달은 산을 가르키는 말로 밝은 산을 뜻하는 말이라고 해석합니다. 5천 년 전 박달족의 족장 단군이 동방에서 처음으로 고대국가인 단군조선을 세웠는데 그 영역은 조선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넓은 지역으로 커졌고 이로부터 박달, 배달은 전체 고조선 주민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됐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배달이란 말속에는 우리민족의 유구성과 단일성, 우수성에 대한 큰 긍지가 담겨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상을 실현시키려면 큰 방략, 그러니까 방법이나 실천전략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채욱 선생: 통일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야 되겠지요. 통일연습 과제 중에는 통일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검토하고 그 조건에 맞춰 준비를 해 나가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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