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이 된 씨름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12.21
dan_o_wrestling-620.jpg 단오를 맞아 평양 모란봉에서 민족씨름경기가 열리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었지요? 우리나라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것 말입니다. 그것도 남북한이 공동으로 신청한 형식으로 됐으니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씨름에 대한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남북한이 몇 년 전 따로 따로 신청했던 씨름이 남북한 공동으로 신청한 형식으로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한 것입니다. 참으로 좋은 소식입니다. 무형유산 위원회에 참석한 24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니 더더욱 좋은 일이지요.

그간의 경위가 어떻게 된 것인가요?

임채욱 선생: 우리민족의 전통놀이고 민속경기인 씨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먼저 신청한 것은 북한이었습니다. 2015년인데, 다음해 3월 한국도 별도로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신청한 씨름이 보류됐지요. 신청내용에 정치적 용어도 들어가고 엘리트 체육위주로 작성됐다는 점이 지적됐다는군요. 북한은 이를 수정해서 작년 3월에 다시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니 2016년 3월에 신청된 한국씨름과 2017년 3월에 신청된 북한씨름이 경쟁을 하게 된 모양세가 됐지요. 이에 올 8월 유네스코 아줄레 사무총장이 남과 북에 공동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권유했고 이를 남쪽은 받아들였는데 북쪽은 반대했어요. 근데 극적으로 전환점을 맞은 거예요. 지난 10월 프랑스를 방문한 한국 대통령이 아줄레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씨름을 남북이 같이 등재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므로 추진해보자고 했답니다. 이에 유네스코 사무총장 특사가 평양에 가서 설득을 했고 북한도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동등재 되는 경우가 예외적일 텐데 아주 잘된 일이군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유네스코는 남북한이 따로 신청한 씨름이 오랫동안 전승돼 온 사실상 같은 민속경기임으로 공동등재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차원’에서 좋다고 판단하고 아주 예외적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씨름이 분단 후 다른 모습으로 변모돼 오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경기규칙도 다른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씨름은 분단 이전부터도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다르기도 했습니다. 씨름에는 왼씨름과 오른씨름이 있습니다. 또 바씨름, 띠씨름, 통씨름, 샅바씨름 등도 있었지만 대체로 왼씨름, 오른씨름, 띠씨름으로 구분되는데 지금은 왼씨름으로 통일돼 있습니다. 왼씨름으로 통일된 게 1927년인 일제하인데 그 때 뜻있는 인사들이 씨름을 근대체육 종목으로 발전시키려고 각지의 씨름 모습을 조사해봤더니 전라도와 경기도에서만 오른씨름을 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왼씨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왼씨름을 원칙으로 하고 이 해 9월에 열린 전조선씨름대회부터 왼씨름으로 진행했습니다. 왼씨름은 샅바를 오른쪽 다리에 매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는 왼씨름을 하면서도 모래판이 아니라 매트 위에서 하고 남쪽과 달리 경기복 상의를 입고 합니다.

분단 후 남북한이 씨름을 해온 모습이 다를 텐데 발전해 온 양상은 어떠했는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민족항일기 때 창립된 조선씨름협회가 1946년 3월 대한씨름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대한체육회 산하단체로 등록합니다. 일제 때부터 있던 전조선씨름선수권대회를 이어 여러 경기대회를 개최하면서 오늘에 이르는데 그 중간에 프로씨름단체도 별도로 설립됐지만 지금은 대한씨름협회에 통합되고 있습니다. 지금 프로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160명 가량입니다. 북한은 광복되던 해 11월에 북조선체육동맹이 설립되면서 씨름단체도 포함됩니다. 3년 뒤인 1948년 10월, 그러니까 북한정권이 성립된 뒤 열린 종합체육대회에서 씨름도 정식종목이 됐습니다. 5.1절이나 8.15에 씨름경기가 늘 열렸는데 1994년 3월 전국근로자 민족씨름경기가 열리면서부터 북한에도 씨름열풍이 불었습니다. 그 뒤 이 경기대회를 한 단계 높혀서 2002년부터는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란 이름으로 경기를 열고 있습니다. 단체씨름과 비교씨름으로 경기를 치르는데 비교씨름은 씨름판에서 결승을 다투는 씨름을 북한에선 이렇게 부르는 것지요. 그래서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끝날 때까지 진행합니다. 그밖에 경기를 모래판이 아닌 매트에서 진행하고 런닝싸츠를 입는다고 했는데 시합도 호각대신 샅바, 준비, 시작, 중지, 퇴장 등 말로 진행하고 홍승, 청승이라고 판정을 내립니다. 또 한국에선 3판 양승으로 승부를 가린다고 말하는데 북한에선 3회 2승으로 승부를 가립니다.

앞으로 남북한 씨름교류가 있을 경우 시합을 한다면 경기규칙이나 복장 등에서 통일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럴겁니다. 하지만 그런 건 남북 씨름관계자들이 상의하기 나름에 따라 별 어려움은 없을 것 아니겠어요?

이번 씨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공동등재를 계기로 다른 분야에서도 공동등재를 할 것들이 많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우선 떠오르는 것이 비무장지대입니다. 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폭 4km 비무장지대는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서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될 수 있는 조건이 되지요. 3.1만세운동도 공동등재 대상이 충분히 되지요. 그간에 남북이 단독으로 등재시킨 김장이나 아리랑도 다시 공동으로 등재를 하면 더 좋지 않겠나 합니다. 지역적으로 달라서 따로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통성을 갖는 문화유산이야 공동으로 하는 것이 사실상 합리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씨름 공동등재에 대해 북한은 한주일 지나서 보도를 했고 그것도 남북한 공동등재란 사실은 빼고 말입니다. 공동등재가 꼭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무형문화유산이니 자연문화유산이니 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류와 남북한 등재 현황을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문화유산은 유네스코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나뉩니다. 세계유산은 그야말로 인류의 문화유산이 될 가치가 있는 독특성을 가진 유산을 말하고 무형문화유산은 무형의 문화가치를 가진 것입니다. 기록문화유산은 주로 책이나 문서가 해당되지요. 한국은 현재 세계문화유산 13건, 무형유산20, 기록유산 16건입니다. 무형문화유산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숫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세계유산이 2건, 무형문화유산이 이번 씨름까지 해서 3건, 기록유산이 1건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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