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택리지’가 말하는 사람 살 곳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12-2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 10월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청담(淸潭) 이중환(1690∼1756)이 쓴 '택리지'(擇里志)를 번역해 원본에 가장 가까운 정본(定本)으로 확정해 출간했다.
지난 10월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청담(淸潭) 이중환(1690∼1756)이 쓴 '택리지'(擇里志)를 번역해 원본에 가장 가까운 정본(定本)으로 확정해 출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택리지>는 한마디로 살만한 곳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그 당시로는 우리나라 전국의 경제지리적 현상과 아름다운 강산을 소개했으니 여행 안내서적으로서도 매우 가치 있었지요

한국에서 <택리지>란 책을 바르게 번역해 냈다는 기사가 크게 났습니다. 그 책은 그저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라 아주 뜻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데 어떤 책인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택리지는 우리나라 국토지리를 다룬 인문지리학의 고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에 성균관대학교 안대회 교수가 젊은 한문학자들과 함께 새롭게 번역해서 ‘완역 정본택리지’를 출간했습니다. 정본택리지란 말은 여러 가지 판본이 있는 것을 한가지로 했다는 것인데 택리지는 무려 200여종이 넘는 판본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판본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임채욱 선생: 이 책은 1751년에 쓰여 집니다. 책 내용이 흥미로워서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지금처럼 수천 권을 한번 에 찍어낼 수 없으니 여러 사람이 원본 책을 베끼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베끼는 과정에서 조금씩 틀리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다 보니 원본과 다른 여러 판본이 나온 거고 어떤 것이 원본인지도 애매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안교수는 이 많은 판본을 다 들여다 본 뒤 원본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작업을 해낸 것이지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그렇게 읽으려고 했을까요?

임채욱 선생: 이 책에는 우리나라 곳곳의 지형, 기후, 물자, 교통, 인심, 경치를 말하고는 이런 곳은 살기가 좋다, 이런 곳은 살기가 안 좋다, 이런 답도 내 놓고 있으니까 실용적으로도 이득이 생기는 책이 되지요. 농사 잘되는 곳, 물산이 풍부한 곳, 인심 좋은 곳, 경치 좋은 곳 이런 곳을 알려주니 오늘날 경제지식이나 여행안내 지식을 주는 책과도 같았지요.

그럼 어느 곳이 살기 좋은 곳이다 하는 구체적인 지적도 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이런 저런 곳을 거명하고 있습니다. 살기 좋은 곳으로 내 세운 것은 경상남도 합천, 경상북도 하회, 전라남도 구례, 전라북도 전주, 충청남도 유성, 황해도 재령, 평안남도 평양입니다. 이런 곳은 대체로 토지가 비옥해서 식량생산량이 많고 인심도 좋고 경치도 좋은 곳입니다.

270년 전 책이 지금 무슨 소용이 되는지 의문도 나고 이런 책을 북한에서도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임채욱 선생: <택리지>에서 다루는 내용이 오늘날 바로 소용되지는 않을 테지요.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산과 물이 자연적인 도로망을 만들었던 국토원형의 모습을 알 수 있고 우리 국토가 얼마나 아름다웠던 지도 알 수 있습니다. 21세기 독자도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많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도 <택리지>를 귀중한 민족적 유산이라고 평가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임채욱 선생: <택리지>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도 있고 지리적 설명을 풍수적 관점에서 언급한 것도 있어서 제한성을 가지지만 그 전의 지리서들이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던 것과는 달리 내용과 형식에서 지리학적 체계를 세웠다면서 근대지리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은 어떤 것을 가리킬까요?

임채욱 선생: 아마도 평안도와 함경도는 사대부가 없어서 살만한 곳이 못된다든가, 황해도는 기름진 땅이지만 나라에 일이 생기면 다툴일이 크게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전라도 지역을 설명하면서 고려태조 왕건이 말한 ‘훈요10조’란 것 중 제8조에 차령이남, 공주 강 밖 사람을 등용하지 말라고 한 사실을 잘못 해석했다고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차령이남, 공주 강 밖이라면 좁게 보면 지금의 홍성, 공주, 청주지역 일텐데 이를 전라도 전체로 해석한 것이니 잘못된 것이라는 거지요.

풍수적 관점을 지적한 것은 무엇입니까?

임채욱 선생: 지리를 설명하면서 배산임수, 즉 산을 뒤에 두고 물을 앞에 두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게 바로 풍수지리상의 표현이지요. 이런 내용은 곳곳에 보이는데 이런 풍수지리적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했더라면 이 책은 동양지리학을 한층 발전시키는 책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택리지>관점으로 오늘날 남북한에서 살기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먼저 <택리지>에서 말하는 조건을 살펴보죠. 살 곳을 정할 때는 지리, 생리, 인심, 산수를 꼽았는데 지리는 풍수에서 말하는 지리를 주로 말하고 있지요. 생리는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데 좋은 조건, 즉 비옥한 땅, 소금과 곡식이 교환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봤고 인심은 사는 사람들 풍속이나 성격 등을 들고 있지요. 끝으로 산수는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을 찾습니다. 이런 조건을 오늘날 기준으로는 딱히 들어맞지는 않지요. 변동이 심하고 사회적 이동이 잦은 현대에 적용시키기는 어렵다고 보겠습니다.

끝으로 <택리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임채욱 선생: <택리지>는 한마디로 살만한 곳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그 당시로는 우리나라 전국의 경제지리적 현상과 아름다운 강산을 소개했으니 여행 안내서적으로서도 매우 가치 있었지요. 한국에서는 이 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택리지>를 쓰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이를 여행안내서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택리지>는 양반이 살 곳을 찾는 과정에서 일반백성에 대한 양반의 수탈을 지적하기도 하고 양반들의 당쟁을 질타하기도 해서 당쟁사를 읽고 있는 느낌도 준다고 평가됩니다.

남북한 철도연결은 21세기 남북한 <택리지>를 쓰게 할까요?

임채욱 선생: 남북한은 철도연결과 도로연결로 끊어진 동맥을 잇자고 약속했습니다. 며칠 전 철도연결사업 남쪽 조사단을 실은 기차가 기적을 울리면서 서울역을 떠나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그 기적소리가 장밋빛 마중물을 갖고 올런지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 올른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이 모든 일은 보다 좋은 사람 살 곳을 만들려는 노력이라 보겠습니다. <택리지>를 지은 저자 이중환은 전라도와 평안도는 많이 못 다녔지만 나머지 6개 지역은 직접 걸어 답사하면서 자료를 얻었습니다. 오늘날에는 21세기의 이중환 일행이 기차를 타고 남북한 8도에서 사람 살 곳을 선택하는 지혜를 주려고 나서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