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겨울풍경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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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 주민들이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삼지연 주민들이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AP Photo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기후상으로는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가고 하루 평균기온이 5도 이하면 초겨울로 들어가지요

1월은 1년 중 가장 추운 달이지요? 지금 한 겨울의 가운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겨울풍경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오늘은 절기상으로 소한과 대한 딱 가운데가 됩니다. 절기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하듯이 1년을 24등분해서 나타내는 계절표시입니다. 대략 15일 만에 바뀌는데 소한은 동지가 지나고 보름 지나서 왔지요. 소한 다음에는 대한이 오는데 이름과 달리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고 하지요.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 “소한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지요.

하나의 계절도 기후상으로, 절기상으로 또 철 따라 할 때처럼 일상적으로도 다 다르다고 했지요? 겨울은 어떻게 구분됩니까?

임채욱 선생: 기후상으로는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가고 하루 평균기온이 5도 이하면 초겨울로 들어가지요. 한겨울 그러니까 우리가 엄동이라 할 때는 평균기온이 0도 이하일 때입니다. 그러고 보면 기후 상 겨울은 동지로부터 춘분 때까지라 할 수 있습니다. 절기상으로 겨울은 11월 초 입동 때부터 봄이 시작되는 입춘까지를 말합니다. 일상적으로는 11월이 아니라 12월부터이지요. 11월은 늦가을이고 겨울이라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이지요.

새해 첫날 서울과 평양에서 제야의 종이 울릴 때 시민들은 추위 속에서도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서울 추위와 평양 추위는 차이가 있지요?

임채욱 선생: 그날 서울은 영하 6도 정도였는데 평양은 영하 12도였습니다. 보통 때 서울은 1월 평균기온이 영하3도로 평양의 1월 평균기온 영하8도보다 높습니다. 한반도의 겨울은 차고 건조한 서북계절풍이 불면서 시작돼서 분단 전 가장 춥다는 북쪽 중강진 지방은 1월 평균이 영하21도이고 남쪽 제주도 서귀포는 영상6도이니 차이가 27도에 달하기도 합니다. 중강진은 현재 북한행정구역상 자강도 중강군인데 가장 추울 때가 1933년 1월에 영하 43도 6부까지 내려간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분단 후에는 1984년 2월 삼지연 군, 이 군이 최근 삼지연시가 됐다고도 합니다만 여기 기온이 영하 47도 5부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어떻든 남북한은 여름보다 겨울에 기온차이가 크게 나지요.

겨울추위 속 북쪽 통치자는 백두산을 오르면서 기개를 뽐내는 것 같습니다.

임채욱 선생: 아, 작년 12월초 통치자 김정은이 흰말 타고 백두산에 오른 것 말이군요. 그가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 꽃피는 봄날에 오면 백두산의 넋과 기상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봐야 선열들의 강인성과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이른바 항일유격대식 체험을 강조한 것이지요.

그 이후 백두산 전적지 답사행군이 이어지고 있다지요?

임채욱 선생: 네, 정치선동부문 일꾼들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으로 답사행군이 이어지고 있지요. 1930~40년대식 항일유격대식 체험을 강조하는 이런 것은 바로 상징조작의 전형적인 행위라고 보겠습니다. 북한에서 백두산 겨울추위와 관련된 통치자의 상징조작은 많지요. 선대 통치자 김정일은 1968년 1월 18일 추위 속에 백두산을 올랐는데 이 또한 대단한 의미로 치부됐지요. 김정일은 색깔은 빨간색을 제일 좋아하고 계절은 겨울을 제일 좋아한다고 알려집니다.

겨울은 우리 조상들에게는 어떤 계절이었습니까?

임채욱 선생: 겨울은 침잠의 계절이지요. 침잠은 가라앉아서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인데 겨울에는 만물이 활동을 접고 기다리는 시간이 되지요.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에게 겨울은 농한기라 해서 모처럼 힘든 농사일에서 벗어나서 ‘등 따스고 배부르니 걱정 없네’ 하던 시간이지만 여전히 새 봄을 맞으려는 준비가 끊임없이 이어지지요. 그래서 겨울은 저장기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난방이 잘되고 뭣이든 안 될게 없어 겨울철이 침잠이라 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우리나라 시문들에는 겨울철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신라시대 향가로부터 근대소설에 이르기 까지 겨울은 황량하고 쓸쓸한 계절로 그려지는데 한마디로 겨울은 얼어붙은 계절이었습니다. 가령 “저녁이자 찬바람에 눈보라 되우치니 으슥한 골목 마을 사람 자취 끊겼구나”(김춘택 시) 같은 정경이지요. 겨울을 노래하는 문학작품은 풍설, 설한풍 하듯이 눈과 바람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대체로 봄이나 가을을 읊은 것보다 숫자로는 적습니다.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돼서 한반도의 겨울철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지요?

임채욱 선생: 지금 남쪽에서는 겨울철에 맞춰서 열려던 온갖 축제를 연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얼음이 얼어야 되는 축제, 눈이 내려야 되는 축제가 얼음이 두껍게 열기를 기다려야 하고 눈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바다 수온이 높아져서 잡히는 바다 생선종류가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요. 동해에는 전에 겨울철에 많이 잡히던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고 청어, 정어리, 도루묵, 양미리 같은 생선이 잡히지 않고 있지요. 대신에 온대성 생선인 방어가 많이 잡힌다니 겨울철 바다도 변했습니다. 뭣보다 겨울철 바다에서 명태가 잡히지 않으니 명태를 내세운 축제는 없어지고 명태건조장은 비어있습니다. 그런데 북쪽에는 대체로 영하권을 유지하니까 겨울철 행사가 진행되고 있고 명태도 잡히고 있습니다. 1960년대 어느 해에 선대통치자 김일성은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명태를 남쪽에 줄 용의가 있다면서 남북경제교류 품목으로 올리기도 했지요. 지금은 그곳도 그때보다는 많이 안 잡힙니다.

북한에서 겨울철 행사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1월과 2월은 동계체육월간입니다. 이 기간에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가 열리는데 평양과 백두산 부근 여러 곳에서 개최됩니다. 양강도 삼지연시에 있는 백두산 체육촌이나 강원도 문천시에 있는 마식령 스키장에서는 빙상경기, 스키경기 하키 등 겨울철 경기가 열립니다. 마식령 스키장은 재작년 2월초 남쪽 스키선수들이 가서 북쪽선수들과 공동훈련을 한 곳이기도 한데 외국인도 더러 더러 보이고 가족단위로 썰매를 즐기는 모습도 봅니다.

김정일이 겨울철을 좋아했고 현재 통치자도 겨울 백두산에서 기를 받으려고 한다면 인민들에게도 겨울철 정서를 강조하는 게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의 산천을 소개하는 한 영상물에서 겨울은 ‘우리 인민들에게 무엇이든 해볼 만한 계절’ 또 ‘가장 큰 기쁨과 웃음을 주는 계절’로 소개됩니다. (사계절 아름다운 나라) 개인적으로야 겨울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요. 평양에서 좀 산다는 인민들이야 겨울이 좋다는 정서를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저 북관지방 시골에서도 겨울을 좋아할 인민들이 많을까요? 어렵게 겨울을 나고 있는 사람에겐 겨울철이 웃음을 줄 계절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인민들에겐 혁명가의 생활처럼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안락한 생활을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요. 영국시인 쉘리가 읊었지요.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네 지금 겨울이니 봄도 멀지 않을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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