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8도의 지역정서
2020.03.09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북한에선 평양이 서울과 대결하는 중심이고 예로부터 평양여자들은 “내래 피양여자야” 한마디로 자부심을 표현할 정도로 앞서고 잘났다는 인식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북 8도의 지역 정서에 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지난 시간에 북관 내기들은 말이 무뚝뚝하다고 했는데, 북관은 어느 지역을 말합니까?
임채욱 선생: 대체로 함경도 지방 깊은 오지 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까 양강도 지방이나 그 북쪽이 되겠지요.
북관 내기라니까 평양 쪽에서 약간 폄하하는 말로도 들립니다.
임채욱 선생: 북관내기란 말은 일상에서도 쓰지만 문학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 표현 자체에 폄하의 뜻은 없을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지역감정 같은 것이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북관 내기란 말도 지역특성을 그리기 위해 사용한 어휘라고 봐야겠지요. 지역특성이야 사람 사는 그 어디에서 있을 것 아닙니까? 살아온 픙습이 다르고 기질 상 차이도 있는 것이지요.
풍습이나 기질 상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특색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평양이 서울에 대결하는 모든 것의 중심이고 예로부터 평양여자들은 “내래 피양여자야” 한마디로 자부심을 표현할 정도로 앞서고 잘났다는 인식이 있지요. 그래서 평양을 중심으로 볼 때 평안도 사람들은 역시 영리한 사람들이라서 일을 해도 이악하고 깐지게 한다고 하지요. 이악하고 깐지다는 것은 아주 철저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 함경도 쪽 사람들, 그러니까 함경도와 양강도 쪽 사람들은 거세고 영악하다는 말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생활력도 아주 강하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황해도 사람들은 남을 헤치지 않는 심성을 가졌는데 좀 느리고 생활력이 약하다고 지적됩니다.
풍습이나 기질 상 차이는 북한지방뿐 아니라 우리나라 8도가 다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전통적인 각 지방 특색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북한에서 소개한 우리나라 8도 전통시대 속담을 한번 보지요. 먼저 평안도. “평안도 수심가처럼 간다, 간다만 부른다.” 어디를 떠난다하고는 떠나지 못하면서 미루어 오는 경우에 평안도 수심가 같다고 하지요. 다음 황해도. “황해도 판수 가얏고 따르듯...”하는 속담도 있습니다. 황해도 판수가 덮어놓고 가야금소리를 따라서 간다는 것으로 뭣도 모르고 무턱대고 허둥지둥 뒤 따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 강원도. “강원도 안가도 삼척”. 삼척이 강원도에 있으니까 강원도에 가지 않아도 삼척땅은 분명 있으므로 추운방, 냉동방을 삼척냉돌에 빗대서 하는 말이지요. 다음은 경상도. “경상도 입납”. 경상도에 넣으십시오라는 편지주소대로 넓은 경상도 땅에서 주인 찾아 넣기는 허황한 일이거늘 주소를 막연하게 써놓고 찾으려 하는 경우를 비웃는 말이지요. 다음 전라도입니다. “전라도 사람에게 밥상이 두 개”. 전라도 사람이 대상에 따라 다른 밥상을 내 놓으면서 차별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끝으로 제주도를 말해볼게요. “제주도에 말 사놓은 듯”. 제주도에 말을 사놔도 제 것이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아무 쓸모가 없는 경우를 일러 말하지요.
잘 들었습니다. 이런 속담 외에도 많겠지만 <택리지>를 지은 이중환이 말한 각 지방특성도 있지요?
임채욱 선생: 네, 있지요. 경중미인이다, 암하노불이다, 석전경우다 하면서 8도 특색을 언급하고 있지요. 그런데 북한의 선대통치자 김일성이 이 내용을 다 알고 있더란 것입니다. 그가 평안도는 맹호출림이라고 누가 자기를 건드리면 무섭게 사나워지는 사람들이라 하고 함경도는 진흙탕에서도 물고 뜯는 개처럼 사납고 단결력이 강하다면서 경계심을 나타냈다고도 합니다. 김일성은 황해도는 돌밭을 가는 황소고 강원도는 바위 밑 늙은 부처라서 두 곳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답니다.
김일성은 함경도 사람들을 싫어했다는 설도 있다고 압니다.
임채욱 선생: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인데 어느 날 호위병사 몇몇에게 지나가는 말조로 고향을 물었더니 모두가 함경도라고 대답했지요. 실제 명단을 검토해봐도 함경도가 70%를 차지했답니다. 어째서 함경도 출신들이 그렇게 많은가 했더니 병사들 중 출신성분이라든가 훈련에서 모범적이고 뛰어난 사람들을 뽑았더니 함경도가 제일 많았다는 것입니다. 또 김일성대학에서 공부 잘하고 통솔력 있어서 학생간부가 되는 학생도 함경도 출신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김일성이야 정치적으로 함경도 출신 공산당원들, 이를테면 오기섭이든가 박금철 이효순 등 갑산파 출신 때문에 힘이 들었지요. 그 때문에 종파주의, 지방주의, 가족주의를 배척하는 간부정책을 썼고 실제 함경도 출신을 견제했다고 하지요. 그러나 70년대 중반까지 자기노력으로 당이나 정권기관 간부가 된 함경도 사람은 아주 많았지요.
그런 것들이 지역갈등으로 이르지 않았나요?
임채욱 선생: 함경도 출신이라 해서 간부직에 못 오른 경우가 많다지만 그게 지역갈등으로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함경도를 양강도, 강원도로 쪼갰으니까 일관된 지역감정도 분산됐을 테고 또 유일사상 체계가 확립돼서 어떤 주장도 허용되지 않는데 이런 저런 종파들이 있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보다 북한에는 평양과 평양 아닌 지방사람 들 간의 갈등현상이 있지요. 모든 것이 평양 위주로 된 북한에서 평양시민들은 지방 사람들을 무시하게 마련이지요.
그럼 북한에선 지역감정 같은 것은 없었다 이렇게 볼 수 있는가요?
임채욱 선생: 전혀 없기야 하겠어요? 1980년대 평양에서 아파트 공사를 속도전, 돌격전으로 지을 때 속도전청년 돌격대 노동자들은 빨리 짓는 경쟁도 하거니와 지역별로 모이다 보니 지역 감정을 앞세운 경쟁도 있고 부딪치기도 하다가 패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많았지요. 힘든 노동에서 돌격대 정신을 내뿜다가 패싸움을 벌이게 됐지요. 경쟁심이 지역정서에 올라타고 나쁜 방향으로 힘을 낸 것이지요.
남쪽 한국에서도 지역정서가 다르고 현실적으로 지역감정도 있지요?
임채욱 선생: 김형석 교수 아시지요? 올해가 만 100세가 되는 분이지요. 이 분이 지금도 늘 강의를 하러 다니지요? 최근 이 분이 말하길 충청도 사람들은 강의를 듣고도 박수를 별로 치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양반기질 때문인가 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사실이라면 아직 지방특색을 남아 있는 것이지요. 그보다는 아직 지역감정이 보이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혹시 달빛동맹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과 광주의 우리말 이름 빛고을을 묶어서 달빛이라 하고 두 도시가 영호남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뜻에서 교류도 하고 협력을 한지가 11년이 된다나요. 두 도시 시민들은 달빛동맹이 다른 지역 간의 지역통합뿐 아니라 나아가서 남북통합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집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야 좋은 남북통합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지역통합에는 지역갈등이나 지역격차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남북통합이나 통일달성에는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을 남쪽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도 중요하고 북한사람들의 기질을 남쪽사람에게 익숙하게 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쪽의 국민과 북쪽의 인민들 간에 지역감정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남쪽주민들이 북한주민을 이북내기라 무시하고 이북주민은 남쪽을 행해 잘사는 이남것 들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되겠지요.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양쪽이 다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