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언어 이질화 현상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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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서 지난 2005년 열린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편찬사업 보고회의에 참가한 남과북의 사회자들이 겨레말 큰사전 편찬위 회의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서 지난 2005년 열린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편찬사업 보고회의에 참가한 남과북의 사회자들이 겨레말 큰사전 편찬위 회의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지난 남북 정상 회담 때, 정상들이 판문점 안 도보다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용이야 사적인 이야기일수도 있고 정치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었겠지요. 어떻든 두 사람이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상당히 상징적인 것이었지요.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 언어이질화 문제를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남북 두 정상이 대화를 할 때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했겠지요. 언어란 한 민족이 쓰는 말이라도 어휘, 어법, 음운, 억양이 다르면 알아듣기 어려운 것이지요. 사투리가 다 지방에 따라 어휘가 다르고 어법이 다르고 음운이 다르고 억양이 달라서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과 같지요. 그것처럼 남북정상도 다른 어휘도 쓰고 어법도 달랐으며 음운도 다르고 억양도 달랐으니 어떤 경우 전혀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짐작으로, 앞뒤 맥락으로 알아들을 수 있었겠지요.

실제로 남북한은 언어상 다른 부분이 얼마나 될까요?

전문가들 말로는 일상용어는 34%가 서로 다르고 전문용어는 64%가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그럼 앞에서 말씀했듯이 어휘, 어법, 음운, 억양이 달라서 언어이질화가 된다면 그걸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어휘는 단어니까 가장 많이 다른 부분이 많지요. 말이 이질화됐다고 할 때 주로 어휘가 달라서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사물이나 대상을 두고 어버이-어버시, 모눈종이-채눈종이, 자두-추리, 쓸개즙-열물, 원추꽃차례-고깔꽃차례, 나이테-해돌이 하면 알아듣기 어렵지요. 또 주상복합아파트-묶음식아파트, 목발-쌍지팽이, 장모-가시어머니, 눈두덩-눈덕, 개수대-가시대 같은 것도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남쪽에서 오징어라고 하는 것을 낙지라 하고 남쪽에서 갑오징어라고 하는 것만을 오징어라고 하니 이럴 때 서로 헷갈리지요. 그럼 북한에서 남쪽의 낙지를 뭐라할까요? 서해낙지라고 한답니다. 물론 사병-전사, 상이군인-영예군인, 신청곡-요청곡, 양동이-물바께즈 같이 알아듣기 쉬운 것도 많지요. 하지만 남북한 의사가 수술실에서 한 팀을 이뤄 수술을 같이 한다고 할 때 쓰는 용어가 달라서 애를 먹을 수도 있겠지요. 남쪽의사가 조한증이라 하는데 북한의사는 기쁨슬픔병이라 하면 지난 번 평창동게올림픽 남북 여자하키단일팀 때 경기용어가 달라서 애 먹는 일보다 더 심각해지겠지요.

어법이 틀린 것은 어떻게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어법은 “아이구 더워라” 해야 할 때 “아이고 더버라”, “병이 나았다”를 “병이 낫었다”, ‘아름다워’를 ‘아름다와’ 하는 것이 어법상 차이인데, “누가 가져다 놓았습니까”를 평안도 말로 “누구라 갖다 놨시꺄”하면 못 알아듣는 거지요. 또 “돈 있는 사람이나 병원에 갔지요”를 함경도 말로 “돈 있는 사램이나 병원에 갔지비”하면 알아듣기 어렵지요. 또 같은 단어라도 어법에 따라 쓰이는 모양새는 다른 경우도 있지요. 남쪽에선 낚시질하면 안 좋게 보이지만 북쪽에선 그게 옳은 표현이 되고 남쪽에서 소행이라면 나쁜 어감으로 쓰이지만 북쪽에선 칭찬의 뜻이 있는 것입니다. 음운은 한자를 읽을 때 음과 운이 높고 낮음이 다르게 표현되는 것을 말하는데, 김해라는 지명을 두고도 같은 음조로 ‘김해’하는 것과, ‘김 해’하면서 ‘김’을 길게 짧게 발음하는 것이 다 음운을 다르게 발음하는 것 때문이지요. 발음이 높고 낮으냐, 길고 짧으냐 하는 고저장단이 음운을 결정한다고 보겠습니다. 억양은 액센트인데 강하게 발음하는 부분과 약하게 발음하는 부분이 달라서 듣기 서로 어색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남북한이 언어가 서로 달라졌다 한다면 그건 어휘나 어법이 주로 달라졌다고 봐야지요. 음운이나 억양은 분단 전에도 지방마다 달랐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달라진 어휘나 어법은 남북한이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꾸듯이 하나로 통일 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예로부터 서로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결국 말이 알아듣기 힘들다 하더라도, 또 이질화됐다 하더라도 어휘나 어법이 가장 알아듣기 힘들게 할 텐데 어휘나 어법은 그래도 맞춤법통일안으로 서로 접근 가능합니다. 그러나 말의 길고 짧음, 높고 낮음의 음운이나 억양은 음성표준어 같은 것이 있어서 통일돼야 이질성이 줄어들 것입니다. 현재 남북한 어학자들이 ‘겨레말큰사전’을 만들고 있잖습니까? 이런 사전이 편찬되면 적어도 어휘나 어법 같은 것은 서로가 얼마나 다른가를 가늠도 하고 상대 쪽 말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을 통해 긴 시간 뒤에 남북한 말이 비슷한 모습으로나마 접근할는지 모르지요.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임채욱 선생: 남북한 어학자들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를 발족시키고 2005년부터 사전편찬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달라진 남북한 말을 총망라한 사전 편찬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뜻으로 시작된 것인데 33만여 개 단어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12만여 개 단어풀이를 합의했다고 합니다. 남쪽학자는 35명 내외가 참여하는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편찬회의, 집필회의 등의 형태로 진행되다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로 같이 만나지는 못하고 각기 따로 진행해 오고 있지요. 아마도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되면 다시 공동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북한에도 어학사전이 있을 것이고 한국에도 있을 텐데 굳이 공동으로 편찬할 이유가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남쪽에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있고 북한에는 44만 개 어휘가 실린 ‘조선말대사전’이 있습니다. 굳이 공동사전을 안 만들더라도 필요할 때 각기 사전을 펼쳐보면 되는 것인데, 이걸 꼭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반대의견도 있지요. 명분은 나쁘지 않지만, 남쪽에서만 몇 백억 원을 대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북한 언어가 정말 공동사전을 만들 정도로 많이 이질화된 것일까요?

임채욱 선생: 그간 우리는 남북한 언어가 많이 이질화됐다고 생각해 오는데 이런 면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 말이 통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전문적인 일을 할 때 서로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서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조선조 유명한 시인 임백호가 한쪽 발엔 나막신을 신고 다른 발엔 짚신을 신고 나귀를 타니까 하인이 그걸 지적하니까 “괜찮다. 이쪽에서 보는 사람은 나막신 신었다고 할 테고 저쪽에서 보는 사람은 집신 신었다고 할 것이니 아무 일 없다”라고 한 것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요. 그러나 이런 것과 공동사전 편찬문제는 별개지요. 언어가 이질화됐다고 반드시 공동사전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이질화 됐더라도 통일 후에 해도 된다는 논리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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