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조선옷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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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열린 '전국 조선옷 전시회' 모습.
지난 2017년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열린 '전국 조선옷 전시회'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해방 후나 6.25전쟁 후 한복은 남에서나 북에서나 일상복이기도 하지만 노동복이기도 했지요.

중국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통치자 부인이 한복을 입고 영접을 했습니다. 한복 입은 자태가 괜찮다는 반응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한복 이야기로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북한에서는 한복이라 하지 않고 조선옷이라고 하지요. 조선옷은 우리나라 민족의상인데 세상에 아름답고 고상한 옷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합니다. “독특한 형태와 무늬, 색깔을 가지고 있는 조선옷은 매우 우아하고 소박하다”(김정일선집 3권 p285)는 것입니다.

요즘은 북한에서도 조선옷을 일상복으로 잘 입지 않지 않나요?

임채욱 선생: 그런 것 같습니다. 평양 같은 도시에서는 한복보다는 원피스라든가 투피스 같은 옷들이 일상복으로 된 모습입니다. 북한에서도 조선 옷이 평상복, 노동복, 예복으로 입는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 평상복으로는 잘 입지 않습니다.

노동복으로도 입습니까?

임채욱 선생: 해방 후나 6.25전쟁 후 한복은 남에서나 북에서나 일상복이기도 하지만 노동복이기도 했지요. 북한에서는 여자들 조선 옷이 노동에 편하게 치마도 짧게 입는 게 좋다는 쪽으로 유도했지요. 그러니까 1970년대까지는 치마가 짧아야 일하기 좋다고 짧은 치마 입기를 권장했는데 그 뒤 1980년대부터는 긴치마를 입어야 민족정서에 맞는다고 말합니다. 1970년대까지는 전쟁 후 노동력을 발휘하는데 짧은 치마가 좋다고 노동복으로서의 한복을 봤다면 세월이 흘러서이겠지만 1980년대부터는 미의식을 강조하면서 예복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게 된 것이라 보겠습니다.

그런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남북대화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1970년대 평양거리 여성들은 검정통치마와 흰 저고리 일색이었습니다. 1972년부터 시작된 남북대화 초기에는 남북쌍방이 대화 못지않게 자신들 부족한 면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상대방을 면밀하게 관찰도 했는데 그 때 남쪽 기자들 눈에 포착된 북한 여성들의 의상은 검정통치마에 흰색저고리 일색이더니 이듬해가 되면 일제 말기에 유행했던 간단복 모양의 원피스 차림으로 바뀌더라는 것입니다. 1978년이 되면 여성들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북한당국의 언급이 나타납니다. 뭐 옷을 깨끗이 입어라, 앞이 파인 옷을 입고 노출을 한다고 해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 변화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1990년대가 되면 남자들은 여름에 짧은 바지를 입기도 합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는 조선 옷 입는 법도 선보입니다. 1992년 10월 원산에서는 의상디자인 현상공모전시회도 열립니다. 그 뒤부터 해마다 전국조선옷 전시회가 열리고 있지요.

한국에서는 한복이 예복으로 된지 오래지요? 북한에서도 조선옷은 예복으로 많이 입는 것 같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북한에서도 결혼식에서 신부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 많이 보게 됩니다. 예복이지요. 이번에 김정은 부인이 입은 것도 예복으로 입은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명절에 조선 옷을 많이 찾습니다. 그 조선 옷에 대한 자부심을 담은 문예작품도 눈에 띕니다.

어떻게 묘사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우리네 조선 옷 세상에 으뜸일세>라는 시 한구절만 보기로 할까요?

입을 적마다 애틋한 마음 야릇한 정서로 마음마냥 설레는 조선치마저고리

입고들 나서면 한떨기 꽃이련 듯 아름답기 그지없는 치마저고리

(중략)

선군으로 빛나는 이 하늘아래 천년만년 만발할 민족의 넋이여 우리네 조선 옷 세상에 으뜰일세 사회주의 내나라 더더욱 눈부셔라

2015년 10월에 나온 상당히 긴 시를 줄여서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쪽 한국에서 한복은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한번 보지요.

임채욱 선생: 이제 한복은 더 이상 노동복은 아니지요. 물론 개량한복 중에는 노동복처럼 입을 수 있는 것도 있긴 하지요. 한복은 결혼식이나 입학이나 졸업 때 입는 예복이 됐고 한복을 변형시키는 작업이 이뤄져서 퓨전한복도 등장하고 있지요. 옷감 변형도 많아서 모시에 명주를 섞기도 하고 색 배합을 멋지게 해서 어린이들만 입던 색동옷을 어른들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도 나옵니다. 한국에서는 88올림픽을 전후해서 한국을 알리려는 노력의 하나로 출발한 한복 알리기가 성공해서 이제 세계적으로 한복은 널리 알려진 옷이 됐지요. 지금 서울에 오는 외국 남녀 관광객이 종로거리에서 한복으로 멋을 내고 다니는 풍경은 일상적인 일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도 한복은 예복은 돼도 일상복은 더 이상 아니겠군요?

임채욱 선생:  1980년대까지는 명절에는 남자나 여자나 한복을 입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명절 때도 한복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무슨 행사나 특별한 방송 출연 때나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의 의식주 생활에서 전통을 지킨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요?

임채욱 선생: 문화생활은 크게 관념적인 부분, 규범적인 부분, 물질적인 부분으로 나뉘지요. 관념적인 부분은 사상과 가치관을 말하고 규범적인 부분은 생활양식을 말하며 물질적인 부분은 의식주 같은 물질생활형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전통이란 관점에서 보면 사상, 가치관, 생황양식 같은 부분보다 의식주 같은 부분은 쉽게 바뀌게 되는 현상이 있지요. 의식주 생활, 즉 입고 먹고 집을 짓고 사는 삶 에서도 먹는 것을 빼고는 전통을 지키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도 먹는 것은 미각작용의 영향으로 부모가 물려준 것을 지키는 성향을 가지게 되지요. 이런 면에서 앞으로 한복이나 조선 옷이나 일상에서 착용하는 평상복은 안 되더라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라도 입는 예절 복 이라도 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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