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으로 본 문화적 정통성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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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평양 단군릉에서 열린 개천절 남북 공동기념행사 모습.
2014년 평양 단군릉에서 열린 개천절 남북 공동기념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은 자기들이 프로레타리아 민족이 되려 한다더니 지금은 주체민족이다, 김일성민족이다 하는데 한국국민이 어떻게 그걸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지요.

8월은 광복과 해방을 생각하는 달입니다. 작년 8월에 이 시간을 통해서 광복에는 우리민족이 항거하고 투쟁했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해방에는 외세의 힘으로 풀려났다는 의미가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해방보다 광복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광복과 함께 분단의 비극을 맞게 됐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 북단에서 본 문화적 정통성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지요.

임채욱 선생: 네.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분단은 광복의 환희, 해방의 기쁨을 덮어버렸습니다. 당초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 필요성 때문에 그은 38선 분단이 지리분단을 가져오더니 곧 이은 정치적 분단으로 이념분단까지 골이 크게 넓어졌지요. 정치적 분단이라는 건 남북한에 각기 이념과 체제가 다른 정권이 들어섰다는 것이지요. 그러고는 동족상잔의 전쟁과 휴전선이란 장벽으로 서로 오고 가지 못하니 문화적 분단까지 돼버려서 결과로 민족분단이 돼버린 것이지요. 올해는 지리분단 73년, 이념분단 70년입니다. 그리고 민족분단 67년입니다. 이 긴 세월, 시간은 화해보다는 대결의 시간으로 더 오래 점철돼 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서 분단이 된 순서를 거꾸로 해서 민족분단부터 없애고 이념분단 없애고 지리분단을 없애면 그게 바로 통일일 테지요.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한 간에는 새로운 전개가 가능할 것도 같은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민족분단 없애고 다음으로 이념분단 없애고 마지막으로 지리분단 없애면 되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습니까?

임채욱 선생: 참으로 어렵지요. 지금 남북한 주민은 동족은 틀림없는데 같은 민족이라 말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난감하지요. 동족이야 같은 핏줄이란 뜻으로 쓰는 말이니까 남북한 주민은 같은 혈족인 동족이지요. 하지만 민족은 그 개념이 정치적 성격을 가지기에 쉽게 한 민족이라 말하기 어렵지요. 그런 성격 규정은 북한에서 까다롭게 한 것이지요. 부르죠아 민족이다 프로레타리아 민족이다 하면서 구분하려 했지요. 북한은 자기들이 프로레타리아 민족이 되려 한다더니 지금은 주체민족이다, 김일성민족이다 하는데 한국국민이 어떻게 그걸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문화, 민족문화도 남북한이 보는 관점이 달라져서 그걸 교류를 하면서도 상대방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서로가 자기가 정통성을 가졌다고 주장해왔지요.

정통성은 무엇인지, 그 기능은 어떤 것인지를 설명 좀 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정통성은 쉽게 말해서 통치의 정당성입니다. 그 지배가 법적으로 정당하냐, 역사적 계승에서 정당하냐, 다수국민이 그 지배를 동의하냐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 지배집단의 통치를 인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요.

남북한은 서로가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대결해 왔을 텐데, 앞으로 남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의미를 상실하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정통성문제는 논리의 문젭니다. 정통성은 앞에서 말한 법적으로 정당하냐 하는 것은 법통성이 되고 역사계승에서 정당하냐 하는 것은 민족사적 정통성이 되고 다수국민의 동의를 받느냐 하는 문제는 국력과 국민생활의 우위성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 앞으로 남북한 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통성 논리는 등장하고 작용하게 됩니다.

그럼 문화적 정통성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임채욱 선생: 문화적 정통성은 정통성의 문화적 측면을 말합니다. 무엇이 문화적인 면에서 정통성이냐 하면 민족이 지녀 온 전통을 바르게 계승하는 것이지요. 그 계승이란 게 전통이면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게 아니라 옳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남북한에서 문화정통성은 어떤 모습을 보여 왔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은 미국문화 내지 서구문화의 세례를 받고 있었고 전통문화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캐캐묵은 것도 살려냅니다. 그동안 북한은 “소련을 따라 배우자”를 모또로 삼아 북한주민의 모든 사고나 행동양식을 소련을 준거로 삼았지요. 그러던 북한은 1960년대 중반 이후, 1970년대가 되면 ‘주체성’을 내세웁니다. 그게 1990년대가 되면 공산권의 멸망과 함께 민족성이란 것을 또 강조하게 되고 실제 민족문화와 관련되는 많은 유산들을 찾아내고 가꾸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체성을 내용으로 잡고 민족성을 형식으로 활용하면서 남한의 문화풍토를 미제국주의 식민성이라 비판합니다. 이게 북한의 문화정통성 주장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모습입니까?

임채욱 선생: 전통문화도 민족문화이지만 낡고 반동적인 것은 수용하지를 않고 사회주의 문화건설에 필요한 것만 채택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무당이 춤을 추는 것을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할 때도 춤사위 기교가 중요해서 살리는 게 아니라 미신에 사로잡힌 허위성을 폭로하고 옛 통치배들을 비난하는데 도움 된다면 살리고 안 된다면 없애버린다는 식입니다. 특히 대남면에서 필요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찾아 쓴다는 것입니다. 단군에 대한 것이 이런 것인데, 광복 후부터 단군에 대해서는 신화적 인물이라고 무시하고 한국의 단군숭배를 비난해 오더니 1990년대 공산권 멸망 후에는 북한에서도 단군을 중시하게 됩니다. 민족에 바탕하는 문화를 찾는 과정에서 단군에 착안하고 단군릉을 찾아냅니다. 평양에서 약간 떨어진 강동군에 있는 오래된 분묘를 단군릉이라 확정하고 아주 거창하게 개축합니다. 그리고 단군을 실제인물로 모십니다. 이런 것들이 북한이 문화정통성을 확보하려는 한 모습이지요.

앞으로 문화적 정통성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임채욱 선생: 문화적 정통성은 민족문화의 원형에 충실해야 되겠지요. 또 현대사회에도 적합한 문화를 만들어 내야 확보되는 것이지요. 이런 면에서 볼 때 북한은 선택하는 폭이 너무 커서 전통문화에서도 많은 것을 잃을 것입니다. 전통문화 유산을 대할 때도 없애버릴 것을 고르고 그냥 두기는 하되 활용하지는 않을 것을 찾아내고 그 다음에 이어받을 것을 찾겠다는 정책태도로서는 그 양이 많을 수가 없게 됩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라고 해서 모두 계승해야 되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전통문화유산이 다 문화전통으로 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은 일반론으로서는 틀린 것이 아니죠. 하지만 북한처럼 1930년대 ‘항일혁명전통’이 문화유산의 더 중요한 핵이 된다면 그 제한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됩니다. 제한성이 있는 한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민족문화의 원형에 충실할 수는 없지요. 민족문화의 원형에 충실 하려면 역사체험에 충실하고 그걸 왜곡하지 않아야 되는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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