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풍경
2019.12.23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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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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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교황의 방북, 북한방문이 이뤄질까 하는 기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한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가는군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풍경’ 제목으로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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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욱: 네, 그랬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북한이 아니라 태국과 일본을 방문했지요. 지난 달에 불교나라인 태국을 방문하고, 이어서 일본에 와서 원자탄 폭격을 받은 두 도시를 방문했지요. 참 일본 국왕도 만나고, 핵무기는 가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규탄 받아야 한다는 말도 했지요.
이번에 한국방문은 빠졌는데 이미 다녀갔다지요?
임채욱: 한국은 5년 전인 2014년에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는 한국 대통령이 교황을 방문해서 북한 방문을 권유했지요. 김정은 초청메시지를 전달했다나요.
일본은 캐톨릭 신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지요? 한국의 종교인구는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일본 캐톨릭, 천주교신자는 45만명쯤 된다는군요. 일본인구 1억 3천만명으로 치면 0.35%정도 되지요. 이에 비하면 한국 천주교신자는 인구의 8%정도 되니까 많이 잡으면 400만명이 되겠군요. 한국에서는 5년 단위로 인구 주택 총 조사를 실시하는데 2015년 기준으로 불교신자가 15.5%, 개신교신자가 19.7%, 천주교가 7.9%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이 56%입니다. 30년 전에 비하면 불교신자가 줄어들고 개신교와 천주교가 늘어난 것입니다. 물론 유교인구도 줄어들었습니다.
북한에는 종교인구 통계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그래도 추산한 숫자는 있는가요?
임채욱: 북한에 교회는 두 곳, 봉수교회와 칠곡교회이고 성당 한 곳인데 기독교신자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1988년에 세워진 봉수교회에 출석하는 신자가 300여명이고 전도사가 3~4명, 장로 8명이라는 목격담이 있고, 칠곡교회는 신자가 100여명이라 합니다. 또 가정예배자가 있다지만 얼마나 되겠습니까? 평양에서 유일한성당, 장충성당은 1988년 10월에 세워졌는데 사제 한 사람 없는 곳이지요. 한국의 신부가 가서 미사를 진행한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고정된 신자가 있는지도 의문이지요. 불교신자는 더더욱 있기 어렵지요. 북한에서 사찰은 현재 종교시설이기 보다는 문화휴식시설로 기능하고 있는데 형식상으로는 부처님 태어난 날, 석탄절이나 부처님이 돌아가신 날 열반절에 법회를 열지만 일반 불교신도는 참가자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 기관(북한인권정보센터) 보고로는 2008년도 현재 개신교 신자가 1만 3천명이고, 천주교신자는 4천명, 불교신도 300여명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천도교 신자가 1만 5천 명 정도로 가장 많지요. 그러니 종교인구 통계는 의미가 없지요.
북한성당에는 사제가 한 사람도 없다고 했는데, 그런 곳에 교황방문은 어렵겠지요?
임채욱: 천주교 북한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 관할이고 서울교구장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사제가 파견될 수도 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교황이 갈 수 있는 조건이 안 된 부분이 있지요. 가장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북한에 종교적 자유가 없다는 점이지요. 말이야 종교자유가 있다지만 실제로 종교가 억압받는 상황인데 어떻게 갑니까? 성경 지녔다고 교화소에 가고, 남쪽 목사 만났다고 정치범수용소로 간다면 이게 종교탄압 사례가 아니고 뭣입니까? 이런 인권탄압 지역에 교황이 갈수는 없지요. 또 이번에 일본에서 핵무기를 가진 것만으로도 규탄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교황인데 핵무기를 가졌다고 헌법에 공공연하게 명시하는 곳에 갈수는 없는 것이지요. 로마교황이 결코 네로 황제를 축복해 줄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지요.
결국 한국대통령이 북한통치자에게 준 교황초청 아이디어는 불발이 됐군요. 하지만 한국종교계는 북한의 종교활동 자유를 위해서 계속 힘을 기울이겠지요?
임채욱: 종교인들이야 남을 돕는 것을 다반사로 하고 그런 마음을 항상 지니고 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한국의 종교인들은 북한 종교계를 다투어 도우려고 하지요. 그간에도 평양 봉수교회를 재건하고 금강산에 있는 신계사를 복원하고 성경을 만들어 보내고 성당미사 집전을 도와주고 했지만 북한에 종교자유를 위한 틈새를 아직은 조금도 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교를 하려고 돈을 주기도 하겠지만 좋은 행위는 아니지요. 일찍이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교류를 위해 평양을 가려다가 돈 내고 간다면 이게 선례가 돼서 다른 종교인에게 영향을 준다며 평양 행을 포기했다는 증언(동아 2018. 5. 10. A29면)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기독교인만의 축제일이 아니지요? 한국에서는 비기독교인도 즐겁게 보내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
임채욱: 크리스마스는 이제 자기 종교와 관계없이 세상의 온 사람들이 다 즐기는 날이 됐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날이면 산에 있는 절에도 축하 플래카드가 설치되고 스님도 축하하려 교회에 갑니다. 크리스마스도 처음엔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를 하는 날이었지요.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도와 미사(mass)가 합해진 말이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로마에 와서 낮 시간이 밤보다 길어지는 동지 즈음에 열리는 축제가 된 것입니다. 축제라서 먹고 마시고 쾌락을 추구하는 놀이판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성스러운 날이기도 하고 속되게 즐기는 날이기도 하게 된 것이지요. 곡절을 겪었겠지만 이제는 크리스마스 날 주인공이 예수만이 아니라 산타클로스도 또 다른 주인공이 돼버렸지요. 코카콜라 회사가 판매를 늘리려고 1931년에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붉은 색 옷을 입힌 산타클로스를 백화점 홍보에 등장시킨 것 때문이라군요.(김기봉 글, 조선일보 16. 12. 21.)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입니다. 3.1운동은 천도교가 주도하고 불교와 기독교가 함께 한 민족의 큰 운동이었지요. 몇 년 전부터 남북한 종교계도 이 100년을 뜻있게 기념하려고 했는데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었습니까?
임채욱: 없었습니다. 3월 1일 정오에 남북한에 있는 전체 교회와 성당, 사찰, 그리고 향교, 원불교 교당, 천도교 교당에서 일제히 종을 울리기로 했다는데, 남쪽에서는 실행을 했는데 북쪽에서는 했다는 소식을 못 들었습니다. 계획된 공동행사도 실행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는 남북한 표정에 다른 게 있습니까?
임채욱: 한국에서야 거룩한 밤이기도 하고 소란스러운 밤이기도 하지요. 성스러움과 속됨이 함께 있는 날이 되지요. 한국의 개신교 교회가 물질주의에 빠진 일부 목회자들의 도덕성 때문에 메리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메시 크리스마스(Messy Christmas), 즉 더럽고 엉망인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다고 자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날은 성스럽고 시끄러운 날이 되겠지요. 왜냐하면 12월 24일이 선대통치자 김일성의 처 김정숙이 태어난 생일이어서 기념을 요란하게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에는 단체별로 ‘충성의 모임’이 조직돼서 행사를 벌이고 쌀과 고기, 과일이 배급되는 좋은 날이 되지요. 그 뿐 아니고 이날은 또 바로 선대통치자 김정일이 최고 사령관이 된 날이기도 해서 경사스런 일이 겹쳤지요. 북한 종교인들은 바쁘겠지요. 이 모임 저 모임에 신도끼리, 신자끼리도 만나야 하니까 ‘바쁘다 바빠’를 외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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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인간은 종교의 힘으로 한발자국씩이라도 선한 걸음, 착한 걸음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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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