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 식사와 평양식 식사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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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옥류관에서 열린 국수경연대회.
평양시 옥류관에서 열린 국수경연대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조선 손님 여러분, 회담성과는 별로지만 자, 식사는 공산주의식으로 합시다” 이 말에 남쪽 사람은 뭔 말인지 멍하게 쳐다보면서 “밥 먹는데 공산주의 찾고 자본주의 찾느냐”면서 가볍게 반박을 합니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병신년이 가고 닭띠 해가 되는 정유년이 옵니다. 자연의 이치대로 천체는 돌면서 사람세상을 이끕니다. 사람들은 새해가 됐다고 의식주, 아니 북한식으로 식의주를 새롭게 하려고 합니다. 먹을거리를 장만하고 새 옷을 꺼내고 집을 청소합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새해와 관련된 이야기로 함께합니다.

임채욱 선생: 네. 좋지요. 새해 새날 아침 먹거리가 풍성하고 서로의 안녕을 비는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요. 요즘 한국에서는 의식주에 급급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편안한 삶을 찾으려고 덴마크식 슬로라이프, 즉 휘게(hygge)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휘게요? 미국에서도 휘게 열풍이 있습니다만 한국에도 있군요. 휘게에 대해 설명 좀 해보시죠.

임채욱 선생: 휘게는 본래 노르웨이 말이라고 합니다. ‘포옹하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을 가진 후게(hugge)라는 말이 덴마크에 와서 아늑하다, 편안하다로 해석된 것이지요. 덴마크라는 나라는 알다시피 국민소득은 높지만 기후가 좋지 않아서, 특히 겨울철에는 날씨가 늘 궂을 때가 많다고 하지요. 그래서 국민들은 먹는 걱정은 없더라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자본주의식 행복이 아닌 다른 무엇을 찾으려 한 것이 휘게 운동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행복의 기준을 ‘친밀함’, ‘평등함’으로 찾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럼 한국에서 휘게식으로 사는 사람도 실제로 보입니까?

임채욱 선생: 아니지요. 의식상으로 그렇게 인식수준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지 실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야 소수겠지요. 한국 중산층 이상은 2000년대 초에 웰빙, 즉 잘살기를 찾았고 또 미니멀 라이프라해서 소박하게 살자는 사람도 늘어나다가 최근에 와서는 휘게에 빠져드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 슬로시티운동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지요. 느리게, 편안하게 생활하자는 것을 모토로 하는 것이지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먹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인구도 많을 것인데 너무 앞서나가는 사람들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우선 먹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뭐라고 말하기 뭣합니다만 일단 식탁이 풍성한 중산층은 많지요. 자본주의식 식탁은 차릴 수 있는 인구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식 식탁은 또 뭡니까?

임채욱 선생: 먹을 것이 많다는 것이지요. 자본주의식 생산양식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서 생산량이 많다는 데서 나온 패러디지요. 반대로 공산주의식 식탁은 상대적으로 초라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자본주의식 식사를 하는 것과 공산주의식 식사를 하는 것도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식 식사와 공산주의식 식사는 어떻게 다르다는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1980년대 어느 날 평양에서 남북한 대표가 어떤 회담을 했다고 상정하면서 말해 봅니다. 오전 회담이 끝났습니다.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쌍방합의 같은 것은 생산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됐으니 양측 대표단은 오찬장으로 갔지요. 북쪽 사람이 말합니다. “남조선 손님 여러분, 회담성과는 별로지만 자, 식사는 공산주의식으로 합시다” 이 말에 남쪽 사람은 뭔 말인지 멍하게 쳐다보면서 “밥 먹는데 공산주의 찾고 자본주의 찾느냐”면서 가볍게 반박을 합니다. 그러자 북쪽 사람은 “허 그래도 공산주의식 식사가 낫지요”라고 다시 한 번 말합니다. 그때야 남쪽 사람 중 어느 누구는 알아차립니다. “아, ‘많이 먹으라’는 말이군” 합니다. 공산주의식 식사란 공산주의 분배방식을 암시한 것입니다. 분배방식에서 사회주의 단계에서는 ‘능력껏 일하고 일한만큼 가져라’지만 공산주의 단계가 되면 ‘능력껏 일하고 가지고 싶은 만큼 가져라’라 되지요. 북한이 공산주의분배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걸 지향했다는 거지요. 이때 바람직한 남쪽 손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밥 먹는 것은 공산주의식도 좋은데 우선 상차림이 자본주의식으로 돼 있으면 좋겠군” 이 말은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공산주의 생산방식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되지요.

지금 세계적으로 공산주의식 생산방식이나 분배를 고집하는 국가는 거의 없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도 농사에서 개인생산 부분도 있고 장마당 형태로 변화된 유통모습도 있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북한에서 살림살이가 좋아져서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요. 옛날에 김일성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밥을 먹는데 바른 손으로 먹든 왼손으로 먹든 또는 숟가락으로 먹든 젓가락으로 먹든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어떻게 먹든지 간에 입에 들어가서는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1970년에 한 이 말은 전쟁시기에 무슨 식을 찾을 필요가 어디 있느냐는 생각인데, 북한사회도 이제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는 길로 가야 되겠다는 것이지요. 웰빙이니, 휘게니 하는 방향으로는 한 참 멀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밥 먹는 데는 공산주의 식도 자본주의 식도 없는 세상이 남북한에 와야 된다는 말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한 해을 보내면서 시 한 수 읽어볼까 합니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김광섭 시인은 함경북도 경성 출신이지요. 경성은 청진과 이웃하고 있지요. 자 마지막으로 이런 시구 한 수로 끝냅니다.

가라, 옛날이여~ /  오라, 새 날이여~ /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 고마운 시간들이여~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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