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 교내 CCTV…중국처럼 감시하겠다?
2024.11.27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얼마 전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얘기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붙잡아 가더니 이번엔 연내 화폐 개혁이 있을 거라고 말한 주민이 총살됐다는 소식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렸던 걸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26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통화 가치가 연초 대비 4분의 1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달러 8000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20일 기준 신의주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3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나라의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불법행위에 맞서 싸우자”고 강조하며 강력히 단속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무역 관계자는 지난 9월 한 주민이 연내 화폐개혁이 있을 것이란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총살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 7개월 만에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북한의 환율이 급락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김금혁: 일단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코로나 19로 폐쇄한 국경을 재개방하면서 늘어난 수입품 수요와 이에 따른 외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철저하게 국경이 통제되며 중국과 북한을 오고가던 고가의 수입품 역시 반입이 금지되어 왔죠. 그러다 약 4년 만에 북중 국경이 전반적 정상화가 이루어지며 숨죽여 있던 밀무역도 다시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동안 소비를 하지 못했던 북한 내 엘리트들의 보복 쇼핑 현상도 환율을 급락시키는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화에 대한 수요가 급등했죠.
북한 당국이 이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충분히 막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나친 통제로 인해 밀수에 대한 위험성이 따르고 해외 수입품에 대한 가격이 올라가면서 그런 통제가 환율을 빠르게 급락시킨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만 더 추가한다면, 현재 북한 내부에는 ‘제 2의 화폐개혁이 있을 것이다’ 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2009년 화폐개혁을 경험했던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또 다른 화폐개혁이 이루어질 시 구화폐의 가치가 휴지조각이 될 것을 우려해 대대적으로 북한 돈을 외화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하죠. 그러면서 외화에 대한 특히 달러나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여 환율을 급락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화폐개혁은 없다’라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북한 주민들은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그런 현상 때문에 자국의 화폐를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외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기자: 1년 안에 북한의 환율이 이렇게나 많이 떨어진 건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경제적 혼란이 올 수준이죠.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발표까지 했어도 북한 주민들이 불안해 할만한 상황인데요. 화폐 개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북한 당국이 이미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마당에 그 발표를 뒤집고 화폐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은 좀 낮다고 평가합니다. 2009년 화폐개혁 때를 돌아보면 사실 그 화폐개혁은 장마당의 기능, 특히 장마당에서 고액을 벌어들이는 신흥 중산층의 재산 증가를 통제하고, 그들이 갖고 있던 부를 국가에 귀속시키려는 의도가 매우 명확했거든요. 다시 말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나 국가 경제 부도 등 위기 상황 속 화폐개혁의 당위가 생겨 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특히 북한은 그때도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외화 보유에 대해 전혀 통제하지 못했는데,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당시 지도부는 화폐개혁이라는 한 방을 통해 정권의 통제를 벗어난 모든 부를 억제하고 외화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 되었나요. 처참하게 실패했고 시장의 흐름을 공권력으로 통제하려 했던 시도는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화폐개혁을 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북한이 결국 시장, 주민들에게 패배한 것이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 시장의 흐름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겠지만 그것이 통제 일변도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당국도 이제는 깨달아야죠. 화폐개혁에 대한 욕구는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겠지만 과거 주민 폭동까지 갈 뻔했던 실패가 있었고, 만약 한번 더 실패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에 북한은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쉽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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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환율통제 실패…통화 가치 대폭락”
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에 새로 지어진 학교 소개 영상에서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포착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지난 21일 평양시 강동군에 새로 지은 송가고급중학교 내부를 소개하는 영상을 내보냈습니다. 매체는 체육관, 기숙사 등을 갖춘 학교라며 “실용화, 종합화,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할 수 있는 모든 조건과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소개한 가운데, 교실마다 CCTV,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인권 전문가는 청소년 사이에 퍼진 한류를 포함한 외국 문화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몇 년 전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평양초등학원과 중등학원을 참관했을 때에도 교실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게 확인이 됐었죠. 한국에선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학교에 카메라를 달지 않고 있습니다만 북한 내 학교에 이렇게 감시카메라가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김금혁: 이유는 명확하죠. 감시 카메라의 역할이 결국 감시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북한의 학교, 특히 교실은 여전히 상당히 경직되어 있습니다. 일주일에 여러 번 조직 생활을 하고 사상교육도 진행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교실에서 할 수 있는 행위는 북한 당국의 통제 범위 밖을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감시카메라를 달았다는 것은 그럴만한 니즈, 즉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북한이 판단하건대 기존 학교 내 사상교육과 조직생활만 갖고는 학생들의 정신 상태나 한류에 대한 동경 등을 차단하는 것에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죠. 그러지 않고서야 범법의 현장도 아닌 교실에 감시 카메라까지 달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역으로 본다면, 북한 당국이 그만큼 학생들의 사상적 이탈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고, 또 그런 사례가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겠죠.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었거든요.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감시카메라가 학교마다 설치되어 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이런 모든 퇴행적 조치들은 코로나 19 이후, 특히 북한 청소년 세대에 대한 사상적 통제가 부쩍 강화된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입니다.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북한 당국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움과 즐거움이 가득해야 하는 교육의 현장에 오로지 학생 감시만을 위한 카메라라니 북한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공장이나 중국 접경지대,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북한 내에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는 소식은 계속 있었죠. 주민 감시와 통제를 이제 첨단 기술로 강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러다 나중엔 중국처럼 주민들의 사생활을 전부 감시하는 체계로 가는 거 아닙니까?
김금혁: 저는 이미 북한은 중국보다 더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처벌의 수위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북한만큼 감시국가 중 하나이고 최근에는 안면인식 기술까지 도입하며 국민 감시 면에서는 최고를 달리고 있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못보는 것은 아니죠. 미국 영화도 버젓히 중국 내 영화관에서 상영이 되고 있고, 여러 자잘한 통제는 있지만 한류는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감시 장비가 있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못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은 근본적으로 중국에 비해 모든 것이 매우 통제된 국가입니다. 굳이 그런 감시 장비가 없더라도 북한 당국의 가혹한 통제와 처벌로 인해 북한 사회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고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 아닙니까. 그거면 된 것이지, 뭘 더 얻겠다고 첨단 감시 장비까지 동원하는 걸까요. 정말 기가 막힌 노릇 아닙니까. 아예 숨조차 쉬지 못하게 하겠다는 즉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북한 주민들을 옥죄겠다는 그 의도가 명확해 보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