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은 왜 ‘여자친구’의 노래를 표절했을까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3.01.18
[화제성 갑] 북한은 왜 ‘여자친구’의 노래를 표절했을까 북한이 2023년 새해를 맞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아래 신년 경축 공연을 열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12월 31일 밤 수도 평양의 5월1일경기장에서 신년 경축대공연이 성대하게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甲>.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금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가수가 알고 보니 다른 가수의 노래를 표절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세상이 시끌벅적해지고, 그 가수의 인기는 아마 곤두박질 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북한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현재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로 떠오르고 있는 정홍란이라는 가수가 2023년 신년 경축 대공연에서 부른 노래가 K팝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강동완 동아대 교수인데요. 강동원 교수로 말할 것 같으면 북한 전문가로 20년 넘게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시는 이쪽 분야 전문가시죠. 지난 16일 본인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정홍란 가수가 부른우리를 부러워하라라는 북한 노래가 여자친구의 2017년 발표곡 ‘핑거팁’(Fingertip)과 유사하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강 교수는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전문 음악인에게 의뢰를 해서 두 곡을 비교해 봤더니 같은 음이름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하면서 결국 표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예진: 저희가 이걸 말로만 해서는 잘 모르겠죠? 그럼 얼마나 비슷한지 청취자 여러분께 들려드리겠습니다.

 

<인서트>

 

이예진: 마지막 부분은 두 노래를 합쳐서 튼 건데 음도 거의 똑같은 것 같은데요?

 

김금혁: . 이 노래가 이번 2023년에 새롭게 나온 노래는 아니고요. 원래 있던 북한 노래인데 이번 공연에서 다시 만들었죠. 이걸 리메이크했다고 표현을 하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었던 음악 부분을 삽입해 넣으면서 그 과정에서 표절 부분이 발견된 겁니다. 이런 북한의 표절 방식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또 유튜브에 댓글을 남겼는데요. ‘100% 표절 맞다, 남한 노래 들으면 안 된다고 그러더니 베껴 쓰는 건 되냐라는 등의 정말 많은 댓글들이 달렸었고요.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유튜브뿐만이 아니라 언론사마다 기사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우리를 부러워하라라는 이 노래는 굉장히 오래된 노래더라고요?

 

김금혁: 1990년대에 나온 노래고요. 1999 8 15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통일예술축전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는 아주 오래된 북한 가요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2023년 새해를 맞아 지난 1일에 개최한 신년경축 대공연에서 정홍란 가수가 부른 것입니다. 이 노래는 청봉악단이 부른 노래를 리메이크, 다시 편곡한 것으로써 문제의 구간은세상이여 부러워하라 우리를 부러워하라 원수님의 그 믿음 속에 충신이 된 우리 인민을이라는 구절 다음에 나옵니다. 그 다음에 신이 나는 후렴 구간이 반복되는데요. 그때 이제 여자친구의 곡과 비슷한 느낌의 표절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원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하면서 한국 노래를 따라하게 된 거군요. 그런데 최근 유난히 남한 문화를 차단한다며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만들어 사형에 처할 정도로 강력한 통제를 해왔던 북한이 왜 남한 노래를 표절했을까요?

 

김금혁: 저희 프로 시청자분들은 저희가 여러 번 이미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매우 잘 알고 계실 텐데요. 현재 북한은 외부 문물에 대한 유례 없는 차단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차단만 하고 통제만 한다면 사람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거죠. 이걸 해결하려면 괜찮은 대안을 제시하면서남한 노래 듣지 말고 우리 노래 들어라라고 해야 되는데 북한의 대중음악은 이미 젊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지 오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층의 흥미를 끌어당기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편곡을 하거나 혹은 그들이 선호하는 그런 음악적인 유행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강동완 교수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9.9절 공연에도 매우 유명한 선전가요죠. ‘높이 날려라 우리의 당기를 편곡하면서 오히려 이 음악에서는 미국 흑인 음악 종류의 하나인 리듬 앤 블루스 형식으로 편곡한 바가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러한 편곡 방식에 대해서 개성과 특색을 살린 참신한 시도였다고 칭찬을 했고 김정은도 이에 대해서 간접적인 칭찬이 있었다고 밝힌 상황이죠.

 

이예진: 그런데 사실 음악이란 게 제한 없는 상상력 아래 창의력을 펼쳐야 하는 분야잖아요. 김정은이 남한의 음악보다 나은 걸 요구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했을 때, 창의력에 한계를 느껴서 적당히 한국음악을 버무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거든요.

 

김금혁: 네. 옳은 지적입니다. 현재 K팝은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문화가 되었고 한국 음악은 대중음악의 하나의 또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당연히 이런 한국 음악의 발전에 대해서 강한 경계심과 질투심을 갖고 있죠. 자기들도 ‘지지 않는다, 북한도 이런 거 만들 수 있다’ 이런 걸 좀 보여주고 싶은데 또 그게 김정은의 욕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걸 만들어내는 작곡가들이나 북한의 음악가들의 능력이 전혀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제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듣는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많이 듣고 많이 따라 부르고 또 여러 나라와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것인데, 오직 북한 스타일의 노래만 작곡하고 불러본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유행을 따라잡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표절, 즉 베끼는 방식으로라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북한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만들어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못 보고 못 듣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북한당국이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과는 다르게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노래의 소재에 한계가 없기 때문에 그 재미나 감동이 더 크다는 평가가 있거든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 맞습니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더 매력적인, 더 재미있는 것들을 내놔야 하는데, 북한은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나 영화에 대통령이 나쁜 짓을 하는 것으로 나올 수도 있고, 또 정치인, 검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나오고요. 혹은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거나, 혹은 장애가 있거나 이런 사람들도 또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 얘기도 이제는 정말 20년 전의 이야기이고, 최근에 나온 드라마 장르는 정말 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죠. 그만큼 상상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좋은 대안을 만들고 싶어도 결국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체제가 가진 한계성 때문인 거죠. 북한 사람들도 그 한계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아무리 통제해도 본인들의 호기심이 미치는 것, 본인들이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결국은 한국 드라마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조금은 우리가 고무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이런 변화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은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는 거죠. 이렇게 외부 세계 문물에 대한 어떤 사람들의 열망이나 보고 싶은 곳을 보고 싶다고 하는 북한 사람들의 그런 의지, 이런 것들을 마냥 꺾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화에 떠밀린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걸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조금 더 압박하고, 우리가 조금 더 훌륭한 것들을 만들어내고, 조금 더 북한에 이런 것들이 많이 들어갈 수만 있다면 점진적으로나마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좀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표절도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좀 말씀드리고 싶고요. 한국 음악이 지금의 위치에 있기 수십 년 전에는 또 표절 같은 부끄러운 관행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들을 다 거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저는 북한의 대중적 음악도 부디 과거보다는 조금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甲,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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