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러 밀월 관계는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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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13일,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초청으로 김수길 북한 노동당 대표단 단장이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연방 공산당 당수와 회담했습니다. 다방면으로 밀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수길 북한 노동당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는 13일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와 만나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쥬가노프 당수에게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쥬가노프 당수는 양 당과 국가 간 접촉이 강화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김 책임비서가 이끄는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해주 정부 대표단과도 만나 양국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예진: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이 시점에 노동당 대표단까지 러시아에 보낸 이유가 있겠죠.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일단 이번 방문은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는데요. 국가 정상 간의 만남이 아니라 정당끼리의 초청 관계를 통해 다방면적인 분야에서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긴밀한 협조 내지는 밀월이 가속화 된다고 봐야겠죠. 당 대 당으로 만나는 것은 어찌 보면 러시아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 되겠고 그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입니다.

그간의 북한과 러시아 관계에 대한 세계의 초점은 불법 무기 거래라든가, 혹은 대북 유엔 제재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 등에 있었거든요. 따라서 이번에는 당 대 당의 만남을 통해 북러 관계가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임을 보여주고 특히 15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의 주최로 진행되는 "민족들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다자 협의체에 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참석하면서 미국 견제를 향한 러시아의 다자적 움직임에 북한도 적극 동참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김정은 입장에선 지금 확실하게 러시아와 손을 잡고 자신 앞에 놓여진 여러 경제적 난관이나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중국과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북한이 판단하기에 중국은 자신들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의지가 부족해 보이고, 특히 미국과의 관계 설정 측면에서 당분간은 미국과 큰 갈등을 벌이면서까지 북한 입장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반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확실한 반미 노선, 반 나토 노선을 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북한과 군사협력이 이루어지며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미묘한 동질감이 러시아와 북한을 한 유기체로 묶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거든요.

이 관계가 얼마나,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전개가 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김정은으로서는 부실했던 북러 관계를 동맹국 이상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에 대해 외교적 성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러시아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고 북한을 지렛대로 반미 전선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같은 맥락으로 북한 노동자 300여 명이 이달 초 러시아에 파견되는 모습이 목격돼 화제였는데요. 이거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아닙니까?

김금혁: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죠. 러시아는 그런 비난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탄과 미사일 재고가 떨어져 매우 급박한 상황에 놓였던 러시아를 돕고 나선 것이 북한이잖아요? 러시아도 북한의 가장 급한 것을 해결해 준 것이라고 봐야겠죠. 이 대목에서 ''왜 중국이 아닌 러시아로 노동자들이 파견될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데, 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 전에 중국에서 근무하던 북한 노동자들을 대부분 북한으로 돌려 보냈고, 새로운 인력을 받는 것에 큰 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러시아는 보시다시피 중국이 받아주지 않는 인력을 받아주고 그것도 큰 규모에서 받아주고 있으니 북한이 누굴 더 고마워 할지, 누구와 일을 하면 더 편할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예상하건대, 과거 중국에 파견되었던 식당, 방직, IT 노동자 등 북한의 주요 해외 외화벌이 인력들은 전부 러시아로 이동할 것 같습니다. 특히 임업이나 건설 등 러시아도 필요로 하는 인력들의 송출이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고요.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발 사업에 북한이 적극 참여하는 그림도 그려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예진:북한과 러시아의 밀접한 관계는 관광 분야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4년여 만에 러시아인들을 첫 해외 관광객으로 맞았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러시아인 관광객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12일까지 3박 4일간 북한 관광에 참여한 러시아인은 모두 97명입니다. 알렉세이 스타리치코프 연해주 국제협력국장은 오는 3월 북한에 2·3차 단체 관광객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타스통신은 북한 당국은 러시아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조성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곳에는 호텔 등 숙박시설 54개와 상점 등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외부에 숨기는 게 많은 북한이다 보니 북한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화제가 되곤 하는데요. 이번에 러시아 사람들이 본 북한은 어땠을까요?

김금혁: 러시아 관광객들의 북한 관광기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언론매체인 보스토크 메디아를 통해 소개가 되었습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96명의 러시아 일반 관광객들과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다녀왔죠.

대부분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논조의 기사였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면 잡아간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찍을 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고 외국인을 보고 북한 주민은 피한다는 소문은 가짜다, 대부분 반겨준다 등등의 내용인데요. 또한 무장을 한 감시자들도 없었고,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여행을 했다는 내용도 실었습니다.

이 기사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북한의 관광 재개를 알리는 홍보물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특히 새로운 고객이 될 러시아 사람들에게 북한 여행은 이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북한 여행이 갖는 여러 특색 있는 것들을 소개하면서 여행 자체를 홍보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북한을 찾은 첫 관광객이 다름 아닌 러시아인들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그동안 북한을 찾은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거나 서양인들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이들은 한번도 북한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러시아인들이 그 출발을 끊었다는 것은 북한이 생각하는 가장 자신들에게 중요한 국가가 어딘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죠. 북한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대표적인 친러 국가로 자리매김을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예진:푸틴 대통령의 방북시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는 계속될 것 같은데요.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북한이 그리는 큰 그림은 과연 뭘까요?

김금혁: 북한은 어제나 지금이나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에 대해 국제적인 공인을 바라고 있고 특히 미국의 승인을 바라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죠.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게 된다면 북한은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핵군축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돌입할 것입니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고 북한의 여러 인권 상황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만약 핵군축 협상이나 평화협상으로 상황이 흘러가게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마주 앉아야 하는 당위성이 생기게 되고, 타결로 이어진다면 북한은 수십년간 원했던 독재 체제의 보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의 이러한 무기 개발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리고 있고,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대놓고 북한 편을 드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들은 모두 김정은이 취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관계가 끝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변수는 중국인데요.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과 멀어지고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때가 된다면 북한을 다른 방법으로 압박하여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늘 그래왔거든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후 처리를 위해 안정적인 국제 관계가 필요해질 것이고 무기 공급이나 탄약 공급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북한과의 관계 역시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사실 이 관계는 시한부 관계거든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