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주 이 시간 화제인 뉴스로 전해드렸던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그 여파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단체가 6일 대북전단을 북한에 날려보낼 계획이라고 예고하면서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 북한을 무색케 하고 있는데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은 지난 2일, 남한을 향한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남측의 대북전단에 대한 철저한 대응 조치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남측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에 대응하기 위해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담은 usb 등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할 경우 대북전단 살포 잠정 중단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예진: 이유야 어떻든 이미 오물 풍선으로 한국 국민들이 많이 놀란 상태 속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맞대응은 지금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게 뻔해 보이는데요. 여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김금혁: 한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전단 살포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막을 명분도 없거니와 그럴 의사도 없다는 것입니다. 통일부 주요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공유한 내용을 보면 현재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는 만큼 이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탈북민 단체들과 통일부 차원에서 계속 소통을 하고 있지만 자제를 요청하는 차원이 아니고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계속 지켜 보되 적극적으로 만류하거나 금지시키는 것 까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통일부가 이번 사안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앞서 전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대북전단에 항의하자 탈북민 단체에 공개적으로 자제 요청을 하고, 나아가 남북관계발전법을 개정해 대북전단 금지 조치까지 내린 바 있죠. 이때 주요 부처가 통일부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기류가 많이 바뀌었죠. 무엇보다 이들 대북 인권 단체들의 자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대북전단 금지를 해제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다시 자제해달라는 요청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을 비롯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와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서 대응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국무회의를 거쳐 9·19 남북 군사합의를 전면 효력정지 해 대비태세를 갖출 여건을 조성했고, 대북 확성기 재개 등 여러 조치들을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죠. 따라서 정부도 대북 강경 모드로 들어간 이상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행위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탈북민 단체와 접경지역 주민들 간의 충돌이 벌어진다면 대북전단을 말릴 수밖에 없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대북전단 살포 시간과 장소를 예고하는 경우 현장에서 현지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이 경우 경찰이 직무집행법에 따라 행동을 차단시켰었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예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맞대응에 대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한번 살펴보죠.
김금혁: 아무래도 북한의 이번 오물 투하에 놀란 국민들이 많이 있고, 또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에 불안해 하시는 국민들이 있다 보니 부정 기류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댓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쟤네는 쓰레기 날리고, 우리는 한국문화 알리고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단지를 북한에 날려서 북한 체제를 조롱하는 탈북 단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 체제의 유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서로 안 보내고 자제해야 하는데 대북 단체가 보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인가?’, ‘남북 서로 강대강 대치해봐야 좋을 것 없다. 대북전단도 일시적이라도 좀 제한해서 서로 조용히 좀 지내자’, ‘북한이 제일 무서워하는 남한 미디어CD의 힘을 보여줘라’, ‘이건 옳은 일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탈북단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등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글들, 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명분으로 따지면 북한이 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대북 인권 단체들은 주로 달러나 생필품 혹은 시청각 자료들을 전단에 넣어 보내는 반면 북한은 그냥 쓰레기를 보낸 거잖아요. 또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더 많은 외부 정보를 유입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행위는 어디까지나 보장되는 것이 맞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옹호하는 댓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예진: 닷새간 천여 개의 오물 풍선을 한국으로 날려 보낸 북한이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짚어본 적이 있긴 한데요. 북한에 미치는 대북 확성기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겁니까?
김금혁: 과거 몇 차례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대북 확성기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두려워하는 확실한 심리전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일단 한번 가동을 시작하게 되면 24시간 동안 돌아가고 그 범위는 30~40km까지 들린다고 하죠. 이렇게 멀리 퍼져나가는 확성기의 소리는 차단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북한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듣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게다가 대북 확성기를 통해 흘러 나오는 한국 노래나 한국 소식들은 안 그래도 한국 문화에 밝은 20대에게는 한국에 대한 적대감 보다는 동경심을 불러 오는 심리적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군 70만명이 이 방송에 노출되어 있고 접경지역 주민들도 다 듣게 되거든요. 이들이 나중에 전역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방송에서 들었던 얘기들을 전달하게 될 경우 그 상황은 북한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어마어마한 파급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어떻게든 이 대북 방송을 막으려고 그렇게 애를 쓴 것이죠.
이예진: 한국 정부가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탈북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북한의 반발이 크면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금혁: 일단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 방침 이후 먼저 꼬리를 내린 상태입니다. 갑자기 모든 전단 살포를 멈추겠다고 했죠. 그만큼 두려운 것입니다. 한국도 9.19 군사 합의를 무효화 했지만 대북 확성기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향후 태도와 행동에 달려 있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즉 아직 한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는 것이죠.
한국 정부가 곧바로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지 않은 이유는 만약 한국에서 민간 단체들이 다시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보내게 될 경우를 대비해 북한의 대응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북한이 다시 오물 전단을 투하하게 될 경우 그때는 지체없이 확성기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인 것이죠.
북한도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다시 한번 확성기가 열리게 될 경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북한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