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북한
2023.07.19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김여정을 향한 한국 외교부 발언에 대해 속시원하다는 인터넷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7일, 한미 핵협의그룹, NCG 첫 회의를 하루 앞두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또 다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18일,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30년간 수차례 비핵화에 합의하여 다양한 상응 조치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기만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 증강시키고 합의를 파기해온 북한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외교부는 이어 “이렇게 자기모순이 드러난 북한은 이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유엔 안보리가 열한 차례 만장일치로 북한에 부과한 국제법상 의무로서, 북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압박하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예진: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외교부 발언에서도 엿보이는데요. 관련 기사를 읽은 인터넷 이용자들은 모처럼 속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소개 좀 해주시죠.
김금혁: 네. 여러 댓글들이 있었는데요. 그중 몇 개를 가져와 봤습니다. ‘이런 반박 너무 좋다. 그동안 너무 소극적 대응에 북한이 기고만장한 거다’ 또 어떤 댓글은요. ‘그냥 장벽 쌓고 서로 남남으로 살자. 저들은 식량이 떨어지면 도발을 하는 거다’, ‘개념 발언이다. 그동안 북괴가 대한민국을 잘도 속이면서 기만하면서 왔으니 이제 대가를 치를 때다’, ‘30년은 무슨, 80년 동안 기만을 했다’ 등의 북한의 대응을 비판하고, 또 한국 정부의 대응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예진: 한국 외교부가 강경한 태도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대체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김금혁: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 14일에 이어 일주일 사이에 벌써 네 번째입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군사동맹 체제를 과도하게 확장할수록 자신들과의 회담은 멀어질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최근 미군 전략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와 공중 정찰, 18일로 예정된 한미 핵협의그룹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우리를 건드리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둬야 한다"며 '충분한 실력 행사'를 예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비핵화라는 말은 실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보아야 하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을 소리"라며 이를 믿고 자신들의 '영원한 안전'을 포기할 순 없다며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예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하필이면 한미 핵협의그룹, NCG 첫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습니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금혁: 먼저 이 ‘한미 핵협의그룹’ NCG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잠깐 드린다면,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맺었던 ‘워싱턴 선언’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만약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성하는 협의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하게는요. 핵을 사용한 북한을 핵으로 응징하기에 앞서, 과거에는 미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핵 사용과 관련해서 한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공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협의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협의체가 구성되고 나서 이제 본격적인 첫 회의를 18일에 한 것인데요. 북한이 회의 하루를 앞둔 시점에서 이런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압박감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유일하게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결국 핵무기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제 그것이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미가 밀착 공조를 통해서 동일하게 핵무력으로 북한을 압박한다면 그들이 느낄 공포는 만만치 않겠죠. 결국 비대칭 전력으로 한국을 겁박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던 북한의 당초 계획이 오히려 자신들을 더 크게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갔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도발에 대해 이제는 북한의 우방이라 불리던 나라들마저 북한을 비판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소속 외교장관들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장 성명을 공동으로 채택했습니다. 이 포럼은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 안보협의체인 만큼 북한이 어쩌면 기대고 있는, 혹은 믿고 있는 그런 나라들이었는데, 이들마저 북한을 규탄하고 나섰으니 북한은 점점 불안해지는 거죠. 따라서 자신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변명하는 차원에서 이번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예진: 북한이 담화에서 거론할 정도로 위협이 됐을 법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는 지난 18일 잘 마무리가 됐죠.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김금혁: 한국과 미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서 크게 5가지를 협의했습니다. 핵 기획 및 태세 검토, 한반도 작전 시 미국 핵자산과 한국 비핵자산의 실제 운용 계획 구체화, 미 핵전략자산의 정례적 한국 배치 및 이동, 위기관리 계획 구체화, 작전과 활동 강화 등이 있습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을 드린다면요. 북한이 핵 능력 하나만 믿고 사태를 오판하지 않도록 올바른 메시지, 즉 핵 공격에는 핵 공격으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고 만약 실제 작전이 벌어졌을 상황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꾸준히 보완해 나가기로 한 것이죠.
또한 지금 말씀드리는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요. 미국이 보유한 핵 전략자산들을 정례적으로,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배치하고 확장 억제 능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금 벌써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 오하이오급 핵전략 잠수함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잠수함이 보유한 탄도 미사일만으로도 북한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함정입니다. 그리고 이런 핵전력자산의 전개는 1981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 강력한 능력을 가진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한미의 약속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예진: 북한이 위협으로 느낄 만 한 것 같은데요. 드라마에서나 쓰이던 단어가 지금 상황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강 대 강’이었던 한반도 정세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인데요. 해법은 없는 걸까요?
김금혁: 이 부분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독자분들께서 오해하시면 안 되는 부분이 한 가지 있는데요. 한미 양국은 꾸준하게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응하지 않는 쪽은 오직 북한입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향후 미북 관계 전망에 관련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외교를 통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이 넓은 범위의 상호 관심사 중 어떤 주제와 관련한 대화도 환영한다는 의미”라면서 “양국이 역내 안보 상황을 다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치에 대해서 논의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즉 미국은 꾸준하게 북한과의 어떤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의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줄곧 이를 무시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을 들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한미 양국을 비난하며 그들이 평화를 해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고 수십 번도 넘는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핵 무력을 고도화하며 노골적으로 핵 위협에 나서고 있는 국가는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그런 북한을 향해 한국과 미국이 언제까지 참아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앞서 말씀하신 해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길은 결국 남한의 독자 핵무장이거나 더 엄청난 핵무기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을 북한도 이제는 깨달아야 합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