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 당국이 ‘엄선한’ 계엄사태 시위 사진
2024.12.11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북한 매체들이 한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로 인한 남한의 탄핵 정국을 뒤늦게 보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시위 현장 사진도 공개됐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은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이와 함께 국회의원들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상황, 탄핵안이 폐기된 후 서울에서 촛불집회와 시위가 광범위하게 전개됐다는 소식까지 소개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렸으며, 노동신문은 국회의사당 앞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사진도 지면에 실었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윤 대통령 비난 집회 소식 등을 매일 보도했었죠. 그러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상할 정도로 잠잠하다가 8일 만에 다시 대남 비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김금혁: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저는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일단 첫째는 북한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 겪는 한국에서의 대격변이기도 하고,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도 경험을 했습니다만 그때와 지금은 또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북한도 계엄이라는 비상 시국이 과연 북한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죠. 따라서 입장을 정리하고 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한 대략적인 가닥이 나온 이후 북한의 입장도 함께 나왔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 시국에서 북한이 뭔가 한마디 거드는 것은 사실 위기에 빠진, 그리고 북한이 정말 싫어하는 윤석열 정부를 돕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근거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은 북한과 연계된 종북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 아닙니까. 북한이 섣부르게 행동하거나 행동에 나설 경우 윤석열 정부에게 도리어 계엄의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함부로 뭔가를 하기에는 상황이 어려웠다는 점이고, 북한은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싫어하는 윤석열을 대통령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겠다 판단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계엄을 한 세력이나 계엄을 막아낸 세력 모두 결국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상황이 6시간 만에 종료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이런 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굳건한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합니다. 해당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았을 때 과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북한도 긴가 민가 한 것이죠. 대형 충돌이 발생하고 유혈사태가 발생하여 한국이 마치 무너지는 듯이 보도를 해야 북한 입장에선 좋을 텐데, 전혀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큰 잘못을 저지른 최고 지도자에 대한 탄핵 역시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다 보니 북한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죠. 따라서 북한은 자신들만의 논리를 만들어 내기 전에 해당 사실을 주민에게 공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과거 북한 당국이 한국의 사건, 사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하며 비난할 때 북한 주민들은 발전된 한국 사회나 한국인들의 세련된 옷, 머리, 신발 등을 보고 놀랐다고 하죠. 이번에도 한국의 탄핵 시위 현장 사진을 노동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실어 눈길을 끌었는데요. 하지만 사진은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사회상이 드러나지 않게 군중의 모습만 잘 담아 뭔가 꽤 고심해서 고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대부분 인물 근접 샷이거나 어두운 배경, 밤에 찍은 사진 등등입니다. 가령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통해 서울의 화려한 조명이나 건축물, 사람들의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이 된다면 그 또한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북한은 사진을 고를 때 최대한 주변 환경 노출을 덜하고 인물 근접 사진 위주로 해서 공개되는 정보를 줄이려고 시도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근데 사실 이런 행위는 상당히 부질 없죠. 이미 북한에선 한국의 생활상에 대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국의 주요 도시들에 대해, 또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 만큼 다 알죠. 북한 당국이 사진으로 장난을 쳐도 그게 뭐 얼마나 효과가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또 한번 본인들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스스로 느끼기에 북한 체제가 훨씬 우월하다고 느낀다면 굳이 뭐 하러 사진으로 장난을 치겠습니까. 자신들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런 형편없는 사진 조작으로 실상을 감추려 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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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쨌든 이번에 북한 매체들이 전한 한국의 계엄 사태 소식을 보면 여느 때와 달리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우려하고 있다는 해외 시각 등 꽤 사실 그대로 전한 것 같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당시 일어난 일들이나 전 국민의 촛불 집회 소식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보도가 됐기 때문에 이번엔 그만큼 놀라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한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번에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김금혁: 북한에선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번 비상 계엄은 명백히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기에 저는 정치적으로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임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법의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선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죠. 최고 지도자의 판단은 모두 절대적으로 옳고 수령은 결코 틀리지 않기 때문에 최고 존엄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유추해 본다면, ‘한국은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잘못을 저지르고 범법 행위를 한다면 감옥에 간다는 명확한 구조가 잘 잡힌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고요. 북한과 많이 비교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최고 권력자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수많은 군중의 모습은 북한에선 역시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여기에 대해서도 놀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주민들이 지도부의 잘못에 대해 아주 사소하게라도 말을 하게 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가거나 큰 처벌을 받지만, 한국은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최고 지도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고,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죠. 남과 북의 차이는 바로 이런 구조에서 오는 것입니다.
기자: 사실 이번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 역시 계엄 사태를 겪으며 많이 놀랐다는 반응이었는데요. 금혁 씨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시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금혁: 거듭 말씀 드리지만 저는 이번 계엄은 매우 잘못된 판단 하에 내려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위법한 계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위법성과 위헌성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그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릴 것이기에 저는 탄핵에 대한 헌재의 판단, 대통령의 통치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법리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이번 계엄은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 했다는 그 의도, 정적을 모두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확인되지 않은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평가 등등을 종합해 볼 때 상당히 부적절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민주당이 모든 면에서 낫다는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 계엄이 있기 전의 민주당의 모습은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고, 20명이 넘는 인원을 탄핵하고 불공평한 예산안으로 행정부를 압박하는 모습, 이재명 대표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판사를 압박하는 모습 등은 매우 부적절하고 저도 앞장서서 그것을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정치적 반대 편에 있는 사람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건 폭정입니다. 정치의 영역에서 충분히 그들을 상대할 수 있고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말로 하는 싸움은 말로 끝나야지 마음에 안 든다고 총을 꺼내 들면 그건 엄연한 질서 위반이고,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앞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배운,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민주주의는 결코 그런 모습으로 끝나서는 안 되기에 저는 이번 계엄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