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연말 전원회의로 본 2025년 북한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5.01.01
[화제성 갑] 연말 전원회의로 본 2025년 북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천명"하고 내각총리를 박태성으로 임명하는 등 중요간부들을 교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2025년 새해를 앞두고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연말은 꽤나 분주했습니다. 전원회의를 비롯한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를 통해 북한의 2025년 올해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전망해보죠.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 11차 전원회의에서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천명되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된 뒤 북한이 처음으로 밝힌 미국에 대한 입장입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철저한 반공전초기지로 전락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전원회의에서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펼치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김정은 총비서의 첫 공식 입장이었죠. 하지만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기존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아 김정은 총비서가 아직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금혁 씨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금혁: 이번 북한의 연말 전원회의는 사실 알맹이가 거의 없는 형식만 갖춘 회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의 진행 사항이나 회의 내용, 회의에서 의결된 사안들을 쭉 놓고 보면 사실상 크게 주목할 만한 뉴스가 없다는 것이 현재 북한 연구자들의 중론이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북한이 천명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라는 것인데, 말은 그럴 듯 한데 그래서 뭐 어찌 하겠다는 행동 지침은 공개가 되지 않았고요. 또한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깊게 관여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북한의 운명이 결정될 지도 모르는 엄청난 사건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해당 주제에 대한 방향성이나 정책들이 전혀 나온 것이 없다 보니 도대체 회의를 왜 했나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결국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이 현재 국제 사회를 향해 무언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아닐뿐더러 북한은 아직까지 대미 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나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강경 대미 전략이라는 것은 사실 북한이 지금까지 늘 해오던 것 아닙니까. 언제는 최강경이 아니었나요? 항상 강경 노선을 걸어왔고 미국을 향한 적대감을 내려놓은 적 없는 북한 아닙니까. 거기에 더해 최강경이라는 단어를 덧붙이면 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죠. 따라서 북한의 현재 입장이 애매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북한은 곧 트럼프 행정부를 마주해야 합니다. 또한 러시아 전쟁에 깊숙하게 개입한 것에 대한 청구서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고요. 망가진 북중관계 역시 북한을 압박하는 중요한 외교적 문제죠. 이런 다양한 도전을 눈 앞에 두고 최강경이니 뭐니 하는 말장난으로 넘어가는 것은 북한 답지 못한 태도죠. 모든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자신들에게 다가올지 전혀 감을 못잡은 상황에서 먼저 섣부르게 움직이기 보단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하며 시간 벌기를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특히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선 한국을 향한 메시지가 거의 없었죠. 남측을 무시하고 미국을 상대하는 '통미봉남'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금혁: 딱 한 문장 정도 있었죠. 한국을 향해 미국의 반공 전초기지가 되었다 정도 아닙니까. 북한이, 특히 김정은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을 단편화 했다고 보여지고 향후 당분간 북한은 한국과 그 어떤 형태의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접촉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한국과 북한을 완벽히 분리하여 아예 남남으로 지내기를 원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죠.

이런 기조가 향후 한국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북한과 잘 지내기를 원하는 진보 진영이 추후 정권을 잡게 된다면 김정은 입장에선 한국을 적대시 하는 것보다 필요한 수준에서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을 벗겨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김정은은 한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고,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강도는 달라지겠지만 궁극적으로 한국과 영원히 평화적으로 잘 지내겠다는 마음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한 언제든지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매우 무서운 수단이 되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선 독재를 유지하고 북한 전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가 북한으로 침투하는 것에 대해 늘 예민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자: 지난 연말 전원회의는 알맹이가 없었다고 하셨는데요. 보통 북한의 연말 전원회의에선 한해의 주요 정책을 총화하고 다음해의 투쟁 방향 등을 발표해왔죠. 하지만 이번에 전원회의 개최 사실을 보도하지도 않았고, 여느 해와 달리 일정도 많이 앞당겨진 것 같은데 이유가 뭘까요?

 

김금혁: 이번 전원회의는 그 진행 자체도 모를 정도로 매우 간소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고, 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보단 간략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추측하건대, 그 이유라고 한다면 북한은 올 한해 북한 주민들에게 당당하게 대놓고 자랑할만한 경제적 성과나 정치적 성과가 없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북한의 달러 환율은 20000원을 넘겼는데, 평소 환율의 3~4배 수준이라고 하죠.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역시 매우 큰 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지표는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죠. 경제가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들면 아무리 충성심을 강조해도 그것이 잘 발현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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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정은은 작년 초 숱한 약속들을 남발하며 경제적 성과에 대해 자신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어떤 면에서도 진보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안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 파병 소식은 여전히 불문에 부치고 있고, 숱한 파병 가족들은 자신의 자녀와 남편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연락이 두절된 상태 아닙니까. 그들의 불만도 상당할 것입니다. 이제 막 사상자가 쏟아지고 있고 벌써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죽거나 다쳤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판국에 이걸 언제까지 비밀로 붙이겠습니까. 북한은 지금 상당한 위기를 자초하고 있죠. 이번 회의가 매우 비밀리에, 단촐하게 진행된 배경에는 결국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 김정은의 불만과 초조함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특히 이번 연말 전원회의 소식을 전한 북한의 보도에서 '2025' 17번이나 언급했다고 합니다. 북한에게, 특히 김정은 총비서에게 2025년은 대내외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금혁: 저는 또 다른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으니 2025년에는 더 잘해보자 뭐 이런 모양새인데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당장 북한을 매우 잘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뒤면 취임을 하죠. 북한은 지금 트럼프의 재등장과 그가 꺼낼 카드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매우 초조합니다. 게다가 2024년 경제 지표가 모두 하락하면서 북한 입장에선 어떻게든 2025년 특히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이 되는 올해에 뭐라도 성과를 만들어야 집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에 성과 만들기에 매우 급급하겠죠.

 

여기에 하나 더,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국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현재 파병한 군인에 더해 더 많은 군인을 파병하여 전쟁이 끝나기 전에 어떤 방법을 쓰든지 전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결국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겠죠. 그리고 그런 대규모 사상자는 북한 정권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파병했고, 그들이 모두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때 가족들의 심정이 어떨까요. 이들을 최대한 달랠 수 있는 보상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그 보상은 러시아가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과연 러시아가 북한이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줄 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은 도박을 했고 큰 판돈을 걸었는데, 아직까지도 결과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매우 초조할 것입니다.

17번이나 2025년을 강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2025년이 북한 체제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라는 것을 김정은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29일 딸 주애 양과 함께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며 2025년 관광사업에 벌써부터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연말 전원회의에서 중요 간부들은 전격 물갈이가 됐죠. 최근 보여주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가 2025년 올 한 해, 북한 주민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김금혁: 중요 간부들이 물갈이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고, 관료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인사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의 대규모 인사 이동이 현재 김정은의 심정을 말해준다고 봐야겠고요. 저는 2025년에도 만약 김정은이 달라진 행보를 보이지 않고 2024년과 같은 길을 간다면 북한 체제는 길어봐야 몇 년 안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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