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다운 입장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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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옥수수 밭에 서있다.
북한 주민들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옥수수 밭에 서있다.
AP Photo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비가 엄청 오네요. 노동신문도 ‘자연과의 전쟁’이라는 기사로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큰물이 나면 제일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 농업부문이다. 큰물피해막이전투는 귀중한 땅과 애써 키운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자연과의 전쟁이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떨쳐나 자연의 횡포를 물리치고 승리자가 되자’면서 말이죠.

북한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는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자연재해가 오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땔감이 없어 산을 벗기고, 식량이 부족해 야산들을 벗겨 밭을 일궈 지금 같은 폭우, 장마가 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그리고 며칠 전 김정은은 비단섬, 신의주 방직공장, 화학섬유공장, 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 했네요. 싱가포르에 가지고 갔던 2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방탄 벤츠 대신 낡은 승용차를 타고 가는가 하면, 작은 보트에, 양복을 풀어헤치는 등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애민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도 했죠.

아마도 핵개발로 대북제재가 심화돼 도탄에 빠진 인민생활을 추켜세우려는 행보로 보이며 또 신의주개발, 개방이라는 메시지를 외부에 보내기 위한 쇼로도 보입니다.

그리고 간부들, 공장의 한심한 실태에 대해 엄중히 질책도 했고, 그것을 북한 관영매체가 여과 없이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어려운 시기 간부들을 몰아세워 긴장시켜 정권수립 70돌에 더 큰 성과물을 내놓으라는 압박의 일환이겠죠. 어쨌든 김정은 집권이후 달라진 일종의 ‘투명성’, ‘공개성’ 증가의 한 단면으로 읽혀집니다.

심지어 ‘개건현대화공사를 진행한다는 공장이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았다, 공장책임일군들이 주인구실을 똑똑히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인, 당위원장, 기사장이 서로 밀기내기를 하면서 누구하나 현대화계획에 대해 정확히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숱한 단위들에 나가보았지만 이런 일군들은 처음 본다’라고도 했네요. 이 정도면 기관총에 또 처형당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내각과 화학공업성, 도당위원회도 비판했는데요, ‘공장에만 방임하고, 잘 나와 보지도 않고, 화학공업부문이 몇 년째 추서지 못하고 말만 앞세우는 원인도 알겠다, 내각의 경제사업 지도능력과 화학공업부문의 실태를 두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심각히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방직공장에 가서는 해마다 계획을 미달하고 있다는 정보도 지적하고 공개했죠. 원래 북한에서는 이런 부정적 내용은 공개 안하는데 오죽 북한실정이 절박하면 이러겠습니까.

또 황병서도 8개월 만에 다시 현지지도에 동행하면서 등장했는데요, 군 총정치국장이었던 그는 작년 하반기 당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으면서 정치일군들의 뇌물, 부정부패 연대책임으로 해임됐죠. 그러나 올해 2월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그리고 현재 1부부장으로 다시 복직해 김정은의 신임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경제성과를 독려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하죠. ‘주인다운 입장에서 일하라.’ 그런데 요즘 북한주민들은 이렇게 되받아 친다면서요. ‘주인이어야 주인다운 입장에서 일하지~~.’ 즉, 땅도 공장도 다 나라 재산, 국가가 주인인데 어떻게 농민, 노동자들이 주인처럼 일하느냐는 말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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