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평양에서는 23년 만에 청년동맹 9차대회가 열렸습니다. 북한매체는 이를 계기로 '백두산 청년강국', 노동당의 '청년중시'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조어도 생겼더군요. '마대전, 함마전.'
'마대야, 어서 가자. 장군님께로 가는 시간이 늦어진다'고 하면서 청년들이 '마대전, 함마전으로 청년영웅도로건설'을 앞당겼고,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장에서는 '원수님 믿음이면 우리는 지구도 든다'고 하면서 결사의 각오로 영웅청년신화를 새로 썼다죠.
부모 없는 아이들을 맡아 키운 강선 땅의 '처녀 어머니', 영예군인의 안해가 되어 한생의 길동무가 되어준 아름다운 소행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우리시대의 참된 청춘들'이라고 칭찬이 대단합니다.
'청년강국' 북한에서는 이러한 청춘들이 '노동당의 후비대, 척후대, 익측부대'로 창창한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황금만능, 양육강식의 불모지에서 태어난 탓으로 자본의 마수에 걸리고, 향락의 독소에 마비되어 청춘의 영예와 자랑은커녕 방황하던 끝에 타락의 시궁창에서 속절없이 시들어버리는 청년들은 또 얼마이던가'하면서 외부세계 청년들의 불행을 꼬집었죠.
그리고 '수령복이 있어 인민복이 있고 청년복이 있다'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남북청년들의 차이, 북한과 외부 청년들의 현실이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럴까요?
며칠 있으면 남북한 모두 추석명절을 맞이합니다. 서울에서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쉬는데요, 12일, 13일 이틀간 휴가를 받으면 9일을 쉴 수 있습니다. 이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외국에 나가는 인원이 사상최대를 기록할 예정입니다. 100만 명이 몰린다고 하는데요, 많은 청년들이 부모들을 방문하고 외국으로 놀러 나가는 거죠.
세계 최고의 대학인 미국 하버드입학생들 중 옆 나라 캐나다와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을 제외하고 대한민국학생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의 데모가 있었는데요, 이들은 대학당국이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개설한다고 하자 졸업증 장사를 한다고 하면서 데모를 해 자기 힘으로 대학의 결정을 바꾸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청년들은 힘을 합쳐 대통령도 저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뽑고, 국회에도 진출하며, 해외에 자유롭게 유학도 가고, 여행도 다닙니다. 북한에서 하는 '마대전, 함마전'은 기계나 로봇이 하죠.
북한청년들의 현실은 어떤가요. 남자들은 10년 동안 만기복무로 청춘을 군에서 썩혀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집단배치로 어렵고 힘든 탄광과 광산, 농촌으로 가야하며, 해외여행, 유학은 고사하고 평양견학도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외국영화를 보면 처벌받고, 외국 사람을 만나 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외부의 시각으로 북한은 철창 없는 감옥이고, 청춘들은 노예처럼 살고 있는데, 북한 매체는 천국처럼 묘사하니, 참, 삶은 소대가리가 웃다가 꾸러미 터질 노릇이 아닐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