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화장실
2021.03.22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후 줄곧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북-말레이시아 외교사에 큰 비상이 걸렸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쿠알라룸푸르에 살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자금세탁 및 유엔제재 위반혐의로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이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죠.
말레이시아정부는 이에 맞대응해 북한 외교관과 가족들에게 48시간 내 나라를 떠나라고 명령했고, 이미 운영이 중단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 문을 닫는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30여명에 달하는 북한 주재원들과 가족들은 21일에 모두 상하이행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를 떠났습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외교마찰은 이미 2017년에 중대고비를 맞았습니다. 당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비행장에서는 북한 정보요원들의 사기에 속은 2명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들에 의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서로 맞추방했고, 북한은 김정남의 시체를 돌려받고 말레이시아에 억류된 사건연루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자국내 말레이시아인들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아 서로 단교 직전까지 갔었으며, 결국 김정남 시체와 북한인 인도로 사건이 마무리돼 단교는 면했었죠.
이후 체포됐던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성들도 풀려나면서 결국 손해 본 것은 3대 세습을 둘러싸고 권력의 암투 끝에 죽은 김정남뿐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세계가 목도해야 했죠. 그때부터 말레이시아는 사실상 평양 외교업무를 중단했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비자면제협정도 취소해 북한인들도 더는 말레이시아에 추가 파견할 수가 없었죠.
21일 버스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김유성 대사대리는 대사관 밖에서 성명을 발표했죠.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결과물을 감내해야 할 것.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반북 음모의 산물. 말레이시아 당국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지지했다. 말레이시아가 무고한 우리 국민을 미국에 인도함에 따라 양국관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파괴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소련에서도 서방국가들과의 외교마찰이 참 많았죠. 당시 소련의 살림형편과 영국대사관과 관련해 이런 우스운 유머도 있군요.
‘깨끗한 화장실’
모스크바를 찾은 영국인 여행자가 급히 화장실을 가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거리에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거리 매장의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열쇠가 필요했다. 별 수 없이 다소 지저분한 모스크바 골목 옆에서 볼일을 보려 할 때, 모스크바 경찰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 있소?
화장실을 찾고 있는데 보이질 않네요.
여기서 볼일을 보면 안 돼요. 나를 따라오시오.
경찰은 여행자를 매우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꽃들이 곱게 피어 있었으며, 잔디도 관리가 잘 된 곳이었다. 경찰은 그곳에서 볼일을 보라고 말했다. 영국인 여행자는 급한 일을 본 뒤 경찰에게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이것이 모스크바의 친절이군요? 그나저나 이 아름다운 곳은 어딘가요?
경찰은 심드렁하게 답변했다.
영국 대사관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