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개를 잡아 낯내기 하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04.23
kimjungun_party_meeting-620.jpg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곧 있게 될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예정돼 있지 않았던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어 비핵화와 관련된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는데요, 여기서 북한이 2013년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핵 병진노선의 종식을 선포했고, 모든 힘을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선택하였습니다.

또한 4월 21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 핵실험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수년 동안 6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한 풍계리 핵 시험장의 폐쇄도 결단했죠. 물론 핵병기화의 완성,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언하면서 취한 조치이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해 왔던 도발과 행태로 봐서는 의미 있고 환영할 만한 조치라 하겠습니다.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한 목소리로 이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이 세계의 비핵화, 핵군축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해 아직 갈 길이 멀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말이죠.

한쪽에서는 이것도 시간을 벌고 남북 및 미북정상회담을 의식한 위장 쇼다, 오히려 비핵화 선 조치보다는 핵보유를 제도화한 조치다라는 매우 비판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옆집 개를 잡아서 자기 낯내기를 한다.’ 자기는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한 것은 하나도 없이 할 수 있는 생색과 낯내기는 다한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을 굳이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비해 분석하면 북한은 이번 조치로 실질적으로는 내놓은 것이 하나도 없이, 지불한 비용이 하나도 없이 비핵화 낯내기는 할대로 다 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런 평가를 들이대는 전문가들은 북한은 포기한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서로 경제·핵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핵 국가들만 주장할 수 있는 핵으로 위협받지 않는 한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핵기술 이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당 결정서에 공식적으로 박아 결정을 했다, 즉, 핵 지위를 더 제도화, 공식화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쇄하겠다고 한 풍계리 핵 실험장은 이미 6차례의 실험을 통해 용도폐기 됐고, 지반 붕괴 등 규모 5-6의 지진으로 위험한 상황이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ICBM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 중단을 발표해 만약 앞으로의 정상회담들에서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다시 재개할 수도 있다는 말뿐인 선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결코 인정받을 수 없는 핵 국가지위를 그것도 핵 ICBM을 상품으로 내걸어 협상을 진행하고, 베팅금액을 올려 그 대가를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글쎄요, 북한이 이번에 북한주민들의 유머대로 ‘옆집 개를 잡아 낯내기’를 했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핵미사일을 포기하고 경제에 총집중할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곧 알려지지 않을까요?

적어도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한 달 뒤쯤 있게 될 미북정상회담 과정에서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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