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끊어도 담배는~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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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스낵 등을 판매하고 있는 북한 주민.
담배와 스낵 등을 판매하고 있는 북한 주민.
AP Photo/David Guttenfelder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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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담배는 죽을 때까지 못 끊는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것이다. 마누라를 끊으면 끊었지 담배는 절대 못 끊는다. 작심 3일.’ 담배와 관련된 인간이 만들어낸 표현, 은어, 유머들은 한없이 많습니다.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라, 그리고 흡연율이 특별히 높은 지역이라 예외가 아닙니다. ‘식후일미 흡연초’, 모두에게 해당되는 ‘해당화’, ‘팽돔, 마누라 헷갈림, 전봇대 잡고 10초.’ 등 모두가 담배와 연관된 표현들입니다.

담배와 인간이 나눈 교감, 세태, 불행과 기호, 문화의 양태는 아마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다고 해야겠습니다. 온갖 희로애락이 섞여있죠.

그런 담배에 대한 배척, 금연운동도 북한에서는 이젠 낯설지 않은 풍경이 점차 돼가고 있습니다. 한때 수령이 직접 지시해 담배를 끊으라고 명령했고 그 집행을 시도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자발적인, 문화적인 금연운동이 사회적으로 장려되고 있는듯합니다.

언젠가 김정일은 노동당 중앙위 일군들, 군 장성들에게 담배를 끊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중앙당 청사의 모든 사무실들에서 재떨이가 사라졌고, 정기적인 검열이 있었으며, 공급소에서는 담배배급이 사라졌죠.

이런 분위기를 타 군 장성들의 금연도 확산됐습니다. 덕분에 이 기회에 담배를 끊은 장성들이 많아지게 됐죠. 장성택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자기가 맡은 보험총국에 1주에 한 번씩은 출몰해 간부들 사무실을 다니면서 재떨이 검사를 실시하군 했죠.

간부들의 금연은 그래도 좀 통제 가능한 듯했으나 군인들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담배공급이 끊기자 뽕나무 잎을 싸서 태우는가하면 병실을 탈영해 주택가에 내려가 담배를 훔치고, 그 무질서가 통제 불능상태까지 치닫게 됐죠.

역사에 경험한 미국이나 러시아에서의 금주사태 재현겪이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도루메기조치로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죠. 중앙당에서 담배공급이 다시 재개됐고, 군인들에 대한 금연도 해제가 됐습니다.

이는 담배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통제사회에서의 인간에 대한 통제 한계가 어느 계선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담배사랑도 대를 잇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이후 의사들의 금연권고에도 불구하고 다시 담배에 손을 댔다고 하죠. 그리고 지금의 김정은은 아마도 줄담배 투사일겁니다. 병원, 탁아소, 아파트, 극장에서 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절대 권력자의 권력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담배를 너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 트렌드를 보면 국제사회의 추세에 맞게 전사회적으로 금연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죠. 2007년에 세운 금연연구보급소의 역할도 강화하고, 금연자들에 대한 상담과 치료는 물론 금연 영양알, 천연 한방 음료와 같은 금연보조제도 생산해 보장한다죠.

집에서는 물론 5.1경기장, 김일성경기장에서도 굴뚝처럼 피우던 담배, 이제는 공공장소에서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겠죠. 그렇게 마누라는 끊어도 담배는 절대~라는 골초들의 수도 같이 줄어들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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