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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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REUTERS VIDEO 캡쳐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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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여정을 내세워 남북관계 역사에 없었던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큰 사고를 치더니 김정은이 나서 너그럽기라도 하듯 군의 4개 군사행동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것도 예전에 없었던 생뚱맞은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통해 말입니다. 인민군이 자기의 행동에 대해 예고할 때 당 중앙군사위의 승인을 받겠다고 한 때부터 이미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그러면 북한은 왜 뜸을 들이는 것일까요? 우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볼 겁니다. 현재 코로나와 인종갈등 시위로 난감한 처지에 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직접 공을 들여온 북한 문제라 갑자기 배신감이 확 들면 어떤 강경대응을 할지 모를 일이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북한과 긴장이 정점에 달했던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항공모함 전단 3개를 태평양지역에 동시 배치했습니다. 미 해군이 보유한 7척의 항모 가운데 니미츠호, 로널드 레이건호, 루스벨트호가 동-서 태평양에서 순찰중이고 여기에 8척 이상의 핵잠수함도 동행했다고 하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이 개방된 글로벌 시스템을 지키려 노력하는 동안에도 중국은 이를 약화시켜왔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파트너와 동맹들과 함께 하겠다.’고 해 대중국 압박용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달성을 위한 한국과의 공동 노력도 포함된다.’고 강조해 북한의 이번 위협에 대비한 것이라는 것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주재 북한대사관이 미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 종말을 운운하자마자 ‘심판의 날 항공기’로 불리는 핵공중지휘통제기 E-4B의 훈련 장면을 트위터를 통해 전격 공개하기도 했죠.

특별히 북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인근에 연이어 전개한 미국이 유사시 모든 핵전력을 사용해 핵전쟁을 지휘하는 항공기 훈련까지 공개한 것은 북한이 금지선을 넘으면 양국관계가 2017년의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당분간 미국의 눈치는 보겠지만 다음 미 대선의 향배가 명백해지는 오는 10월 10일 당창건 75주기 기념일 당일 열병식, 이를 전후해서는 대미 전략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남 눈치 보기겠죠. 군을 개성공단, 금강산에 배치하면 되돌리기도 좀 그렇고, 이번 대남 대적협박이 대북정책 전환을 노린 것인데 현 상황을 더 굳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 것이겠죠. 남한 여론, 국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거구요.

북한에는 이런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인민군대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다. 여기서 물은 인민입니다. 그런데 요즘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이것이 아닐까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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