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황소걸음?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08-1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년 만에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성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북측에서는 조선직업총동맹의 건설팀, 경공업팀이 참가했고 남측에서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각 1팀이 참가했습니다.

이 축구대회는 1999년 처음으로 평양에서 남북노동자들 사이 교류와 단합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2007년 경남 창원, 2015년 평양에 이어 4번째로 이번에 서울에서 치르게 되었습니다.

경기결과는 북한 직총의 건설팀이 한국노총에 3대 1로, 북한 직총의 경공업팀이 민주노총에 2대 0으로 이겼습니다.

2015년 평양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북한 직총 담배연합팀이 한국노총에 2대 0, 수도총국팀이 민주노총에 6대 0으로 이겼네요. 북한 노동자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축구를 잘했는지 참 대단합니다.

경기 결과를 떠나 이 무더운 더위에 관중 3만 명이 모여 응원을 했는데요, 보통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를 외치며 어는 한 팀을 응원하지만 이번에는 남북선수들 모두를 응원하는 통일된 모습,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하나’, ‘힘내라’, ‘잘 한다’ 등 구호를 외치면서 골이 들어갈 때보다 선수들이 부딪치거나 서로 위해주는 모습에 더 응원을 보낸 거죠.

태클을 걸다 북한선수가 넘어져 고통을 호소하자 남북 선수 모두가 모여 걱정하고 격려하는가 하면 북한 선수들이 남한선수 석에, 남한선수들은 북한선수 석에 뒤섞여 음료도 마셨고요.

경공업팀의 김철성 선수가 발목부상을 당했을 때는 민주노총 선수가 경기장 밖까지 부축해 주기도 했죠.

경기가 끝난 후 양 선수들은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한반도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습니다. 또 서로 부둥켜안고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죠. 관중들은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경의선 타고’, ‘평양에서 만나요’ 같은 노래를 부르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에 3단체는 남북노동자 대표자회의를 해마다 정례적으로 열고, 적절한 시기에 금강산에서 노동자 통일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10.4선언 11돌을 계기로 ‘제2차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를 개최하고, 판문점선언을 강령화하기로 했으며, 8월 15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실천 기간으로 선포하기도 했죠.

남북노동자들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통일운동에 앞장서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축구대회에는 주영길 조선직업총동맹 위원장이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장관급인데, 이번 대회를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북한에서 군벌주의자로 잘 알려진 주도일 전 평양방어사령부 사령관의 아들입니다.

북한은 요즘 비핵화 관련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을 주장하면서 이런 표현을 쓰더군요. ‘느려도 황소걸음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지만 결국 아무리 느린 것처럼 보여도 황소걸음이니 빠를 거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노동당의 외곽단체인, 그리고 노조보다는 정치조직인 조선직업총동맹의 행보, 위원장 주영길의 행보를 보면 비핵화를 위한 황소걸음보다는 북한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만리마속도로 보이네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