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는 아무러케나 지은 이름?

2003년 8월 21일 평양 시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열린 `국호영문표기 문제 남북 학술 토론회' 장면.
2003년 8월 21일 평양 시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열린 `국호영문표기 문제 남북 학술 토론회'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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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꽤 유명한 영화 '유격대 오형제'에서는 이런 대목도 나옵니다. 우리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인데요, 어느 날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가 조선의 왕을 찾아와 나라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죠.

할 일이 많았던 왕은 시끄러워 '아무러케나 지어라'라고 했죠. 그런데 이를 잘 못 듣고 간 그는 '아메리카'로 이해하고 돌아가 나라 이름을 아메리카라고 지었다죠.

서울에도 이와 매우 유사한 유머가 있습니다.

먼저 캐나다 국명 관련인데요, 어느 날 캐나다 사신이 세종대왕을 찾아와 '우리 나라 이름을 뭐로 할까요?'라고 물었다네요. 그러자 세종대왕께서는 잠시 고민하시더니 '가나다로 하여라'라고 해서 이것이 '가나다', '가나다'하다가 캐나다가 되었다죠.

미국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캐나다가 세종대왕님으로부터 멋진 국호를 하사받아 가자 이웃나라인 미국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 얼른 사신을 파견하여 나라이름을 지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세종대왕은 과학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미국사신이 찾아와 귀찮게 하자 손을 휘휘 저으면서 '아무러케나 지어버려~!'라고 했다죠.

이에 미국사신은 본국으로 돌아 가 세종대왕께서 나라이름을 '아무러케'라고 지어주었다고 보고를 했고, 그래서 오늘날 미국이름은 '아무러케'의 자기네 발음인 '아메리카'로 되게 되었다는 유머입니다.

일본은 식민지배 때문인지 반일감정이 훨씬 짙게 묻어나게 유머가 만들어졌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이 세종대왕님으로부터 멋진 나라이름을 하사받아가자 이번에는 '왜'라는 국호를 가진 섬나라 일본이 부리나케 사신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예의범절을 잘 모르는 섬나라 사신은 무례하게도 세종대왕에게 이렇게 입을 놀렸다고 합니다. '폐하, 저희 나라는 국호는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선진국이무니다. 조선노 우리나라의 속국이 되는 게 마땅하무니다.'

그러자 세종대왕님께서는 버럭 화를 내시며 '여봐라 재를 개 패듯 실컷 두들겨 패서 보내 거라. 재 패!'

그래서 섬나라 사신은 입을 함부로 놀리는 바람에 멋진 국호는커녕 실컷 두들겨 맞고 돌아갔고, 국호를 받아오지 못한 죄로 목이 날아갈 위험에 처하자 거짓말로 세종대왕께서 '재 패'라는 멋진 나라이름을 선사하셨다고 보고했다나요.

그래서 오늘날 일본이름이 '재 패'의 자기네 식 발음인 '재팬'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북한에선 국가영문명을 'Korea'에서 'Corea'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죠. 이유는 '코리아의 알파벳 표기 첫 글자는 C였는데, 일본이 식민 지배 정책을 펴면서 J(Japan) 다음 알파벳인 K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일제 잔재를 없앤다면서 지난달 15일 표준시도 30분 늦췄죠.

국호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습니다. 최근에는 미얀마를 버마로 다시 바꾸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군사정권이 국민의 동의 없이 국호를 바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얀마'는 '강한 사람'을 뜻합니다.

북한이 독자적으로 영문명을 바꾼다면 남북은 표준시에 이어 국호영문표기도 '분단'되는 슬픔을 겪어야겠네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