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명절은 잘 쇄셨습니까? 찌는 듯한 무더위와 심술궂은 태풍이 지난 뒤여선지 이번 추석은 여느 때 없이 더 밝고 화창한 것 같습니다.
환하게 둥근달을 바라보면서 고향생각, 부모님생각, 친구들 생각을 유별나게 많이 했습니다. 바라는 소원, 뜻하는 일들이 모두 성취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운동법칙에 대해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관성의 법칙, 또는 갈릴레이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운동의 제1법칙이 있죠.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 중심은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는 외부 힘이 없다면 자연히 가만히 있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마찰력이 작용하므로 움직이는 물체는 곧 멈춘다는 관찰에서 기인한 것이죠.
하지만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빗면을 따라 공을 굴리는 실험을 통해 만약 마찰력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면 외부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움직이던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즉, 가만히 있는 물체는 외부 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계속 가만히 있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그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으로부터 갈릴레이의 이론, 뉴턴의 제1법칙으로 생각이 전환된 것은 물리학 역사에 있어서 가장 심오하고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의 제2법칙은 가속도의 법칙입니다. 물체의 운동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율은 그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 힘과 크기와 방향에 있어서 같다, 다시 말해, 물체에 더 큰 알짜 힘이 가해질수록 물체의 운동량의 변화는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3법칙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입니다. 전통적인 표현을 빌면 모든 작용에는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물체를 일정 힘으로 때리면 그 물체 또한 같은 힘으로 그 사람을 때린다는 의미죠.
북한에는 이 운동의 세 법칙 외에 또 다른 '위대한' 운동법칙이 존재합니다. 제4법칙, '고임의 법칙'이죠. 물체든, 사람이든 고이면 움직인다는데 서 기인했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뇌물행위, 비리를 꼬집은 은어죠.
'여 김 동무, 동무는 이 직장에 어떻게 들어와서?' '네, 저는 고 동무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뇌물을 고이고 들어왔다는 얘기죠.
고임의 법칙은 그야말로 법칙이어선지 전 사회적으로 말을 잘 듣는 '만병통치약'입니다. 입당을 할 때도 통하고, 좋은 직업을 얻을 때도 어김없습니다.
외국에 파견될 때도 그렇고, 훈장을 받을 때도 같습니다. 의사들은 고임의 법칙에 따라 처방을 떼 주고 약을 내줍니다. 선생님들은 고임의 정도에 따라 학점을 팔고 입학시험점수를 고쳐줍니다.
보안원들은 잘 고이면 한 눈을 찔끔 감기도 하고, 당일꾼들은 평정, 당증 장사도 합니다.
얼마 전 미국의 전 대북대사 보즈워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캐시머신, 즉 현금기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요. 핵, 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개혁, 개방을 추구하는 대신 현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얘기죠.
혹시 국가도 국제사회를 대상해 고임의 법칙을 들이대는 것일까요?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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