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타고 축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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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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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기다렸던 북한의 당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이 세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결국 전 세계에 또 하나의 화젯거리를 낳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번엔 10월 10일 자정에 열병식을 열었습니다. 열병식이라고 하면 보통 대낮에 군사력을 자국은 물론 적들에게 또는 외부에 힘을 과시하고 시위하기위한 행사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모든 상식을 깨고 주북 외교관들에게는 사전에 열병식참관 불허, 접근 금지를 통지하고는 외부 몰래, 그것도 자정에 사상 처음으로 열병식을 단행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먼저 새롭고 기발한 착상으로 열병식을 특이하게 한 점, 이것으로 해서 외부의 위성촬영이나 간섭가능성을 상당히 차단했다는 점, 자정에 관심은 덜 끌었지만 그 효과의 임팩은 오히려 더 극대화 했다는 것, 대미 메시지도 제 할 짓은 다 했지만 상대의 대응수위는 어느 정도 의식해 조절했다는 점 등 일석 3조이상의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등장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해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마치도 북한이 아니랄까봐 가감 없이 새 미사일을 시위했습니다.

미 본토타격이 가능한 화성 15호에 이어 그것보다 더 두꺼워지고 길이도 길어진, 탄두도 다탄두로 의심되는 거물 미사일을 출현시켰죠. 또한 김정은은 연설에서 세계 그 어떤 세력도 대적할 수 있는 방위력, 군사력을 갖췄다고 자신했습니다. 세계최강 미국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죠.

다음으로 김정은이 북한 지도자 사상 처음으로 군중 앞에서, 공개된 장소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설한 것입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인들, 인민들에게 더 좋은 삶을 보장하지 못한 자책감도 언급하면서 자아비판, 고맙고 미안하다는 심정을 연설 내내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현재 북한의 사정이, 인민들의 생활이 대단히 어렵다는 방증일겁니다. 동시에 젊은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개성, 진정성과 솔직함을 두루 추구하려는 김정은 자신의 리더십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또 충격적인 단면은 북한이 전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남한 전역을 사거리에 둔 다종의 초대형 방사포도 처음으로 시위했고 군인들의 전투복, 휴대용 무기들도 상당히 많은 부분 현대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그것도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한 핵 게임에 몰두하면서 나라와 인민은 거의나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과 핵전쟁을 하면 단 몇 분 안에 인민군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면서 말이죠.

이러한 무모한 방위력, 군사력,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걸까요?

그리고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과연 김정은이 그렇게 눈물까지 흘리면서 미안해하는 북한군인들, 인민들에게 자가용차 타고 주말에 축구하러 다니고, 휴가 받고 해외로 여행가는 세상, 정말 만들어주고 허용할까요, 아니면 장갑차타고 축구가게 하기라도 할까요?

북한주민들의 소득수준, 생활수준이 이 정도 되면 과연 수령을 목숨 바쳐 결사 옹위하겠다고 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