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대강대강 조준, 아무렇게나 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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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객원연구원이 전해드립니다.

'대강대강 조준, 아무렇게나 쐈!' 이는 북한의 대학생들이 6개월간의 의무 교도대훈련의 고단함을 극복하고 잠시나마 웃음으로 고생을 잊으려 만든 개그의 한 대목입니다. 여기에는 김일성이 창시했다는 북한식 '주체전법'인 '장벽사격'의 허무함에 대한 야유도 섞여 있습니다.

고사포 사격훈련을 하면서 지어낸 우스갯소리를 재현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분대전원의 구호합창이 있습니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는 선창에 따라 '소멸하라, 소멸하라, 소멸하라'고 전체가 외칩니다. '포 자기 위치롯!'이라는 포장의 구령이 떨어지고 '전방에 적기 발견'이라는 긴박한 정황에 따라 조준 수, 장탄 수 등이 재빨리 움직입니다. 포병들의 '조준 수 조준 끝, 장탄 수 장탄 끝'이라는 보고가 이어지자 포장은 '대강대강 조준, 아무렇게나 쐈!'하고 명령을 하달합니다. 전원의 '쐇' 화답과 함께 포탄은 날아가고 '명중이다, 만세, 만세'의 합창이 이어집니다.

자칫 당위원회나 보위부에 들키면 수용소감이지만 대학생들은 태연히 이런 개그를 하면서 자기들의 고난을 잊습니다. 적기가 날아오면 사거리가 다른 포탄으로 장벽을 만들어 평양시를 방어한다는 '멍청한' 반 항공 전략을 비웃는 재미도 있었고요.

'지금이 어느 때라고 총알로 장벽을 만들어 공격을 막아?' '바다에 배를 띄워놓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순항미사일로 목표를 타격하는데!' '최신 전투기들은 포 사거리 위에서 유도폭탄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달아날 텐데, 포사격은 행차 뒤 나발이여!' 대체로 이런 생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만지고 장난치던 그 포가 이번엔 정말 '사고'를 쳤습니다. 고사포가 아니라 김격식이 지휘하는 황해도 4군단의 해안포가 말입니다. '아무렇게나 쐈!'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를 정 조준하여 170여발을 퍼부었습니다. 6.25전쟁이후 처음 있는 전쟁행위나 같은 포사격 군사도발입니다.

해안포의 소위 '일제 타격 식'공격으로 섬은 불탔고 해병대원 2명, 민간인 2명이 희생됐습니다. 18명의 부상자도 생겼고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요즘 북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몇 달 전엔 남한의 '천안함'을 공격하여 배를 침몰시키고 46명의 해병을 죽이더니 오늘은 남한의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여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도발의 주기도 짧아지고 그 수위도 점점 위험해 지고 있습니다.

병약한 독재자 김정일이 어린 아들 김정은에게 성급히 권력을 세습하면서 생기는 불안한 민심을 다잡고 위기조성으로 한국과 미국을 협박하여 국제적 고립을 깨기 위해 벌이는 위험한 불장난인 것 같습니다. 또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군사경험과 외교에 일천한 후계자 김정은이 '군사의 영재, 현대 포사격의 영재'로 둔갑하기 위해 벌이는 '업적 쌓기'일 것입니다.

북한의 3대 세습은 북한의 미래는 물론 오늘의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암에 걸린 북한체제는 말기증상이 심해지면서 더 큰 진통을 보이고 있으며 그에 대한 외부의 처방과 치료도 훨씬 강해질 겁니다. 유례없는 3대세습의 허약한 신 권력은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위험한 도발과 충격에 매달리려 할 겁니다.

북한내부의 3대 세습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자포자기 또는 무관심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책임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이는 여러 방면에서 예상치 못한 파괴적인 상황을 초래할 위험도 있습니다.

남한 국민들은 물론 북한의 인민대중에게도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현재의 남북관계 악화와 충돌은 김 씨 왕조의 존속과 안녕에게만 필요한 민족의 희생이며 나라의 파괴입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 북이나 남이나 전체 민족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며 회복에 수십, 수백 년을 소모해야 할 겁니다.

무기는 독재자 통치연장, 민족의 공멸, 동족의 살상을 위한 것이 아니며 정 조준은 무고한 혈육, 한 형제, 한 강토에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민족과 집단, 개인의 운명은 누구의 지시나 강요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옳은 판단과 정의로운 행동에 의해 담보됩니다. 향후 한반도의 운명은 북한의 3대 세습을 어떻게 저지하고 다루는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