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는 간단히, 노동자는 노골적으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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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산구두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구두를 만들고 있다.
강원도 원산구두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구두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 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정면돌파전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북한 내 근로단체들의 확대회의, 궐기모임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력갱생, 국산화, 증산절약이 여느 때 없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군들의 일본새에서의 혁신, 부정부패와의 투쟁도 특히 강조되고 있죠.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그리고 장기간의 경제난을 거치면서 정말 역사상 유례없는 어려움을 지난 90년대부터 경험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특이한 부패현상을 겪어오기도 했죠. 이를 반영하듯 새로운 신조어들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당일군은 당당하게, 보위원은 보이지 않게 해먹는다, 안전원은 아주 안전하게 해먹는다가 대표적입니다. 국가의 배급, 공급체계가 마비돼 부정부패, 뇌물, 갈취, 사기 등 온갖 방법으로 불로소득을 올려 생활해 왔다는 뜻이죠.

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군단은 군데군데, 사단은 사정없이, 연대는 연달아, 대대는 대대적으로, 중대는 중간 중간, 소대는 소소히 군용물자, 보급물자를 떼먹는다고 했죠. 이렇게 하면 병사들에게 실지 차례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또 있습니다. 간부들이 간단히 떼어먹으니 결코 손해만 볼 수 없는, 더 나빠질 수 없는 노동자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떼어먹는다는 얘기가 놔왔죠. 내가 뭐 더 떨어지면 소야 되겠냐하면서 말이죠.

급기야 생활조절위원회라는 것도 나타났습니다. 도둑질을 합리화해서 표현한 것이죠. 사회주의 사회에서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고생하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어렵고 힘든 때 서로 돕고 이끄는 것이 집단주의의 미덕이기 때문에 좀 넘쳐나거나 많은 곳에서 부족하거나 어려운 곳으로 물자를 옮겨놓는 것은 범죄는 아니다, 생활을 조절하는 행위라는 말입니다.

사회의 신뢰도가 최저로 떨어져 돈을 꾸어주는 사람은 바보, 꿔준 돈을 받겠다고 하는 사람은 더 바보, 꾼 돈을 물어주는 사람은 가장 바보라는 사회현상,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종합시장, 장마당경제가 수십 년간 확산되고 안착하면서 이런 현상이 좀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들 사이 거래, 회사들과의 계약,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신용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이 싹트고 있는 것입니다.

간부들의 간단히 해먹기, 노동자들의 노골적으로 해먹기는 아직도 근절되고 있지 않는다죠. 다수의 근로자들은 신발공장에서는 신발을, 화장품 공장에서는 화장품을, 석탄을 캐는 탄광에서는 탄을 생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농산물을 조절해서, 식당들에서는 식당 음식물에 의존하죠. 원래 조직의 생산물, 공동체의 생산물에 손대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회주의도 원리는 마찬가지죠.

만성적인 부족의 문제, 결핍의 사회주의경제 악순환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사회에 지금 만연한 부패는 결코 없어지지 않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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