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베다 젓가락 통으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3-0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 2008년 외국 기자들과 기술자들이 보호장비를 입고 영변 원자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08년 외국 기자들과 기술자들이 보호장비를 입고 영변 원자로를 살펴보고 있다.
AP Photo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세기의 담판, 회담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결국 문제가 된 것은 북한이 얼마나 많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느냐,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미국이 줄 것이냐, 또한 북한의 비핵화의지, 진정성이 얼마나 있느냐 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트럼프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사전협상결과를 가지고 이번 2차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예고를 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는 너무 서두르지 않겠다, 2차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니 3, 4차 회담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죠.

또한 회담 시, 그리고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옳은 일, 옳은 결정을 하기 바란다, 대북레버리지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결국 서두르면서 나쁜 합의를 하기 보다는 올바른, 정확한 합의를 하기 바란 거죠.

북한입장에서는 아마 이럴 겁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영변핵시설을 제대로 내놓겠다고, 포기하겠다고 나오지 않았는데 부당한 대북제재를 미국이 풀어주지 않는다, 저들은 실질적인 비핵화 대상을 포기하지만 미국이 주거나 보상하는 것은 하나도 없이 민생과 인민생활에 타격을 주는 대북제재마저 고집하고 있다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꾸 얘기하는 북한의 경제적 기적, 밝은 미래에 대해서도 아마 미국 때문에 북한의 경제가 성장에 난관을 겪어 왔고, 미국의 제재 때문에 지금도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고, 앞으로 미국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미래는 북한이 알아서 잘 개척해나갈 것인데, 왜 미국이 북한의 미래를 팔아 북한의 핵을 사려고 하냐고 불만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까지 들어난 액면그대로의 북한의도가 그대로 성사됐으면 북한으로서는 꽃놀이패가 될 번했죠.

저들은 선불로 전반적인 대북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받고, 영변핵시설 페기는 과연 얼마나 걸릴까요?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보아서는 영변에 제한된 경우라도 신고, 사찰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전문가들과 같이 해체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년 트럼프대통령 1기 임기 내에 끝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북한이 요구한 제재해제를 위한 모든 짐은 미국이 걸머져야 합니다. 유엔안보리, 유럽연합, 일본 등을 설득해야 하고, 자국 의회도 설득해야 하며 많은 법적, 제도적 조치들을 부담해야 합니다.

또 내년에 미국행정부가 바뀌거나 북한이 마음이 바뀌면 영변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선불로 자기 챙길 건 다 챙기고 후불로 주는 영변에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죠.

해제된 제재도 북한이 민생이라는 딱지를 붙였기 때문에 이를 다시 재가동하기도 큰 비용이 들 겁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딸들은 다 도둑놈들이다. 자기 친정아버지의 귀를 베다 젓가락 통으로 쓰려한다.

물론 딸들이 자기 살림살이를 위해 친정집의 뭐든지 아끼지 않는다는 과장된 표현이기도 합니다.

외교합의, 특히 북한과의 합의가 자칫 잘못되면 이런 딸한테 당하는 경우가 되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