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하(타)니까 소를 타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4-0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 주민들이 김장용 배추를 소 달구지에 싣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김장용 배추를 소 달구지에 싣고 있다.
ASSOCIATED PRESS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서울에서는 아재 개그, 아재 유머가 유행입니다. ‘아재’라고 하면 아저씨를 좀 낮추어 부르는 말이죠. 팍팍한 세상살이, 웃을 일이 참 드문 현실에 헛웃음이라도 지어보려고 만든 아재들의 썰렁한 개그, 유머라는 뜻입니다.

간단히 하나 소개드리면요, 소로 만든 유머입니다. 어디서든 환영받는 소는? 미소. 누구에게나 필요한 소는? 산소. 모두가 좋아하는 소는? 맞소, 뭐 이런 식이죠.

이것을 조금 더 가공하면 ‘어디서든 환영받고 싶으면 미소를 몰고 가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산소처럼 보이지 않아도 유익한 존재가 되세요, 인정받고 싶으면 맞소로 먼저 인정해 줘요.’가 되죠. 이렇게 말 유희로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서로 웃거나 분위기를 살려 소통을 합니다.

북한의 대외매체들 그리고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도 ‘유모아’ 코너가 있다면서요. 그런데 여기 소개된 유머들이 ‘아재 유머’스럽다는 평을 받는 다네요.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유모아에 비낀 위인적 풍모’입니다.

1999 8월 장군님(김정일)이 산촌의 한 양어장을 찾았다. 지역 일꾼이 한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선녀봉이라고 소개하자, 장군님이 왜 선녀봉인가?라고 물었다. 이 일꾼이 선녀들이 물 맑은 이곳 샘터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내려오던 봉우리라고 하여 선녀봉이라고 부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군님은 벌거숭이산을 가리키며 ‘지금은 저렇게 산에 나무 한대 없이 번번한데 선녀들이 내려오면 어디에 몸을 숨기고 옷을 벗겠는가?’라고 했다.

재치 있게 유머를 하는 위대한 장군님의 위인적 풍모라고 선전하기 위한 것일 텐데, 비록 선녀들이지만 여자들 옷 벗는 소재로 만들어 좀 가벼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땔감, 소토지 경작 목적으로 민둥산으로 변한 북한의 산림현실, 장기간의 경제난을 지도자의 입으로 비판하고 인정하는 식의 작가의 대담한 접근은 용감하기까지 합니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2013년 평양에서 출간한 ‘조선유모아’의 아재식 유머도 소개합니다.

‘한 양반이 시골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소에게 풀을 먹이는 한 목동에게 물었다.

애야,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이냐?

몰라요. 난 항상 여기에 있었어요.

이 녀석, 도회지로 가는 길이 얼마나 먼가 말이다.

몰라요. 여직 재 본 적이 없어요.

그놈 정말 말 못할 녀석이로구나!

말을 못 타니까 이렇게 소를 타고 다니지요.

‘한 사나이가 친구에게 물었다.

자네는 머리는 백발인데 어떻게 수염은 그렇게 새까만가?

그야 수염의 나이가 머리카락보다 거의 스무 살이나 아래이니 그럴 수밖에.

웃음은 가장 값싸고 효과 좋은 만병통치약이라는 유명한 말도 있죠. 온 나라가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 전체 인민이 김씨일가의 노예로 살아가는 북한, 그래도 수천만의 인민,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아재개그나 유머라도 더 많이 만들어 어려운 세상을 이겨내야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