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지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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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드디어 해빙무드로 돌아서나요? 남한정부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이후 취한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오늘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했습니다.

북한 사리원이 고향인 침대제조회사 에이스의 회장이 세운 '에이스경암'이 추진한 사리원지구 온실조성사업 관련 15t 규모의 민간대북 비료지원입니다. 또한 통일부는 온실조성에 필요한 비닐과 파이프 등 농자재 2억원 상당의 대북물품 반출도 승인했습니다.

사리원이 고향인 안 이사장은 이미 2009년 3월에 북한 측과 협력해 사리원에 비닐하우스 50동 규모의 온실농장 3만3천㎡를 조성했고요, 이번에 3만3천㎡의 비닐하우스 50동을 추가 증설해 온실농장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앞으로 이것을 300동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니 참 엄청난 프로젝트를 자기 고향에 옮겨놓으려는 모양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니까 얼마 전 105층 류경호텔 건설에 동원된 105돌격대의 어느 한 처녀 혁신자에 대해들은 일화가 생각나네요.

'고난의 행군'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던 2002년, 돌격대원들의 출근율은 말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긴 당시에는 배급도 주지 못했고, 공사는 완전히 중단상태였죠.

그럼에도 한건의 결석, 지각, 조퇴도 없이 매일 출근한 처녀가 있었다는데요, 용성구역에서 출근하다나니 바쁠 때는 1,000원짜리 자전거 택시까지 이용하면서 다녔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청년동맹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고되자 김정일은 '좋은 일이라고, 모두 이 여성동무처럼 하면 사회주의를 지킬 수 있겠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이 동무처럼 살지 못하는가? 이 소행을 노동신문에도 소개하고 다른 청년들이 따라 배우게 하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급하게 신문사와 간부들이 그의 집을 찾았는데요, 함께 왔던 중앙당 간부가 어머니와 처녀 언니에게 무슨 일을 하는 가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직장은 나가지 않고 장마당에 다닌다고 하자 간부는 '장군님께서 본보기로 내세우라고 한 가정인데 어머니와 언니가 무직업이면 되겠는 가면서 막내딸보다도 못하다고, 빨리 직장에 나가라'고 재촉했죠.

그랬더니 그 엄마가 하는 말이 막내딸 하나를 직장 내보내느라고 엄마와 언니가 벌어서 모두 거기에 쏟아 붓는데, 우리까지 직장에 나가면 누가 감당하겠는가? 한 사람이라도 사회주의를 지키게 하자니 두 사람이 자본주의를 한다, 이렇게 말했다 네요.

참 명언입니다. 북한이 지금 앉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죠.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향도성 받들어 온 세상에 빛내세. 우리 당이 제일이요, 사회주의 제일일세. 붉은기 높이 들고, 사회주의 지키세.'

북한에서 매일과 같이 듣는 '사회주의 지키세' 노래입니다. 정말 그 어머니의 말처럼 사회주의를 조금이라고 지키려면 자본주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들어가는 침대회사의 비료를 포함해서 말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