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전진, 2보 후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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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사상처음으로 되는 미북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미 회담장소와 날자가 정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마도 미국과 북한이 어느 시점에 동시에 발표할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북사이 신경전, 줄다리기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우선 주한미군 축소, 철수와 관련된 매우 예민한 문제가 언론을 통해서 논쟁으로 비화되었습니다.

미 트럼프대통령이 국방부에 주한미군축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와 함께 남한의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지위에 대한 기고문, 그리고 이에 대한 청와대의 신속한 정리, 백악관의 한미동맹 확인 등 숨 가쁘게 논의가 이어졌죠.

결론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문제가 상정되지 않을 것,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완료된 다음에야 축소든 철수든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매파로 알려진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한의 생화학무기도 완전히 철폐 돼야 한다, 그리고 영어로 CVID로 알려졌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가 PVID, 즉 영원한 비핵화로 새롭게 언급했고 이로서 회담의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모든 핵무기, 시설 제거와 함께 핵 기술, 과학자, 기술자들의 이전까지도 염두에 두었다고 봐야겠습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죠. 외무성은 좀 이례적으로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에 경고를 날렸습니다.

최근 있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내용이 제재와 압박의 결과인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제재압박을 늦추기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떠들면서 한반도에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고, 반공화국 인권소동에 열을 올려 한반도를 또다시 긴장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신문을 포함한 북한매체들은 요즘 부쩍 민족자주, 자주통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들을 종합해 보면 이런 얘기일 겁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대북제재, 압박을 먼저 풀어라, 인권포함 대북적대시정책을 완전히 철폐해라, 그리고 주한미군 등 외세의 간섭과 지배를 완전히 끝장내는 민족자주의 길만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일보전진, 2보 후퇴.' 레닌에 의해 만들어진 이 말을 북한주민들은 그 본래의 뜻과는 무관하게 혁명을 하는데 있어서 일보전진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역경이 조성되면 2보 후퇴할 때도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씁니다.

축구경기에서 지거나 하면 농담으로 일보전진을 위해서 이번에는 져준다 뭐 이런 식의 변명, 자기 합리화죠.

그렇다면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과 행동을 취해 왔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2보 전진, 일보후퇴라고 봅니다. 제네바합의, 6자회담 등 전술적으로 1보 후퇴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결국은 계속 2보씩 전진해 왔죠.

그러나 과연 이번에는 일보전진, 2보 후퇴의 진정성을 정말 보여줄까요? 그것도 일보전진은 경제를 위한 것, 2보 후퇴는 핵 폐기의 내용으로 말이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