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3형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5.20
side_dish_sale-620.jpg 사진은 평양의 이동 매대에서 팔리고 있는 김치와 밑반찬.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평양에서 최근 새로 개장한 문수거리의 대성백화점이 참 요란하게 개건되었더군요. 2016년 7월에 착공돼 3년 만에 완공되었다는데요, 당 39호실 소속 경흥지도국이 운영하는 노른자위 외화백화점이니 설계도 당 소속 기관인 북한 최고의 백두산건축연구원에서 맡았고요.

1986년에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처음으로 문을 연 대성백화점은 중구역에 있는 락원백화점, 지하백화점, 보통강구역에 있는 경흥상점, 류경상점, 만경대구역에 있는 광복백화점과 함께 평양 최고의 쇼핑 중심지였고 외화벌이 기지였습니다.

이런 곳이 이번에는 지하에 수영장, 사우나, 4-5층에는 오락실, 식당을 갖춘 종합적인 쇼핑 및 문화센터로 거듭났습니다. 연건축면적도 2배로 늘었고 상품종류도 1.5배로 늘었다네요.

대북제재로 북한으로의 사치품수출이 철저히 금지되었음에도 백화점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매장을 보란 듯이 줄지어 설치했습니다.

샤넬 화장품, 코치 여성 백 및 구두, 티쏘와 오메가 브랜드의 귀금속 및 시계, 소니와 필립스 브랜드의 평면TV, 마이바움 정수기와 지멘스 드럼세탁기, 타이거 전기밥솥과 파나소닉 매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영기법, 전략도 도입했다죠. 지배인 류현옥(47)에 따르면 경흥지도국산하 공장에서 생산하는 선흥, 경흥, 은하수의 식료품들을 다른 상점보다 1% 더 싸게 판매하고, 구매액이 지정액에 달한 손님에게는 무료로 기념품을 주는 방법도 도입했네요. 곧 있으면 원 플러스 원 상품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원래 가장 비싼 백화점은 창광산호텔 옆에 있는 락원백화점이죠. 여기에는 몇 만 달러짜리 시계, 피아노도 볼 수 있습니다. 구매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요즘 서울을 포함한 국제사회, 유엔 식량관련 기구들에서는 북한의 식량형편을 몹시 우려하고 있으며 지원을 한다 만다, 많이 한다 만다 논의가 많습니다.

그런데 북한매체를 통해 평양의 초호화 외화백화점이 개건 확장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네요. 그리고 유엔에서는 북한관료들이 오히려 북한의 식량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회의에서 여러 나라 대표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영양실조 문제를 지적하자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은 “농업 부문에 대한 국가적 지원, 투입 늘리고 과학기술과 선진 농법을 적극 도입한 것을 비롯하여 식량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 결과 지난 3년간 농업생산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고 했답니다.

또 북한의 양곡 가격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죠. 한채순 북한 보건성 보건경영학 연구소 실장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두유도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만담에 이런 대사가 나오죠. ‘김치 또는 김치 지지개.’ 도시락 반찬을 계속 이것만 싸줘 친구들이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한다며 처를 나무라는 개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진화돼 요즘엔 무3형제가 등장했다면서요. 무국, 무김치, 무우 짠지.

현실은 주민들의 식량, 식탁사정이 개선될 줄을 모르는데, 북한당국은 초호화 외화백화점 건설, 국제무대에서의 변명에만 몰두하고 있군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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